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위대하다라는 말이 나오는 알프스 전망대 / 사진=unsplash |
“사람은 위대하다”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나오 게 되는 곳들.
바로 알프스 전망대입니다.
대체 해발 3,000m가 넘는 곳에 어떻게 기차역과 전망대를 세우고
그 산꼭대기에 케이블카와 열차가 도착하는 기이한 풍경.
지금이야 표 한 장 끊고 올라가면 끝이지만
생각해보면 도로조차 없었던 그 시절 산 위에
누군가는 철로를 깔고 케이블을 연결하고
건물을 지어야 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발상이 현대시대에 들어서
생긴게 아니라는 점이죠.
알프스에서는 이미 19세기 말부터 산악철도
건설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지금 우리가 편하게 즐기는 전망 뒤에는
100년 넘게 이어진 꽤 무모하고 집요한 기술의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융프라우요흐
처음에는 곡괭이 들고 산을 뚫었습니다
곡괭이의 기적 / 이해를 돕기 위한 ai이미지 |
대표적인 사례가 융프라우 철도입니다.
공사는 1896년 시작됐습니다. 초기 구간에서는 제대로 된 대형 건설기계조차 없어 이탈리아 출신을 비롯한 노동자들이 삽과 곡괭이, 사람의 힘으로 작업했습니다. 겨울이면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이어지는 당시 증기철도마저 멈췄기 때문에, 공사현장 물자를 옮기려고 아이거 빙하에 허스키들을 두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산 바깥으로 철길을 두르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눈사태와 가파른 지형을 피하면서 고도를 높이기 위해 아예 아이거와 묀히 내부로 터널을 뚫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공사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자금난과 노동쟁의가 이어졌고 공사 책임자가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파업은 여섯 차례 있었으며, 주로 폭파 사고로 노동자 3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896년 첫 삽을 뜬 철도가 융프라우요흐에 도달한 것은 1912년, 무려 16년 뒤였습니다. 그래서 융프라우요흐에서 열차를 내릴 때 한 번쯤 터널 벽을 볼 만합니다. 지금 몇십 분 만에 지나온 그 길을 만드는 데는 16년이 걸렸습니다.
고르너그라트
가파르면 철로에 톱니를 달았습니다
120년 째 톱니가 돌아가는 고르너그라트 / 이해를 돕기 위한 ai이미지 |
체르마트의 고르너그라트 철도는 다른 방식으로 산을 상대했습니다.
가파른 산에서 일반 열차의 바퀴와 레일만으로는 문제가 생깁니다. 경사가 심해질수록 바퀴가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철로 가운데에 톱니가 달린 랙을 놓고, 열차 아래 톱니바퀴가 여기에 맞물려 올라가는 랙 철도를 사용했습니다. 고르너그라트 노선은 최대 20% 경사를 오르도록 설계됐습니다.
공사 규모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1896년부터 1898년까지 주로 이탈리아에서 온 노동자를 포함해 한때 1,000명 넘는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고도가 높아 눈이 녹은 뒤부터 다시 겨울이 오기 전까지 실제 공사를 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았습니다. 그런데도 약 2년 만에 노선을 완성했고, 1898년 첫 열차가 고르너그라트에 도착했습니다. 스위스 최초의 전기식 톱니바퀴 철도라는 기록도 남겼습니다. 지금 마터호른 보면서 창가 사진 찍느라 바쁜 그 열차 밑에서는 톱니바퀴가 120년 넘게 구르고 있습니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죠.
에귀디미디
철로 대신 하늘에 길을 만들었습니다
케이블카라는 새로운 도전 / 직접촬영 |
프랑스 샤모니의 에귀디미디는 한 단계 더 과감합니다.
해발 3,842m 암봉까지 철도를 만드는 대신 케이블카로 공중을 연결했습니다. 케이블카 구상 자체는 1909년 등장했고, 현재 시설의 직접적인 토대가 된 공사는 1951년부터 1955년까지 진행됐습니다. 완성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케이블카였습니다. 산악철도가 땅과 암반을 따라 길을 만드는 기술이라면 케이블카의 발상은 반대입니다.
중간 지형을 전부 도로로 연결하려 하지 않고, 단단한 지점에 역과 지지 구조물을 설치한 뒤 강철 케이블로 공간을 건너뜁니다. 절벽과 빙하가 뒤섞인 알프스에서 특히 유리한 방식이었습니다. 그래도 1950년대 기술로 3,800m 가까운 암봉에 시설을 세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에귀디미디 정상에는 당시 케이블카 건설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 전시 공간과 실제 기계 설비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전망만 보고 바로 내려오기에는 의외로 아까운 이유입니다.
마테호른
이제 3,883m까지 케이블카가 올라갑니다
이제는 세계 최고의 전망대 / 이해를 돕기 위한 ai이미지 |
기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체르마트의 클라인 마터호른에는 1970년대 또 하나의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해발 3,000~4,000m 구간에서 약 3년에 걸쳐 공사를 진행했고, 1979년 케이블카가 완성됐습니다. 지금의 마터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가 자리한 곳입니다.
현재 산악역의 높이는 무려 3,883m. 주변에는 14개의 빙하와 38개의 4,000m급 봉우리가 펼쳐집니다. 최근에는 두 개의 3S 곤돌라 시스템까지 연결되면서 이 일대의 산악 교통망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변화가 하나 보입니다.
100여 년 전에는 산을 뚫어서 올라갔고, 이후에는 톱니바퀴를 이용했으며, 케이블 기술이 발전하자 아예 계곡과 빙하 위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알프스 전망대는 결국 각 시대가 가진 최고의 기술로 ‘사람을 얼마나 높은 곳까지 안전하게 올려보낼 수 있는가’를 시험해온 현장이기도 합니다.
직접촬영 |
“저 철로는 누가 여기까지 깔았을까.”
“저 케이블은 처음에 어떻게 산 건너편까지 연결했을까.”
“100년 전 사람들은 장비도 부족했는데 왜 굳이 여기까지 올라오려고 했을까.”
작은 질문과 어처구니 없었던 발상, 그리고 그 시작이
오히려 최신 문명을 가진 현대인들을 감탄게 했습니다.
우리가 돈을 내고 사는 건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지만
그곳까지 올라가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알프스 유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