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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덕해저터널은 해저 암반을 뚫은 것이 아니라 육지에서 제작한 거대 콘크리트 상자 18개를 바다 밑에 가라앉혀 완성한 침매터널입니다.
  • 수심 48m 수중에서는 사람이 볼트를 조일 수 없으므로, 두 함체 사이의 바닷물을 배출해 외부 수압이 상자를 밀어붙여 밀폐하도록 설계했습니다.
  • 자연의 파괴적 외력인 수압을 구조물 결합 동력으로 역이용한 침매공법은 극한 해양 환경에서 초장대 해저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 해법입니다.

부산과 거제를 연결하는 가덕해저터널을 지날 때 많은 이들은 거대한 굴착기가 바다 밑 암반을 뚫고 지나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터널에는 해저 굴착기가 단 한 번도 투입되지 않았습니다. 바다를 파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육지에서 만든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 18개를 바다 밑에 줄지어 가라앉혀 완성한 침매터널(Immersed Tunnel)이기 때문입니다.

해저 터널 공사는 지반 붕괴와 침수 위험이 상존하는 극한의 토목 분야입니다. 특히 가덕도와 대죽도 사이 해역은 최대 수심이 48m에 달하고 조류가 빠르며, 바닥 또한 연약한 진흙층으로 이루어져 기존 굴착 공법으로는 시공이 극히 까다롭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바다 밑에 안전한 도로를 놓기 위해 도입한 방식이 바로 침매공법입니다.

침매터널의 정의: 뚫는 대신 가라앉혀 잇는 구조물

침매터널이란 육상 제작장(드라이독)에서 속이 빈 콘크리트 구조물(함체)을 미리 제작한 뒤, 물에 띄워 정해진 위치로 예인해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히고 서로 연결해 완성하는 터널을 뜻합니다.

이 공법의 핵심은 구조물 자체를 거대한 배처럼 운용한다는 점입니다. 4만 5천 톤에 달하는 상자형 함체 내부를 비워두면 부력 덕분에 물 위에 뜹니다. 이를 예인선으로 시공 위치까지 끌고 간 뒤, 내부에 설치된 1,000톤급 물탱크 6개에 물을 채워 서서히 침강시키는 방식으로 해저면에 안착시킵니다.


바다 위를 떠 있는 거대한 직육면체 모양의 콘크리트 상자가 예인선에 연결되어 끌려가고 있는 그래픽 영상 장면이다.

육지에서 미리 제작한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를 바다로 옮겨 차례로 가라앉히는 침매공법의 핵심 과정입니다.


해저 터널에 대한 오해: 굴착과 침설의 차이

많은 이들이 해저 터널을 산악 터널처럼 TBM(터널 굴착기)이나 발파를 통해 땅속을 관통하는 굴착 방식으로만 여깁니다. 그러나 두 방식은 출발점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첫째, 지반 의존성의 차이입니다. 굴착 방식은 단단한 암반 지층이 필수적이지만, 침매 방식은 바닥 지반이 연약하더라도 해저면을 준설하고 기초를 다진 뒤 함체를 얹는 방식으로 지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제작 환경의 차이입니다. 위험한 해저 지하에서 굴착과 콘크리트 타설을 동시에 진행하는 대신, 육상 드라이독에서 철저한 품질 관리 아래 함체를 완성해 운반합니다. 가덕해저터널에 투입된 함체 1개는 길이 180m, 무게 45,000톤으로 아파트 460채 분량의 콘크리트가 들어간 초대형 구조물입니다.

원래 이 구간은 초장대 교량으로 계획되었으나, 군함과 잠수함의 작전 항로를 보장해야 한다는 군사적 요구에 따라 해저 노선으로 변경되었고, 수심과 지반 조건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침매공법을 채택했습니다.

수압을 결합 동력으로 역이용한 가덕해저터널의 접합 기술

침매터널 시공에서 가장 까다로운 난제는 물속에서 함체와 함체를 빈틈없이 이어 붙이는 접합 과정입니다. 수심 48m의 깊은 바다에서는 잠수부가 들어가 볼트를 조일 수 없고, 4만 5천 톤짜리 상자를 외부에서 강제로 밀어붙일 기계도 해저에는 없습니다. 미세한 틈이라도 생기면 막대한 수압으로 인해 바닷물이 터널 내부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바닷속 두 콘크리트 함체 사이에 갇힌 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3D 그래픽 영상으로, 상단에 'TRAPPED WATER'라는 영문 텍스트와 하단에 '그 물을 밖으로'라는 한글 자막이 적혀 있습니다.

