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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궁 근정전 처마 밑 검은 그물은 현대의 보호망이 아니라 조선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조류 방지 시설 '부시'입니다.
  • 판자로 처마를 막아 아름다운 단청을 가리는 대신, 비스듬한 그물 한 겹으로 새의 입착만 차단하는 역발상을 적용했습니다.
  • 자연의 물리적 한계를 강제로 누르지 않고 미학적 가치와 목조 건물의 보존을 동시에 달성한 뛰어난 공학적 지혜입니다.

서울 경복궁 근정전 앞에 서서 고개를 들어 보면, 웅장한 처마 밑을 통째로 감싸고 있는 검은 그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관람객 중 상당수는 이를 관람객 안전이나 최근의 문화재 보수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현대식 보호망으로 오인하곤 합니다.


경복궁 근정전의 화려한 처마 밑을 가로질러 촘촘하게 설치된 검은색 그물망의 모습

근정전 처마 밑을 감싸고 있는 이 검은 그물은 단순한 현대식 보수 시설이 아닌 부시라는 이름의 전통적 장치입니다.


하지만 이 그물은 최근에 급히 만들어 쳐놓은 시설이 아닙니다. 조선시대 실록에도 명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 엄연한 궁궐 건축의 핵심 요소이며, 그 공식 명칭은 '부시'라고 부릅니다.

왜 조선의 궁궐은 새들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을까

근정전 처마 밑은 수백 개의 나무 부제가 겹겹이 짜 맞추어진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알록달록 화려한 단청까지 입혀져 있죠. 비바람을 막아주는 지붕이 있고, 높이가 높아 고양이 같은 천적도 올라오지 못하며, 숨을 틈새까지 많으니 새들에게는 궁궐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주택이었던 셈입니다.


경복궁 근정전의 처마 끝에서 빗물이 가느다란 물줄기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과 함께 정교한 단청이 칠해진 목조 구조가 드러난 화면.

화려한 단청과 복잡한 목조 구조로 이루어진 처마는 비바람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새들에게도 완벽한 안식처가 되곤 했습니다.


문제는 이곳이 조선의 으뜸 건물이자 임금이 주재하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이 직접 소리를 지르거나 장대를 휘둘러 새를 쫓는 방법은 임시방편일 뿐이었습니다.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새들은 곧바로 돌아왔고, 밤이 되면 아예 처마 밑에 보금자리를 틀고 잠을 청했기 때문입니다. '쫓으면 오고, 또 쫓으면 다시 오고' 하는 악순환이 무한히 반복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단청을 부식시키고 뱀을 불러오는 궁궐의 딜레마

단순히 새가 울어 소란스러운 수준에서 끝났다면 해프닝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릅니다. 진짜 문제는 새 배설물이었습니다. 새의 배설물은 산성을 띠고 있어 칠해진 단청을 까맣게 벗겨내고 목재 부제를 부식시켜 건물의 수명을 치명적으로 갉아먹습니다.


화려한 전통 단청 무늬 위에 커다란 새 배설물 자국이 묻어 있는 모습이 클로즈업된 영상 화면입니다. 화면 중앙에는 '새똥이었습니다'라는 자막이 텍스트로 적혀 있습니다.

강한 산성 성분을 가진 새의 배설물은 단청의 색을 바래게 하고 나무 부재를 부식시키는 주범이 되곤 했습니다.


게다가 새들이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기 시작하자, 이를 노리고 뱀이 기둥을 타고 올라오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국왕이 정사를 펼치는 근정전 처마 밑에 뱀이 서식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건물의 수명과 위엄이 동시에 위협받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였습니다.

판자로 막으면 되지 않냐고요? 시선과 미관의 차단

그러면 처마 밑의 복잡한 틈새를 판자나 벽체로 완전히 막아버리면 되지 않냐고요? 그 순간 건물의 얼굴이 사라집니다. 처마 밑 공포 구조와 단청은 조선 궁궐 건축 미학의 정수이자 건물의 웅장함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판자로 꽉 막는 순간 수백 개의 부제가 만든 정교한 입체감과 아름다운 단청은 통째로 어둠 속에 갇히고 맙니다. 새를 막기 위해 건물의 정체성과 미학을 포기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해결책이었던 셈이죠.

