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금정산성 마을에서는 500년 전 방식 그대로 통밀을 발로 디뎌 만든 피자 모양 수제 누룩과 연탄불 발효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 대량생산용 입국 방식과 달리 황국균과 백국균 등 토착 미생물이 작용하는 전통 누룩은 인공 첨가물 없이도 은은한 과실향과 깊은 풍미를 완성합니다.
- 지역별 개성이 사라지는 현대 주류 시장에서 대를 이어 가업을 지켜내는 장인의 노고는 우리 전통주 생태계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부산 금정산성 마을에는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집스럽게 옛 방식 그대로 막걸리를 빚어오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49호 유청길 명인의 양조장이 있습니다. 첨단 자동화 설비와 인공 효소가 일반화된 현대 주류 시장에서, 오직 사람의 손과 발, 그리고 자연의 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전통 수제 막걸리가 왜 최근 국내외 미식가들에게 새롭게 주목받고 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50일간의 정성이 집약된 전통 누룩과 뼈를 깎는 고된 노동 과정에 있습니다.
500년을 이어온 전통 막걸리: 수제 누룩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진풍경
금정산성 막걸리의 가장 큰 특징은 수백 년 전 조선 시대 방식 그대로 통밀 반죽을 맨발로 디뎌 만드는 원반형 수제 누룩에 있습니다. 고무신조차 벗어던지고 맨발로 체중을 실어 누룩을 디디는 작업을 '족압식'이라 부르는데, 가운데는 얇고 테두리는 두껍게 만드는 피자 모양의 독특한 형태를 띱니다. 이 둥근 테두리는 발효에 필요한 습기를 오랫동안 머금어 유익한 미생물이 번식하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전통 방식 그대로 정성스럽게 빚어낸 누룩 위로 맛의 깊이를 더하는 황국이 건강하게 피어납니다.
이렇게 빚어진 누룩은 황국균과 백국균, 그리고 지역 고유의 토착 미생물이 번성하면서 '누룩꽃'이라 불리는 노랗고 하얀 곰팡이를 피워냅니다. 현대식 보일러 대신 열전도율이 높고 온습도 조절에 탁월한 연탄불 누룩방에서 발효를 거치고, 햇볕에 뽀얗게 말리기까지 무려 50일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획일적인 발효제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오묘하고 깊은 천연의 향미가 바로 이 50일의 여정에서 완성됩니다.
획일화된 주류 시장에서 전통 누룩과 '8도 막걸리'의 가치가 중요한 이유
과거 우리나라에는 각 지역과 가정마다 고유의 누룩과 제조법이 존재하여,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등 지역마다 맛과 향이 판이한 8도 막걸리의 풍부한 개성이 살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공장식 대량생산이 정착하면서, 단일 균주를 고두밥에 번식시키는 '입국(粒麴)' 방식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지역 특유의 다채로운 술 맛은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웠던 막걸리 제조를 500년 넘게 이어온 명인의 고된 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입국 방식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오직 한 가지 균주에 의존하다 보니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단맛과 인공적인 탄산감 위주의 막걸리가 양산되는 한계가 생겼습니다. 유청길 명인은 세 가지 재료(쌀, 누룩, 물)만으로 은은한 사과 향과 오묘한 산미를 끌어내는 전통 누룩 본연의 깊이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우리 술이 세계적인 명주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합니다.
50일의 인고와 연탄불 온습도 조절: 전통 누룩에 숨겨진 과학적 메커니즘
막걸리의 심장이라 불리는 전통 누룩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뒤집고 말리는' 끊임없는 돌봄이 필수적입니다. 발효를 마친 누룩을 햇볕 아래 펼쳐놓고 단단하게 말리는 작업은 수분을 적절히 제거하여 잡균의 침입을 막고 보존성을 높이는 핵심 과정입니다.
발효를 마친 누룩을 햇볕에 뽀얗게 말리는 과정은 막걸리의 깊은 맛을 완성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손으로 두드렸을 때 '따글따글'하고 묵직한 소리가 나야 비로소 잘 말려진 누룩으로 인정받습니다. 완벽하게 말라야만 빻아서 고두밥과 섞었을 때 효소 작용이 원활하게 일어나며, 술이 썩거나 변질되지 않고 고소하면서도 알싸한 원주 본연의 맛을 낼 수 있습니다.
15대째 이어지는 가업: 고된 맨손 작업과 교반 노고가 증명하는 가치
막걸리를 빚는 양조 과정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체력과 정성을 요구합니다. 끓는 찜통에서 50분간 지어낸 100도 가까운 고두밥을 오직 맨손으로 고루 펼쳐 식히는 작업부터 시작됩니다. 뭉친 밥알 사이에 균이 고르게 침투할 수 있도록 차가운 물에 손을 식혀가며 구슬땀을 흘려야 합니다.
기계적 대량생산 대신 사람이 직접 고두밥을 펴고 식히며 정성을 들이는 과정은 수백 년 전통의 맛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의식입니다.
이후 고두밥과 빻은 누룩을 25%의 황금 비율로 배합하여 거대한 발효조에 넣은 뒤에는, 매일 한 번씩 사람이 직접 긴 저개로 바닥까지 긁으며 섞어주는 '교반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상부와 하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맞추고 미생물에 산소를 공급하는 이 작업은 어깨와 허리의 통증을 동반하는 고된 노동이지만, 결코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정성의 영역입니다.
수백 년의 시간과 함께 가업을 잇는 과정에는 고된 육체적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돈이 되지 않아 한때 외면받고 사라질 뻔했던 산성 막걸리의 명맥을 지키기 위해 명인은 청년 시절의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35년간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제는 일본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아들이 든든하게 15대째 가업을 이어받으며 traditional brewing systems에 과학적 정교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지역 전통주가 살아남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변화
전통 막걸리는 단순히 술 한 잔을 넘어 그 지역의 역사와 조상들의 지혜, 그리고 자연의 순리가 고스란히 담긴 cultural heritage입니다. 해외의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우리 고유의 지역 술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편의성과 효율성만을 좇는 상업적 소비문화를 넘어 장인들의 노고와 다양성의 가치를 알아보는 소비자의 시선이 필요합니다.
수백 년 동안 마을 사람들의 손으로 보존되어 온 금정산성 막걸리처럼, 각 지역의 혼이 담긴 전통주들이 사라지지 않고 대를 이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이어져야 할 시점입니다.
FAQ
금정산성 막걸리는 시중 막걸리와 무엇이 다른가요?
공장식 대량생산 막걸리가 단일 균주를 사용하는 '입국' 방식을 주로 쓰는 반면, 금정산성 막걸리는 통밀을 직접 발로 디뎌 만든 100% 수제 전통 누룩을 사용합니다. 자연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황국균, 백국균 등 다양한 미생물 덕분에 인공 첨가물 없이도 은은한 과실향과 깊은 산미를 냅니다.
누룩을 디딜 때 왜 맨발로 작업하나요?
맨발로 디디는 '족압식' 작업은 발꿈치의 압력을 이용해 누룩의 테두리는 두껍고 가운데는 얇은 원반 모양을 일정하게 잡기 위해서입니다. 이 두꺼운 테두리가 발효 과정에서 습기를 오랫동안 머금어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듭니다.
막걸리는 완성 후 언제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나요?
유청길 명인에 따르면 막걸리를 걸러낸 후 물과 섞어 도수를 맞춘 뒤 약 3일이 지났을 때가 가장 맛있습니다. 술과 물이 완벽하게융합되어 본연의 풍미와 부드러운 목넘김이 극대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