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전국 최대 젓새우 주산지 신안 앞바다에서 하루에 네 번 들고나는 혹독한 물때에 따라 인간의 하루가 극도로 정밀하게 조절됩니다.
  • 잡자마자 선상에서 체를 치고, 물수압을 쏘아 잔새우를 분리하며, 소금물 염도차로 젓새우를 걸러내는 등 꼼꼼한 5단계 선별을 거칩니다.
  • 억대 매출 뒤에는 조각잠 4시간과 소금독에 터지는 상처를 품어가면서도, 가족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따뜻한 바다의 사나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즐기는 새우젓 한 접시 뒤에는, 전남 신안 앞바다의 거친 파도 속에서 온몸으로 '물때'를 사수하고 무려 5단계의 혹독한 선상 선별 작업을 거치는 어부들의 피 땀 눈물이 숨어 있습니다. 억대 매출 뒤에 가려진 극한의 노동 현장과 그 가치를 전해드립니다.

1. 지금,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일

전남 신안 앞바다는 그야말로 젓새우잡이의 황금어장으로 불립니다. 우리나라 새우젓 생산량의 70%가 이곳을 거쳐 가는데요. 조수간만의 차가 큰 모래 갯벌과 염전이 어우러져, 젓새우가 영양을 섭취하고 서식하기에 최고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랍니다. 날이 풀리고 봄 조업이 본격화되는 요즈음, 목포 남항에서 출발하는 어선들과 이들에게 생필품을 조달하는 '바다의 황금마차' 운반선들이 망망대해를 분주히 오가며 황금빛 수확의 시작을 알립니다.

한 번 조업을 나가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몇 달씩 바다 위에서 완전히 격리된 채 생활하는 젓새우잡이 배들의 삶. 이토록 삭막하고 고독한 바다 위에서, 어부들은 밤낮을 잊은 채 오로지 바다의 시간에 몸을 맡긴 채 구슬땀을 흘립니다.


선상 조종실 의자에 앉은 중년 남성이 한 손으로 조종 레버를 잡고 창밖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육지의 시간 대신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바다의 시간에 맞춰 매일 치열하게 조업을 이어갑니다.


어부들이 육지의 시계를 완전히 잊고 바다의 시간에만 매달리는 이유는 밀물과 썰물이 들고나는 '물때' 때문인데요. 조류를 거스르지 못해 휩쓸려 다니는 젓새우의 특성상, 제때 그물을 올리거나 내리지 못하면 이미 그물에 걸렸던 소중한 새우들마저 고스란히 휩쓸려 놓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2. 왜 젓새우잡이에 주목해야 하는가

우리가 시장이나 마트에서 흔히 접하는 뽀얀 새우젓의 진정한 가치를 깊이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조업 과정에서 얹어지는 노동의 강도는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수준입니다. 350미터나 되는 거대한 그물 양 끝에 매달린 닻과 밧줄의 무게는 무려 7톤에 육박하는데요. 조류의 강한 수압까지 더해져 그물을 올리는 양망 작업마다 뱃전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팽팽한 장력이 걸립니다.


어선 조타실에서 선장이 긴장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며 조종 장치를 다루고 있다.

사고 위험이 도사리는 양망 작업 현장에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선장의 모습입니다.


엄청난 장력 때문에 행여 밧줄이라도 튕겨 나가면 가판 위의 선원들의 위태로운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어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매 순간 연출되는 것이죠. 조업이 시작되면 선원들은 단 1초도 마음을 놓지 못한 채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데요. 이렇게 온몸을 사리지 않고 물길과 씨름하여 건져 올린 투명한 속살의 젓새우야말로 어부들의 순수한 피 땀 눈물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선박 조타실 안에서 어부 한 명이 손짓하며 조업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그물을 끌어올리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무겁고 위험한 과정입니다.


자연이 베푸는 만큼만 허락받는 거친 바다 위에서, 단 한 푼의 돈도 쓸 수 없는 고립무원의 삶을 버텨낸 뒤 얻는 값진 결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겨울 김장철마다 그토록 애타게 찾는 최상급 새우젓의 숨은 본질이랍니다.

3. 최상급 새우젓을 만드는 극한의 메커니즘

어렵사리 그물에서 털어낸 젓새우는 선상에서 숨이 멎기도 전에 비로소 '예술'의 경지로 다듬어집니다. 젓새우잡이 배만의 가장 독특한 법칙은 바로 어획과 동시에 선상에서 염장까지 마친다는 점이죠. 경매에서 높은 가격과 등급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선별 상태가 깐깐해야 하니까요. 그야말로 집요하기 짝이 없는 선상에서의 '5단계 선별 및 염장 메커니즘'이 펼쳐지게 됩니다.

선원들은 먼저 커다란 잡어와 이물질을 거르는 1차 채 치기 작업을 마칩니다. 쉼 없이 흘러드는 새우들의 대기 줄 속에서 무념무상으로 체를 치다 보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지요. 그다음 과정은 정말 놀라운데요, 비밀은 바로 고무통 벽면에 세찬 물보라를 쏘아 기절한 곤쟁이들을 물 위 순면으로 유도하여 물 수압만으로 크릴 등 잔새우들을 분리하는 2차 선별이랍니다.


나무 벽 표면에 붙어 있는 비닐에 씌워진 부부의 다정한 사진 한 장

거친 바다 생활 속에서도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고단함을 달랩니다.


