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자체 정수장과 지하수가 부족한 섬 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지 정수장과 섬을 바다 밑으로 직접 연결하는 해저관로 기술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 급수선 운항의 기상 제약과 해수담수화의 막대한 전력·유지비 한계를 넘어, 바다 밑바닥에 배관을 묻거나 해저 터널을 뚫는 공학적 역발상이 핵심입니다.
  • 수심과 지형 조건에 맞춰 잠수부 직매설, 해저 로봇 시공, 지하 굴착 터널 등 맞춤형 공법을 적용하며 전국 도서 지역으로 상수도망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섬의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맑은 수돗물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은 얼핏 당연해 보이지만, 그 섬에 정수장이 없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매일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담수를 공급하는 핵심 기술은 바로 해저관로(상수도 해저 매설 배관)입니다.

인천 영종도에서 배를 타고 40분을 들어가야 하는 장봉도는 2024년 겨울에야 비로소 수돗물 공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자체 정수장 하나 없는 작은 섬에 어떻게 육지의 맑은 물이 닿을 수 있었을까요? 섬 상수도 공급의 구조적 딜레마와 이를 해결한 해저 공학의 메커니즘을 짚어봅니다.

1. 섬 급수의 딜레마: 왜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혔을까

우리나라에는 수천 개의 섬이 있지만, 자체적으로 풍부한 담수를 확보할 수 있는 섬은 극히 드뭅니다. 빗물을 모아둘 면적이 좁다 보니 과거에는 주로 지하수를 파서 썼습니다. 하지만 섬 지하수는 조금만 가뭄이 들어도 흙탕물이 섞여 나오거나 바닷물이 스며들어 짠물이 올라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물탱크가 순식간에 바닥나기 일쑤였죠.

물 부족이 심해지면 급수선(물 운반선)을 띄워 육지의 물을 섬 물탱크로 실어 나릅니다. 실제로 2024년 봄 기준으로 4,000명이 넘는 섬 주민이 배로 물을 공급받았습니다. 하지만 물은 부피와 무게가 커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 데다, 파도가 거세지면 배 자체가 출항하지 못합니다. 정작 물이 가장 절실한 악천후 때 배가 끊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입니다.

2. 해저관로의 개념: 물을 옮기지 않고 '길'을 바다 밑에 묻는다

많은 이들이 '섬 주변에 바닷물이 넘쳐나는데 해수담수화 설비를 돌리면 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바닷물에서 염분을 걸러내는 역삼투압 방식은 막대한 전력 소모와 잦은 필터 교체 비용을 수반합니다. 인구가 수십 가구에 불과한 작은 섬 공동체가 자체적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경제적 문턱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공장과 파이프라인이 묘사된 3D 그래픽으로, 수직으로 솟은 빨간색 막대 그래프와 곳곳에 물방울 아이콘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화면 중앙에는 '전기가 많이 듭니다'라는 한국어 자막이 적혀 있습니다.

섬 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는 인프라 구축에는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소모됩니다.


그래서 공학자들은 발상을 전환했습니다. 배로 물을 나르거나 섬 안에서 바닷물을 거르는 대신, 육지 정수장에서 섬까지 이어지는 수도관 자체를 바다 밑에 영구 매설하는 해저관로 방식을 택했습니다. 육지 해안가까지 끌고 온 대형 상수도관을 특수 바지선에서 연결하며 해저 바닥에 가라앉히고, 조류나 선박 닻(앵커)에 손상되지 않도록 해저면에 깊게 묻는 구조입니다.

3. 수심과 지형에 따라 달라지는 3가지 해저 급수 공법

바다 밑에 관을 묻는 작업은 현장 수심과 해저 지형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공학 기술을 투입합니다.

