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구석에서 1인 미디어를 만들다가 MBN 옴부즈맨 프로그램 출연 요청을 받고 레거시 미디어 세트에 서게 되었습니다.
- 압도적인 스튜디오와 아나운서의 완벽한 발성에 눌렸지만, 고도의 방송 기술이 왜 뉴미디어로의 이탈을 막지 못하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 전달 방식의 포장보다 취향과 본질이 중요해진 시대에도 정제된 격식과 품위가 지니는 신뢰의 가치를 돌아봅니다.

안녕하세요. 고요한 식당입니다.
지난주에 방송 촬영을 하고 와서 실제로 방송이 방영됐습니다. MBN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열린 TV 열린 세상'이라는 프로였는데요. 자사에서 방영했던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의 눈으로 비평하는 방송입니다. 지난 5월쯤 작가님에게서 출연 가능하냐는 연락이 왔을 때, 레거시 미디어에서 나를 불러준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기도 하고 반가웠습니다. 다만 제가 당시 전역 전이라 6월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말씀드렸죠. 사실 이 말을 하고 까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규 프로그램이라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다고 하셨고, 진짜로 7월에 다시 연락이 와서 촬영을 마치고 왔습니다.
방구석에서 편하게 이야기하던 사람이 레거시 미디어 스튜디오에 직접 가보니 솔직히 좀 쫄리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촬영 자체는 굉장히 효율적이었습니다. 15분 분량 방송인데 실제 촬영 시간도 15분을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됐거든요.
기존 방송 스튜디오에 직접 가보니 현장의 효율적인 진행과 카메라 환경에 새삼 놀랐습니다.
하지만 세트에 앉는 순간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TV에서나 보던 커다란 카메라 두 대가 나를 향해 있고, 조명과 프롬프트가 켜진 상태에서 아나운서 두 분이 정제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들어오셨습니다. 평소 유튜브를 찍을 때는 지극히 날것의 편안한 목소리로 말하던 저와 달리, 배에서부터 울려 나오는 아나운서 특유의 발성과 톤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매우 능숙하고 완벽하게 다듬어진 사회적 멘트와 포스에 눌려서, 저는 녹화하는 내내 말을 많이 더듬었습니다. 이거 방송에 나갈 수나 있나, 다시 찍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걱정스러웠죠. 다행히 PD님께서 편집으로 아주 깔끔하게 다듬어 주셨습니다.
직접 경험한 방송 녹화 현장에서 느낀 아나운서의 발성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첫 번째는 역시 레거시 미디어에서 요구하는 전문 인력의 정제됨과 기술적 디테일은 확실히 압도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카메라 시선 처리, 발성, 목소리 톤, 문장을 끊는 호흡과 리액션까지,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은 감히 따라가기 힘든 프로로서의 능력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의문이 생겼습니다. 레거시 미디어 출연자들의 방송 스킬이 이렇게나 뛰어난데, 왜 레거시 미디어는 끊임없이 위기라는 소리를 듣고 시청자들의 시간은 뉴미디어 쪽으로 쏠리는 걸까요? 젊은 세대일수록 왜 뉴스조차 뉴미디어로 소비하는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이제 잘 전달하기 위해 가공된 부차적인 '기술적 포장'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듣는 것은 자막이나 보충 영상으로 충분히 해결됩니다. 약간 세련되지 않은 발성이라도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고, 오히려 내 취향에 맞는 시각과 솔직한 말을 원합니다. 화려하게 포장된 정제함 그 자체에는 더 이상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레거시 미디어를 직접 경험해보니 정제된 형식이 주는 분명한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품위나 격식 같은 것들은 앞으로 완전히 필요 없는 요소가 될까요? 탈격식과 탈품위가 대세가 되고, 구독자만 많으면 새로운 계급의 위로 올라가는 세상이 되었지만, 저는 정제된 품위와 격식이 주는 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정제된 목소리와 세련된 태도는 비본질적인 포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의 '본질적인 신뢰도'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반팔 티셔츠에 모자를 쓰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제 채널 같은 뉴미디어도 생존하겠지만, 정제된 격식을 갖춘 매체 역시 끊임없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것은 메시지의 신뢰를 담보하는 또 다른 기준이자 문화적 영역으로 남을 테니까요. 비본질적인 포장을 떼어내고 본질만으로 승부하는 시대이지만, 그 격식이 가지는 신뢰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사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요한 식당이었고요. 구독과 좋아요는 영상 제작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바이.
FAQ
MBN '열린 TV 열린 세상'에는 어떤 역할로 출연했나요?
자사 방영 프로그램을 시청자의 눈으로 비평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 특성에 맞춰, 외부 미디어 시각을 전달하는 비평자로 출연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 촬영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아나운서들의 압도적인 발성과 카메라 시선, 문장 호흡 등 전문 방송인의 정제된 기술적 숙련도가 1인 미디어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뛰어난 방송 기술에도 불구하고 레거시 미디어가 위기를 겪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청자들이 더 이상 전달을 위한 부차적인 '기술적 포장'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시각과 솔직한 콘텐츠 본질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미디어에서 품위와 격식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까요?
아닙니다. 정제된 품위와 격식은 메시지의 신뢰도를 상징하므로, 뉴미디어가 확산되더라도 격식 있는 미디어를 원하는 수요와 역할은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