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르는 물속에서는 흙이나 콘크리트를 다질 수 없기에 산허리에 가배수 터널을 뚫어 강물을 우회시키는 역발상이 적용되었습니다.
- 소양강댐은 수로를 돌려 드러난 마른 강바닥에 주변 흙과 돌을 층층이 다져 올린 123m 높이의 사력댐입니다.
- 자연의 흐름을 억지로 막기보다 잠시 길을 터주고 제방을 완성한 뒤 물길을 닫는 유연한 공학적 제어가 핵심입니다.

거센 물살이 쉼 없이 밀려오는 강 한가운데에 어떻게 거대한 벽을 쌓아 올릴 수 있었을까요? 춘천 소양강댐은 높이 123m, 길이 530m, 저수량 29억 톤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지만 콘크리트 벽이 아닌 흙과 돌을 층층이 다져 올린 사력댐입니다. 강을 힘으로 억누르거나 물을 무작정 퍼낸 것이 아니라, 산허리에 임시 물길을 뚫어 강을 옆으로 잠시 비켜 세운 뒤 마른 강바닥에 흙산을 쌓아 올린 역발상 공학의 결과물입니다.
흙과 돌을 층층이 다져 올린 사력댐의 단면으로, 중앙에 자리 잡은 콘크리트 벽이 댐의 구조적 핵심 역할을 합니다.
강을 흐르는 채로 둘 수 없는 토목의 딜레마
댐 공사의 가장 큰 난관은 물이 흐르는 상태에서는 벽을 세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강물 위에 무작정 흙과 돌을 쏟아부으면 빠른 물살에 고운 흙이 씻겨 내려가고, 남은 돌 틈 사이로 물이 그대로 새어 나갑니다. 흙으로 단단한 제방을 형성하려면 수분을 철저히 통제한 상태에서 롤러로 한 층씩 짓눌러 다져야 하는데, 물속에서는 다짐 작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시멘트와 자갈을 섞은 콘크리트로 타설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콘크리트 역시 굳기 전에 물과 섞이면 시멘트 성분이 씻겨 나가면서 결합력을 잃고 부실해집니다. 유입되는 물을 펌프로 퍼내려 해도 상류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유량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결국 강바닥을 완전히 말리지 않고서는 어떤 댐도 세울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흙으로 댐을 견고하게 쌓기 위해서는 수분을 제거하고 압력을 가해 층을 다지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물길을 우회시키는 핵심 기법, 가배수 터널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공학적 개념이 바로 유수전환(가배수)입니다. 물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댐을 지을 자리에서 물을 잠시 치워두는 방식입니다.
소양강댐 건설 현장에서는 댐 좌우 산허리에 거대한 우회 터널(가배수 터널)을 먼저 뚫었습니다. 그런 다음 본댐 예정지 상류에 작은 임시 제방을 쌓아 흐르는 강물을 산속 터널 안으로 유도했습니다. 강물이 본댐 시공 부위를 건너뛰어 하류로 빠져나가면서, 원래 강물이 흐르던 자리는 공사장비가 진입할 수 있는 마른 땅으로 바뀌었습니다.
산허리에 물길을 돌릴 큰 터널을 뚫어 강물이 지나갈 길을 새로 마련합니다.
자재 부족을 극복한 사력댐 축조 방식
바닥이 완전히 마르자 본격적인 축조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1967년 착공 당시 소양강댐은 콘크리트 중력식 댐으로 검토되었으나, 막대한 양의 철근과 시멘트를 조달하기 어려운 국내 상황을 고려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갈과 모래, 점토를 활용하는 사력댐(흙·돌댐)으로 설계를 변경했습니다.
1969년 가을부터 마른 강바닥에 대형 덤프트럭과 롤러 중장비를 투입해 흙과 돌을 층층이 깔고 압축하며 3년 남짓 쌓아 올렸습니다. 그렇게 123m 높이의 거대한 흙산이 완성되자, 우회로 역할을 하던 산속 가배수 터널을 콘크리트로 영구 폐쇄했습니다. 갈 곳을 잃은 강물이 차오르며 거대한 인공호수인 소양호가 형성되었습니다.
자연의 힘을 다루는 공학적 접근과 응용
소양강댐의 사례는 거대한 자연 외력을 통제할 때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우회로를 열어 압력을 분산시키는 역발상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줍니다. 강을 억지로 막아선 것이 아니라 잠시 옆길을 내주고, 제방이 완성된 후 물길을 닫는 단계적 제어 방식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리는 완공 이후 수위 관리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1984년과 1990년 유례없는 대홍수를 겪은 뒤, 2010년에는 극한 홍수에 대비해 호수 상류의 수압을 안전하게 배출하는 보조 여수로 터널을 추가로 뚫었습니다. 무리하게 벽을 높여 물을 가두기만 하는 대신, 한계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물을 빼낼 수 있는 숨구멍을 마련해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FAQ
소양강댐은 콘크리트 댐이 아닌가요?
소양강댐은 콘크리트 댐이 아니라 주변 산에서 채취한 흙과 자갈, 바위를 다져 쌓아 만든 사력댐(Rock-fill Dam)입니다.
가배수 터널은 공사가 끝난 뒤 어떻게 되었나요?
본댐 축조가 완료된 후 터널 입구를 두꺼운 콘크리트로 완전히 밀폐하여 물길을 막았으며, 그 결과 강물이 댐 뒤편에 차올라 소양호가 되었습니다.
흙으로 쌓았는데 물이 스며들어 무너지지 않나요?
물줄기를 차단하는 불투수성 점토 코어를 중심에 두고 바깥쪽에 하중을 지지하는 모래, 자갈, 암석을 층층이 다져 올리기 때문에 물이 새거나 무너지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