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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년 된 민가 한옥 원형을 지키기 위해 양옥을 덧짓고 계절을 나눠 사는 부부의 지혜

spark_icon7분 지식
  • 은퇴 후 7년간 전국을 찾아 헤맨 부부가 전남 화순의 117년 된 인공 수로 품은 민가 한옥을 인수하여 원형 보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 집의 훼손을 막고자 현대식 창호 대신 전통 갑창과 직접 칠한 황토 핸디코트를 활용하고, 옆에 낮고 소박한 양옥을 지어 겨울철 단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 여름에는 한옥, 겨울에는 양옥에서 거주하며 고택의 가치를 훼손 없이 다음 세대로 넘겨주려는 삶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전남 화순의 조용한 동복천 변, 수백 년 된 숲정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집 안으로 작은 개울물이 유유히 흐르는 117년 된 고택을 만날 수 있습니다. 1910년 동복 오씨 가문에서 처음 지은 이 집은 일반적인 궁궐이나 양반가 한옥과 달리, 당대 부유한 자영농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5칸 민가 한옥입니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며 7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닌 서명자·박호철 씨 부부는 2013년 이 집을 처음 만난 순간 운명 같은 미감을 느끼고 세 번째 주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대부분의 오래된 시골집이 추위를 막기 위해 알루미늄 창호를 덧대거나 서까래를 덮어 원형을 잃어가지만, 부부는 고택 고유의 아름다움을 손상시키지 않는 보존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현대 주거의 편의성과 고택의 전통적 가치가 충돌할 때 이들 부부가 찾은 해법은 무엇일까요?

한옥 방 안에서 한 여성이 해금을 연주하며 앉아 있고, 열린 창문을 통해 마당의 풍경이 보입니다.

집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방에서 창밖의 고즈넉한 풍경을 마주하며 보내는 일상은 꿈꾸던 전원생활 그 자체입니다.

117년 세월 품은 민가 한옥과 운명적 만남

이 한옥의 가장 결정적인 독창성은 집 안으로 흐르는 100년 넘은 인공 수로입니다. 과거 동복 오씨 형제들이 가문 내 안악네들의 빨래와 목욕 등 생활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하천 물을 집 안 마당으로 직접 끌어들였던 유석 깊은 수로입니다. 오늘날에도 미꾸라지, 다슬기, 민물 새우가 서식할 정도로 맑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건축학적으로는 남도 특유의 통풍 잘되는 일자형 5칸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덧댄 구조물이 없어 100년 전 비례와 아름다움이 원형에 가깝게 유지되어 있습니다. 부부는 이 집의 아름다운 목조 분할을 보며 "선면의 분할이 몬드리안의 황금 분할보다 아름답다"며, 세 번째 주인으로서 집의 가치를 온전히 덧보태 다음 세대로 건네주는 것을 자신들의 역할로 정의했습니다.

푸른 나무와 흰 수국이 우거진 정원 사이로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으며, 개울 중앙에는 유리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과거 안악들의 생활 공간이자 집 안으로 물길을 끌어들였던 옛 수로는 이제 부부의 손길을 거쳐 고즈넉한 정원으로 변모했습니다.

왜 이 옛집의 원형 보존이 중요한가

민가 한옥은 당대 민중의 실용적인 지혜와 생활양식이 집중된 귀중한 문화적 자산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가 한옥은 겨울철 단열 문제로 인해 무분별하게 공간을 확장하거나 현대식 자재로 무리하게 개조되면서 독특한 미감과 구조적 가치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집 역시 대청마루와 광의 통풍을 돕는 전통 홍살구조, 쌀 100가마니를 보관하던 대형 쌀주(뒤주) 흔적 등 옛 삶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만약 무리한 현대식 리모델링을 감행했다면 이러한 역사적 레이어는 모두 사라졌을 것입니다. 부부는 편의성만을 좇는 조급함을 버리고, 집이 가진 100년의 호흡을 유지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나무 기둥과 서까래가 드러난 한옥 내부 부엌 공간. 식탁과 현대식 가전제품이 놓여 있고 왼쪽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이 보인다.

