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던 남편이 30대 후반 강원도 횡성에 아내 몰래 통나무집을 짓기 시작해 20여 년간 가꿔왔습니다.
- 러시아산 원목과 전통 한옥 방식을 직접 공부하며 지은 이 공간은 단순한 주택을 넘어 가족의 추억이자 주말 힐링 터전이 되었습니다.
- 은퇴를 앞두고 평일 도시 생활과 주말 자연 치유를 병행하는 듀얼 라이프의 현실적인 모델을 제시합니다.

도시의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자연 속 나만의 안식처를 꿈꿉니다. 강원도 횡성의 깊은 산골, 울창한 숲에 안긴 웅장한 통나무집과 고즈넉한 한옥 한 채는 20여 년 전 한 직장인의 과감한 결단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30대 후반 은행원이었던 남편이 아내 몰래 시작한 집짓기가 24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온 가족과 지인들의 쉼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20년 전 아내 몰래 시작된 횡성 산골의 집짓기
이 집의 역사는 2002년, 남편이 아내가 미국 여행을 떠난 틈을 타 시작되었습니다. 도시 생활에 익숙했던 아내를 설득하기 어려웠던 남편은 귀농과 자연 속 삶이라는 로망을 이루기 위해 고향인 강원도 횡성에 땅을 마련하고 통나무학교를 다니며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친정어머니의 전화를 받고서야 집이 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이제는 그 공간이 가져다준 변화를 함께 누리고 있습니다.

벽면부터 천장까지 통나무로 마감된 실내는 웅장하면서도 따스한 자연의 정취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처음 지어진 집은 자연재해에도 끄떡없도록 설계된 견고한 통나무집입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부산항을 거쳐 경북 영천에서 가공된 지름 25cm의 러시아산 사스나(홍송) 원목을 공수해 통나무에 홈을 파고 우물 정(井) 자로 쌓아 올리는 풀노치 공법을 적용했습니다. 배선 하나까지 벽체 내부로 숨기는 세심한 마감으로 20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정갈한 멋을 자랑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젊은 시절, 남다른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산골 집짓기라는 큰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은퇴 전 이른 나이에 전원주택을 선택한 배경
남편이 30대 후반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전원주택 건축을 감행한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은행에서 주택 관련 금융 업무를 접하며 남의 집이 아닌 '내 손으로 지은 집'에 대한 매력을 깊이 느꼈고, 자녀들의 교육비 등 본격적인 지출이 늘어나기 전에 털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산골 집은 남편에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도심 직장 생활의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서 주말마다 찾을 수 있는 피난처를 만든 셈입니다. 산의 중심 지형에 맞춰 거실과 침실 지붕을 3단으로 층차를 두어 배치했고, 아이들을 위한 넉넉한 다락방과 손님용 게스트룸까지 손수 구성하며 집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통나무집에서 전통 한옥과 팔각정으로 이어진 확장
첫 통나무집을 완공한 후에도 남편의 공간 만들기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5년 뒤에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대화를 나누고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전통 한옥과 팔각정을 추가로 지었습니다.

손님방 위에 비밀스럽게 자리 잡은 이 다락 공간은 창밖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안락한 쉼터가 되어줍니다.
비 오는 날 처마 밑에서 산세를 바라볼 수 있는 한옥 대청마루는 지인들의 회의나 힐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남은 자재를 활용해 8개 면의 풍경을 한 폭의 병풍처럼 담아낸 팔각정은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발효와 숙성을 위해 5년에 걸쳐 손수 파 내려간 토굴 창고까지 더해져 자연 속 생활의 풍요로움을 완성했습니다.

팔각정의 여덟 면을 통해 마주하는 각기 다른 자연의 풍경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호사입니다.
20년의 세월이 가족과 삶에 가져온 실제적 변화
처음엔 갑작스러운 집짓기와 3층 규모의 집 관리에 부담을 느꼈던 아내와 가족들도 점차 횡성 집만의 매력에 녹아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자란 딸들은 주말마다 다락방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도심 아파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유년 시절의 특별한 추억을 쌓았습니다.

아이들의 추억이 깃든 다락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딸들에게도 여전히 따뜻한 휴식처가 됩니다.
남편은 20년 동안 매주 금요일 퇴근 후 횡성으로 내려와 직접 채소를 가꾸고 버섯과 나물을 채취하며 주말을 보냈습니다. 주말마다 왕복 4시간 이상을 오가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자연 속 노동은 직장 생활의 피로를 씻어내는 가장 확실한 치유제가 되었습니다.

직접 가꾼 숲속 공간에서 친구들과 어우러져 보내는 시간은 도시 생활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완전한 귀촌을 앞두고 주목할 주말 듀얼 라이프
남편은 이제 3~4년 뒤 다가올 은퇴 후 이곳으로 완전히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무작정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가는 방식 대신, 평일에는 도시 직장인으로 일하고 주말에는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5도 2촌 생활을 20년 넘게 유지하며 연착륙을 준비해 온 것입니다.
집이란 단순히 비바람을 피하는 건물이 아니라 가족의 시간을 품고 마음을 치유하는 그릇이라는 점을 이 집은 보여줍니다. 과감한 결단과 20여 년의 꾸준한 정성이 빚어낸 횡성의 숲속 터전은 은퇴 후 삶이나 주말주택을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실천적 사례입니다.
FAQ
통나무집을 짓는 데 어떤 자재와 공법이 사용되었나요?
유럽 별장에 주로 쓰이는 러시아산 사스나(홍송) 원목을 직수입해 사용했으며, 통나무에 홈을 파 우물 정(井) 자 형태로 견고하게 쌓아 올리는 풀노치 공법을 적용했습니다.
아내 몰래 집을 지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시 생활을 선호하는 아내를 설득하기 어려웠던 남편이 자신의 오랜 로망이자 가족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아내의 해외여행 기간에 맞춰 착공을 시작했습니다.
통나무집 외에 추가로 조성된 공간들은 무엇인가요?
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통 한옥과 여덟 면의 산세를 조망하는 팔각정, 그리고 복분자와 오미자 등을 자연 온도에서 숙성시키는 천연 토굴 창고를 조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