이후 3차 물헹굼 선별과 가판장만의 오랜 노하우로 소금물의 염도 차를 이용해 가라앉는 북새우와 뜨는 참새우를 골라내는 4차 밀도 선별까지 마치면, 마침내 천일염이 고루 뿌려져 비로소 정갈한 젓을 형성하게 됩니다. 최종 염장을 할 때도 미끄러운 바구니 틈으로 눈을 크게 뜨고 아주 자그마한 조개껍데기나 미세한 티끌들까지 일일이 맨손으로 골라가며 버무려야 한답니다. 소금독에 짓무르고 갈라진 손가락을 뜨거운 물에 담가가며 밤샘 조업을 완수하는 동안, 이들의 정성은 차곡차곡 드럼통 속으로 내려앉습니다.

4. 바다의 막장,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터전

육지의 막장이라는 탄광보다도 더 무서운 감옥 같다고 하여 '바다의 막장'이라 불리는 젓새우잡이. 하루에 6시간 간격으로 네 번 열리는 물때에 맞춰 눈만 붙였다 하면 깨어야 하기에, 선원들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조각잠을 합쳐 겨우 4시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토록 처절한 고난의 바다는 절망의 벼랑 끝에 몰린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소중한 은혜의 장소이기도 한답니다.


앞에 서 있는 외국인 선원이 노란색 바구니를 들고 배 위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뒤로 다른 선원들이 어업 작업 중인 모습

거친 바다 위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각자의 미래를 준비하는 선원들의 하루입니다.


일한 만큼 확실하게 성과를 돌려주는 높은 급여 구조 덕분인데요. 고향에 가족들의 빚이 잔뜩 쌓여 절박했던 인도네시아 선원 유스만 씨는 이곳에서 4년간 묵묵히 땀 흘려 일 한 월급으로 빚을 청산하고, 고향 땅에 우뚝 솟은 2층짜리 대저택을 지어 부모님께 고마운 행복을 안겨드렸답니다. 거친 파도 틈에서 소금이 짓누르는 고통 속에서도 저마다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이 묵묵한 어부들의 사연은, 코끝을 시큰하게 물들이는 강인한 가족 사랑의 증거입니다.

5. 우리가 식탁 위 새우젓을 마주하며 생각해야 할 것들

우리는 때로 시장에 누워있는 새우젓을 향해 단지 비싸다거나 혹은 짜다며 인색하게 평가할 때가 참 많지요. 하지만 한 마리의 여린 새우가 뱃전에서 5단계의 극한 선별을 거치고, 천일염에 버무려져 15도 이하의 찬 바람 부는 토굴에서 여러 달 은은히 숙성되는 과정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본다면 결코 입 밖으로 쉽게 내뱉지 못할 이야기랍니다.


밝게 미소 짓고 있는 중년 남성의 옆모습이 담긴 인터뷰 화면

고된 노동 속에서도 내일을 꿈꾸며 바다를 지키는 어부의 소박한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평생을 이 험한 바닷가에서 묵묵히 소금 바람 맞으며 배를 일구어온 늙은 선장의 가업은, 이제 해양경찰의 꿈마저 포기한 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바다를 배우려는 든든한 젊은 아들의 걸음 속에서 새로운 세대로 꿋꿋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바람이 들이치고 거친 풍랑주의보가 내리는 날에야 비로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늘이 우리들의 최고의 생일이자 휴일'이라며 넉살 좋게 웃어 보이는 이 따뜻한 바닷가 사람들의 넉넉한 철학. 당신에게도 혹시 오늘, 삶이 고단하고 힘겹기만 하지는 않으신가요? 묵묵히 짠 내음 가득한 바다 위에서 온 마음을 다해 하루를 낚아올리는 어부들의 일상을 통해, 지쳐있던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깊고 든든한 용기가 다시금 보얗게 피어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해 봅니다.


FAQ

젓새우잡이는 왜 '바다의 막장'이라고 불리나요?

젓새우잡이는 다른 어선들과 달리 한 번 출항하면 수개월 동안 바다 위에서 완전히 생활해야 하며, 하루에 4번 들고 나는 6시간 간격의 물때에 맞추기 위해 하루 평균 4시간 남짓한 조각잠만 자면서 혹독한 육체노동과 혹독한 추위, 염분 작업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상에서 조업 직후 곧바로 염장과 5단계 선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젓새우는 부패 속도가 매우 빠르고 크기와 종류(참새우, 북새우, 곤쟁이 등)에 따라 경매 가치가 천차만별입니다. 따라서 신선도가 가장 극상에 달한 시점에 이물질을 일일이 분리하고 적정한 천일염 염장을 즉석에서 마쳐야 최고의 품질과 높은 몸값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우젓에 들어가는 소금의 비율과 맛있는 새우젓을 감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새우젓은 주문 용도나 출하 시기에 따라 젓새우와 천일염을 약 7:3 혹은 6:4 비율로 버무려 담급니다. 가장 최고급 상품으로 손꼽히는 것은 산란기를 바로 앞둔 음력 유월 무렵에 잡힌 살이 통통하고 하얗게 고운 '육젓'이랍니다.


원본 영상 보기

# 극한직업
# 김호남선장
# 바닷가사람들
# 새우젓
# 신안
# 염장
# 유스만
# 인도네시아선원
# 젓새우
# 천일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