고택의 미감은 살리되 부부의 생활 편의를 위해 아궁이 대신 현대식 입식 부엌으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손수 흙을 바르고 갑창을 덧대어 지켜낸 보존 메커니즘

부부는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6개월간 손수 리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외부 업체의 3,000만 원 상당 견적 대신, 흙이 떨어지던 천장과 벽면에 직접 황토 핸디코트 작업을 진행하고, 4개월 동안 서까래의 때를 닦아낸 뒤 오일을 발라 나뭇결과 색감을 살려냈습니다. 또한 무너져 있던 구들장을 책과 영상으로 공부해 남편이 직접 보수했습니다.

가장 돋보이는 단열 해법은 현대식 시시티브이(CCTV)나 이중창 대신 전통 '갑창'을 활용한 점입니다. 조선식 포켓도어라 할 수 있는 갑창을 덧대 외기를 차단함으로써 한옥 특유의 창호 프레임과 비례감을 단 한 곳도 훼손하지 않고 단열 기능을 보강해 냈습니다.

실내에서 중년 부부와 남성 진행자가 밝은 색상의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고, 그 뒤로 넓은 가로형 창문을 통해 푸른 나무가 보인다.

자연을 액자처럼 담아내기 위해 고민 끝에 완성한 창은 두 집의 연결 고리이자 부부의 소중한 휴식처가 되었습니다.

한옥과 양옥을 오가는 계절 분리 생활

아무리 단열을 보강하더라도 한옥 특유의 겨울철 추위를 완벽히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부는 2017년 옆터 헛간 자리에 낮고 소박한 1층 양옥을 새로 지었습니다. 이때 부부가 세운 절대 원칙은 "양옥이 한옥보다 돋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복층으로 올리면 조망은 좋아지겠지만 한옥이 초라해질 것을 우려해 과감히 1층으로 단충화했습니다.

그 결과 부부는 4월부터 10월까지는 한옥에서 고택의 고즈넉함과 마당의 정취를 누리고, 11월부터 3월까지는 새 양옥으로 이동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는 지혜로운 계절 분리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한옥을 무리하게 현대화하는 대신 양옥과의 공존을 통해 두 공간 모두의 가치를 살려낸 셈입니다.

나무 기둥과 한식 문틀이 잘 보존된 117년 된 한옥 마당의 모습으로 대형 파라솔과 돌 바닥이 보입니다.

한옥의 오랜 숨결을 지켜내며 이곳에서의 여생을 아이들에게 소중한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다는 부부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다음 주인에게 전할 옛집의 온기와 향후 과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오래된 집을 보존하는 은퇴 부부의 삶은 빠르게 고쳐 쓰고 버리는 현대 건축 문화에 경종을 울립니다. 직접 손을 거쳐 가꾼 마당에서 꽃을 심고, 옛 구들의 온기를 지키며 사는 이들의 정성은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부동산이 아닌 삶의 철학이 담기는 그릇임을 증명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민가 한옥이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고택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거주자의 주택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맞춤형 보수 지침과 민간 차원의 자발적 보전 노력에 대한 세심한 제도적 지원이 더욱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FAQ

117년 된 한옥의 겨울철 추위와 단열 문제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원형 훼손을 막기 위해 현대식 알루미늄 창호를 대량 설치하는 대신, 전통 방식인 '갑창'을 덧대 외기를 차단했습니다. 또한 2017년 옆터에 소박한 1층 양옥을 지어 날씨가 추운 11월부터 3월까지는 양옥에서 지내는 계절 분리 거주 방식을 택했습니다.

집 안에 수로가 흐르는 고택의 인공 수로는 어떤 용도였나요?

1910년 집을 지을 당시 동복 오씨 가문에서 안악네들의 빨래와 여름철 목욕 등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하천 물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만든 유석 깊은 인공 수로입니다.

한옥 옆에 양옥을 신축할 때 부부가 세운 건축 원칙은 무엇인가요?

새로 지은 양옥이 100년 된 한옥보다 돋보이거나 한옥을 초라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 아래, 복층 설계를 과감히 포기하고 낮고 소박한 1층 구조로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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