쫓지도 막지도 않고 '앉을 자리만' 없앤 역발상

여기서 조선의 건축가들은 발상을 뒤집습니다. 새를 물리적으로 때려 쫓거나 건물을 폐쇄적으로 막아버리는 대신, 새가 처마 구조물에 발을 붙이고 앉을 공간 자체를 없애기로 한 것입니다.


경복궁의 전통 건축물 처마 아래로 얇은 그물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앞을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 지나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 캡처 화면

건물의 단청과 구조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새가 머물지 못하게 하는 역발상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처마 끝선에서 기둥 머리 방향으로 가는 실이나 쇠로 만든 그물을 비스듬히 늘어뜨려 쳤습니다. 이를 통해 멀리서 바라보는 관람객의 눈에는 그물망이 거의 인식되지 않고 아름다운 단청과 정교한 공포 구조만 선명하게 들어오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날아드는 새의 입장에서는 발을 디딜 공간이 차단되어 둥지를 틀 수 없게 됩니다.

그물 한 겹으로 새의 입착은 차단하고, 사람의 시야와 미관은 막지 않은 명쾌한 해결책이 완성된 것입니다. 조선왕조실록 등 고문헌에는 이 시설이 '쇠그물' 또는 '철망'이라는 표현과 함께 '부시'로 등장합니다.

100년이 지나도 동일한 자리에 걸려 있는 공학적 지혜

근정전은 1층과 2층 처마 바깥쪽 전체를 이 부시로 꼼꼼히 감쌌습니다. 구조상 그물을 늘어뜨리기 어려운 담장 상부 등에는 뾰족한 창(철침)을 꽂아 새가 앉지 못하도록 방지했습니다.


경복궁 근정전 처마 밑에 새의 접근을 막기 위해 촘촘하게 설치된 검은색 그물망이 보입니다.

처마 아래 정교한 건축 미학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새들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지혜로운 해결책입니다.


오늘날 근정전 처마 밑을 지키는 그물은 과거의 명주실이나 쇠줄 대신 현대적인 강선이나 합성섬유로 재질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수백 년 전과 완전히 같은 자리에, 같은 이유로, 동일한 역발상 구조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힘으로 눌러 가리거나 자연의 힘을 강제로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행동 습성을 파악해 한 끝 차이의 구조적 미학으로 문제를 완벽히 통제해 낸 근정전 부시. 조선 궁궐의 뛰어난 건축적 지혜는 이렇게 탄생한 겁니다.


FAQ

경복궁 근정전 처마 밑 그물은 현대에 문화재 보수를 위해 설치한 것인가요?

아닙니다. '부시'라고 불리는 이 그물망은 조선시대부터 실록에 '쇠그물' 등의 기록으로 등장하는 전통 조류 방지 시설입니다. 현대에는 재질만 현대식 소재로 바뀌었을 뿐 동일한 원리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새를 막기 위해 처마 밑을 나무판자로 완전히 막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마 밑 공포 구조와 단청은 목조건축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판자로 막을 경우 단청과 정교하게 짜 맞춘 부재가 모두 가려지기 때문에, 미관을 손상시키지 않고 새만 차단하기 위해 그물 형태를 선택했습니다.

부시는 어떤 원리로 새와 뱀의 피해를 예방하나요?

처마 끝에서 기둥 머리까지 그물을 비스듬히 쳐서 멀리서 볼 때 시야와 단청은 가리지 않으면서, 새가 처마 틈새로 들어가 앉거나 둥지를 틀 공간을 물리적으로 차단합니다. 이를 통해 산성 새똥으로 인한 단청 부식과 둥지를 노리고 올라오는 뱀의 침입을 동시에 방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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