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고산지대의 거대한 빙하와 만년설이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수백 년 뒤에도 그대로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지역에 있는 빙하 가운데 일부가 2050년까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2000년 이후 불과 25년 사이 전체 빙하 면적이 약 30% 줄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만년설 여행지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멋진 풍경을 보는 여행인 동시에,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하는 여행이 되고 있습니다.
스위스 알프스
25년 만에 빙하 면적 약 30% 줄었습니다
빙하 면적 약 30%나 줄은 알프스 / 이해를 돕기 위한 ai이미지 |
융프라우요흐에서 내려다보는 알레치 빙하나 체르마트 주변의 거대한 빙하는 스위스 여행을 대표하는 장면입니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가 워낙 잘 연결돼 있어 전문적인 등산 장비 없이도 3,000m급 고산지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알프스의 모습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위스 빙하 관측기관 GLAMOS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스위스 빙하 면적은 약 755㎢로 추정됩니다. 2000년과 비교하면 약 30% 감소했습니다. 얼음의 부피 역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사이 약 24%가 사라졌습니다. 2025년 한 해에만 남아 있던 빙하 부피의 3%가 줄었습니다. 전망대에서 보면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수십 년 전 사진과 나란히 놓으면 빙하가 어디까지 후퇴했는지가 훨씬 잘 보입니다. 대표적인 만년설 여행지가 이제는 기후변화를 기록하는 거대한 관측소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1912년 있던 빙하의 91%가 사라졌습니다
킬리만자로 빙하는 더 최악 / 이해를 돕기 위한 ai이미지 |
적도에서 약 30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아프리카에 만년설이 있다는 것부터 독특합니다. 해발 5,895m 킬리만자로 정상부에는 지금도 빙하가 남아 있습니다. 열대 평원에서 출발해 숲과 황량한 고산지대를 지나 마지막에 얼음이 등장하는 풍경 때문에 전 세계 트레커들이 찾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의 변화는 알프스보다 더 극적입니다.
유네스코가 2025년 소개한 킬리만자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빙하가 처음 정밀하게 지도화된 1912년 이후 빙하 면적의 약 91%가 사라졌습니다. 연구진은 단순한 기온 상승뿐 아니라 강수량 감소와 빙하를 다시 채워줄 눈의 부족도 중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킬리만자로 빙하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상의 얼음은 이제 넓은 설원보다는 거대한 얼음벽과 조각난 빙원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헤밍웨이가 제목으로까지 남겼던 ‘킬리만자로의 눈’이 영원한 풍경은 아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캐나다 로키 컬럼비아 빙원
도로 옆 표지판만 봐도
125년 이상 지속적으로 후퇴 / 이해를 돕기 위한 ai이미지 |
캐나다 로키를 관통하는 아이스필즈 파크웨이를 달리다 보면 산 사이로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컬럼비아 빙원에서 흘러내린 아사바스카 빙하입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빙하의 변화를 여행자가 직접 비교해볼 수 있어서입니다.
캐나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아사바스카 빙하가 지난 125년 이상 지속적으로 후퇴해왔다고 설명합니다. 빙하 주변에는 과거 얼음 끝이 어디까지 내려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과 표식도 남아 있어, 현재 빙하가 얼마나 멀어졌는지 걸으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공원 당국이 소개한 자료에서는 아사바스카 빙하가 최근 연평균 약 5m씩 줄어드는 수준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하얀 얼음산 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전까지 빙하였던 맨바닥을 직접 걸으며 현재의 빙하 끝까지 이동하게 됩니다. 기후변화를 숫자보다 거리로 체감하게 만드는 장소입니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잘 버틴다던 페리토 모레노마저
칼빙 현상 / 이해를 돕기 위한 ai이미지 |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페리토 모레노는 조금 특별한 빙하였습니다.
주변 파타고니아 빙하들이 후퇴하는 동안에도 빙하 앞부분의 위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빙하’로 유명했습니다. 실제로 1999년부터 2013년 사이 빙하 끝의 변화는 약 50m 범위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2025년 국제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일부 지역의 빙하 끝이 최근 800m 이상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빙하 표면이 낮아지는 속도도 2000~2019년 연평균 0.34m에서 2019~2024년에는 연평균 5.5m까지 빨라졌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페리토 모레노가 지난 100년 사이 겪은 가장 큰 후퇴로 평가했습니다.
그래도 여행자가 보는 풍경은 여전히 엄청납니다. 전망 데크 앞을 가득 채운 푸른 얼음벽에서 거대한 얼음 조각이 떨어져 호수로 무너져 내리는 ‘칼빙’ 현상이 반복됩니다. 오랫동안 기후변화의 예외처럼 여겨졌던 빙하까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만년설 여행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구 온난화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만년설과 빙하는 우리에게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동시에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눈과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소중한 풍경들을 향해 의미 있는 여정을 준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