첫째, 완만한 수심에서는 잠수부 직매설 공법을 씁니다. 장봉도의 경우 영종도에서 장봉도까지 이어지는 전체 16.6km 관로 중 순수 해저 구간만 4.8km에 달합니다. 한강 폭의 5배에 이르는 긴 구간이지만, 작업선이 배관을 내리고 잠수부가 직접 해저 바닥을 파 관을 안전하게 매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신도, 시도, 모도, 장봉도 등 인근 섬 가구들이 245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수돗물을 공급받게 되었습니다.

둘째, 수심이 깊어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은 수중 로봇 굴착 공법을 적용합니다. 통영 욕지도의 경우 최대 수심이 65m로 아파트 20층 높이에 달합니다. 일반 잠수사가 잠수할 수 있는 한계 수심(약 40m)을 훌쩍 넘기 때문에, 원격 조종 수중 로봇(ROV)이 해저 바닥을 굴착하고 배관을 안착시켰습니다.


바닷속 모래 지형에 길게 매설된 검은색 수도관과, 그 뒤에서 작업하는 소형 로봇을 보여주는 3D 그래픽 영상 화면입니다.

잠수부가 작업하기 힘든 깊은 바다에서는 로봇이 직접 해저면을 파고 수도관을 매설합니다.


셋째, 조류가 매우 거세거나 관로 안전성을 극대화해야 할 때는 해저 굴착 터널 공법을 씁니다. 영종도로 향하는 상수관로는 해저면 위에 관을 얹는 방식을 넘어, 바다 밑바닥을 굴착기로 뚫어 2.5km 길이의 전용 해저 터널을 만들고 그 내부로 상수도관을 통과시켰습니다. 관을 묻는 차원을 넘어 관이 지날 안전한 지하 통로를 구축한 것입니다.


바닷속 지층을 굴착하는 TBM 기계가 원통형 수도관을 설치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3D 그래픽 영상

깊은 바다 밑으로는 잠수부 대신 거대 굴착 장비가 직접 지층을 뚫고 지나가며 수도관을 매설합니다.


4. 섬 수자원 인프라를 바라보는 공학적 관점

해저관로는 초기 공사비가 많이 들지만, 일단 구축되면 기상 악화나 가뭄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일정한 수압으로 육지와 동일한 품질의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전력과 필터 교체비가 끊임없이 들어가는 담수화 설비나 유류비가 소모되는 급수선 운항에 비해 장기적인 운영 관리 효율이 뛰어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2027년까지 약 2,4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서 지역 해저관로와 배수 시설을 지속해서 확충하고 있습니다. 정수장 하나 없는 외딴섬에서 나오는 맑은 물줄기는, 물을 나르는 한계를 넘어 바다 밑바닥을 개척한 정밀 해저 토목 기술의 결실입니다.


FAQ

바다 밑에 깔린 상수도관이 선박 닻이나 조류에 부서지지 않나요?

해저관로는 바다 밑바닥 표면에 단순히 얹어두지 않고 해저 지반을 파내어 배관을 깊게 매설합니다. 따라서 거센 조류에 휩쓸리거나 지나가는 배의 닻에 걸려 파손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모든 섬에 해수담수화 시설 대신 해저관로를 설치하는 것이 더 유리한가요?

육지와 거리가 비교적 가깝고 수혜 가구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섬은 장기적으로 해저관로가 경제적입니다. 반면 육지에서 수십 km 이상 떨어진 먼바다의 고립된 섬은 관로 부설 비용이 과도해 담수화 설비나 저수조 확충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수심이 깊은 바다에는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배관을 묻나요?

통상 잠수사가 작업할 수 있는 한계 수심은 약 40m 내외입니다. 통영 욕지도처럼 수심이 65m에 달하는 깊은 해역에서는 사람 대신 원격 조종 특수 수중 굴착 로봇(ROV)을 투입해 해저면을 파고 배관을 안착시킵니다.


원본 영상 보기

# 상수도
# 상수도관
# 수자원
# 영종도
# 욕지도
# 인천
# 장봉도
# 토목공학
# 해저관로
# 해저터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