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우포늪과 깊은 산골 오지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이 내어주는 결실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 빠른 성과와 인위적 편리 대신 오랜 노동과 기다림을 택하면서 경쟁 없는 마음의 평온을 얻고 있습니다.
- 자연과 공존하며 자급하는 이들의 태도는 소멸해가는 지역 생태와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중요한 물음을 던집니다.

무려 1억 4천만 년의 세월을 품은 경남 창녕의 우포늪부터 사람의 발길이 드문 밀양 향로산 오지, 그리고 가평 유명산의 숲속까지, 도시의 빠른 속도를 벗어나 자연의 순리에 삶을 온전히 맡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편리한 문명과 기술이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도 이들은 늪에서 맨손으로 고둥을 줍고, 산중에서 벌과 약초를 돌보며 자급자족의 일상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1. 지금 자연의 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국내 최대의 자연 내륙 습지인 우포늪은 480여 종의 식물과 1,000여 종의 생명체가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의 생계 터전이었던 이곳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났고, 현재는 유일하게 정식 어업 허가를 받은 임봉순 할머니만이 남아 40여 년째 맨손 조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웃인 환경감시원 주영학 씨 역시 작은 쪽배를 타고 늪의 생명을 지키며 공존의 길을 걷습니다.

우포늪을 누구보다 아끼며 일상을 지키는 토박이들의 발걸음이 오늘도 분주하게 이어집니다.
한편 경남 밀양의 해발 976m 향로산 중턱 가산마을에서는 김성수·정경숙 씨 부부가 전기도 귀했던 산간 오지에 터를 잡고 100여 통의 벌통과 꾸지뽕 나무를 가꾸며 살아갑니다. 경기도 가평 유명산 자락의 이정분 씨 또한 산야에서 자라는 들꽃과 풋감, 신나무를 채취해 꽃차를 덖고 천연염색을 하며 사계절 자연의 색과 향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2. 왜 이들의 자급자족이 지금 다시 주목받는가
오늘날 현대 사회는 극단적인 효율성과 편의를 추구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정서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자급자족하는 이들의 삶이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남과의 비교와 경쟁을 내려놓고 얻는 본질적인 마음의 평안에 있습니다.

산중에서 벌을 돌보며 얻은 귀한 꿀 한 방울에는 자연이 내어준 소박하지만 정직한 삶의 결실이 담겨 있습니다.
향로산에서 벌을 치고 꾸지뽕 뿌리로 백숙을 끓여 먹는 부부는 도시에서 겪던 경쟁심이 자연 속에서는 거짓말처럼 사라진다고 입을 모읍니다. 산딸기 하나, 찔레꽃 꿀 한 방울을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정직하게 땀 흘린 만큼 되돌아오는 자연의 대가는 어떤 인위적인 보상보다 삶을 풍요롭고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3.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힘
이러한 자급자족의 기반에는 자연을 착취의 대상이 아닌 소중한 '식구'이자 '생금장(금고)'으로 대하는 태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포늪의 어부는 욕심부리지 않고 손으로 만져지는 만큼만 거두며, 산속 양봉가는 꿀벌을 가족처럼 여기며 정성스럽게 꿀을 채취합니다.

직접 수확한 재료에 정성을 더해 차려내는 한 끼 식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누리는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전남 장흥 득량만 바닷가에서 갓 수확한 양파와 직접 낚은 갯장어에 집된장을 풀어 '된장 물회'를 내는 장미라 씨의 밥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바다의 갯벌과 밭의 흙이 빚어낸 제철 재료를 인위적인 조미료 없이 다루는 손맛은 기다림과 정성이 깃든 오랜 노동의 결실입니다. 가평의 정원에서 풋감을 발효시켜 햇볕에 천을 말리며 천천히 발색을 기다리는 염색 작업 또한 계절과 시간에 순응하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꽃과 식물을 가꾸며 자연의 색과 향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삶은 그 자체로 풍요로운 행복을 선물합니다.
4. 우리 일상과 공동체에 주는 구체적인 변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이들의 일상은 단순한 귀촌이나 시골 생활을 넘어 지역 생태계와 전통 식문화 보전의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우포늪을 순찰하며 야생동물의 터전을 살피는 활동이나, 잊혀가는 지역 고유의 된장 물회 조리법을 지키는 일은 그 자체로 소중한 유산입니다.
또한 이러한 삶의 태도는 복잡한 도시에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소비 중심의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기준점을 제시합니다. 내가 입는 옷과 먹는 음식, 마시는 차 한 잔이 어디서 왔는지 돌아보고, 스스로 무언가를 가꾸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얻는 자립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5. 앞으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시선
자연 속 자급자족은 결코 낭만적인 풍경에 머물지 않습니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고령화로 인해 오랜 세월 자연을 지켜온 토착 주민들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보전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지켜낼 다음 세대의 손길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자연이 내어주는 만큼만 취하고 자연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묵묵한 발걸음은, 과도한 소비와 속도전에 지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삶의 균형을 맞추어야 할지 따뜻하지만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FAQ
우포늪에서는 누구나 물고기나 우렁이를 잡을 수 있나요?
우포늪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일반인의 무단 채취나 어로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과거부터 터전을 잡고 살아오며 정식 허가를 받은 소수의 주민만이 제한적으로 조업할 수 있습니다.
장흥의 된장 물회는 일반 물회와 어떻게 다른가요?
일반적인 초고추장 중심의 새콤달콤한 육수 대신, 집에서 직접 담근 재래식 된장을 풀어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내는 것이 전남 장흥 지역 전통 된장 물회의 특징입니다.
천연염색에서 풋감과 햇볕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여름철 덜 익은 풋감의 즙을 내어 옷감에 먹인 후 햇볕과 바람에 말리면, 감의 타닌 성분이 자외선과 반응하여 차츰 짙은 갈색으로 발색되면서 질기고 통기성이 좋은 천이 완성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