기존 함체와 새로운 함체 사이의 물을 빼내면 강력한 수압이 자연스럽게 작용해 두 구조물을 단단하게 밀착시킵니다.


여기서 기술진은 바다의 파괴적인 수압을 결합의 도구로 역이용하는 해법을 적용했습니다.

  1. 새로 가라앉힌 함체를 기존 함체로부터 약 50cm 떨어진 위치에 근접 배치합니다.
  2. 유압잭으로 새 함체를 살짝 당겨 이음매 부위의 고무 패킹(GINA 가스켓)을 1차로 맞물리게 합니다.
  3. 두 함체의 임시 차수벽 사이에 갇힌 바닷물을 배수 펌프로 외부로 완전히 빼냅니다.
  4. 내부 공간이 진공 상태에 가까워지면 함체 뒷면에 작용하는 수심 48m의 막대한 외부 수압이 4만 5천 톤 상자를 기존 함체 쪽으로 밀어붙입니다.
  5. 강력한 수압으로 고무 패킹이 압축되면서 완벽한 수밀 상태가 형성되고, 내부에서 영구 잠금장치를 체결해 접합을 마무리합니다.

터널을 짓누르고 파괴하려던 수압을 터널을 영구적으로 잠그는 체결 동력으로 전환한 셈입니다.


바닷속에 거대한 콘크리트 함체들이 일렬로 배치된 그래픽 이미지로, 함체 사이의 연결 부위를 강조하며 '18 JOINTS'라는 문구와 '상자가 18개'라는 한글 자막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수심 깊은 바닷속에서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 18개를 완벽하게 연결해 하나의 터널로 완성하는 원리를 보여줍니다.


침매공법을 이해하는 실무적 관점: 한계와 적용 기준

침매공법은 해저 지반이 불량하거나 상공에 교량을 건설하기 어려운 해양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최우선으로 검토되는 대안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적용할 수 있는 만능 해법은 아니며 뚜렷한 제약 조건을 가집니다.

  • 해상 기상 조건의 통제력: 물에 뜬 상태의 함체를 정밀하게 침하시키려면 최소 닷새 이상 파도가 잔잔한 해상 기후 창(Weather Window)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가덕해저터널 역시 외해의 높은 파도로 인해 일부 함체의 침설이 두 달 가까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 수심과 주변 지형의 한계: 수심이 깊어질수록 수압 접합 효과는 커지지만, 침설 과정의 정밀 제어 난이도는 급격히 상승합니다. 2010년 준공 당시 가덕해저터널은 세계 최고 수심(48m) 및 외해 시공 기록을 세웠으며, 이후 2013년 튀르키예 마르마라이 터널 등에 의해 최대 수심 기록이 경신되었습니다.
  • 초기 제작 인프라 비용: 함체를 제작할 대규모 드라이독 부지와 고정밀 예인·침설 장비가 필수적인 만큼, 사업 규모와 경제성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가덕해저터널은 18개의 함체를 성공적으로 연결해 부산-거제 간 이동 거리를 140km에서 60km로 단축했습니다. 자연의 외력을 물리적으로 억누르는 대신 구조와 물리학적 법칙으로 역이용한 침매공법의 대표적 성공 사례입니다.


FAQ

침매터널 내부로 바닷물이 샐 위험은 없나요?

수심 48m의 외부 수압이 함체 이음부의 고무 패킹을 지속해서 밀어붙여 밀폐력을 견고하게 유지합니다. 여기에 이음부 2중 지수판 설치와 외벽 특수 콘크리트 보강을 더해 누수를 원천 차단합니다.

무거운 콘크리트 상자가 어떻게 물 위에 뜰 수 있나요?

함체 자체 무게는 4만 5천 톤에 달하지만, 속이 빈 상자 구조인 데다 내부 양 끝을 임시 차수벽으로 막아 거대한 공기층을 형성합니다. 이로 인해 전체 무게보다 큰 부력이 발생해 배처럼 물 위에 뜨게 됩니다.

가덕해저터널 구간에 교량 대신 해저터널을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해당 해역은 해군 군함과 잠수함이 통행하는 주요 작전 항로입니다. 전시에 교량이 폭파되면 해상 항로가 차단될 위험이 있어 해군 측의 요청에 따라 해저 침매터널로 변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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