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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의 거친 초원과 사막에서 살아가는 유목민들은 마트와 병원도 없는 환경 속에서 오직 가축과 자연에 의지해 삶을 일구어 갑니다.
  • 설치류부터 늑대와 검독수리에 이르는 완벽한 포식 사슬은 인간이 가축을 기르는 환경과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 급격한 기후 변화와 정체성 소실의 위기 속에서도, 자연의 기나긴 호흡에 순응하는 생존 지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구상 가장 외딴곳, 마트도 병원도 없는 몽골의 거친 초원에는 문명의 조급함을 뒤로한 채 오직 자급자족만으로 자연의 시간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유목민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가축을 생명의 동반자 삼아 수천 년간 내려온 거룩한 노동을 이어가며, 늑대나 검독수리 같은 야생의 포식자들과 치열한 공존의 메커니즘을 유지해 왔습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도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이 거대한 생태적 공존은 우리에게 진정한 정성과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묻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문명을 거부하다, 지금 초원에서 벌어지는 일상

초원의 아침은 그야말로 정성이라는 두 단어로 시작됩니다. 몽골의 유목민들에게 하루의 일과란 전적으로 가축을 보살피고 이들의 젖을 짜는 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매일 이른 새벽 온 식구가 눈을 비비고 일어나 양과 염소, 소와 말의 젖을 짜는 모습은 이들의 가장 든든한 생존 방식이자 거룩한 풍경이랍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가축의 젖으로 만든 허연 신 음식(차강이데: 아롤, 우름, 바슬락, 아이락 등)을 먹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는 겨울에는 붉은 음식이라 부르는 고기 중심의 식단으로 버텨냅니다. 이토록 극명한 대비 속에서도 조급해하는 법이 전혀 없습니다.

물이 귀하디귀한 초원에서 우물은 사람뿐만 아니라 수백 마리에 달하는 가축들의 생존을 결정짓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물길을 찾아 유목민들이 우물 주변으로 모여들면, 가축들도 영특하게 제 순서를 기다리지요. 계절마다 온 가족이 힘을 합쳐 게르를 뜯고 보수하며 목초지를 찾아 수없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이동하는 과정 역시 오직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몽골의 건조한 초원 한가운데에서 유목민 가족이 우물물을 퍼 올리고 있으며, 근처에는 양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모여 있다.

물 공급이 귀한 몽골 고비 사막에서 우물은 가축과 사람이 생존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삶의 터전입니다.


왜 가축과 야생 동물의 연결 고리가 중요할까요?

이들의 삶은 거친 사막과 고산지대를 누비는 야생 동물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사슬로 감싸여 있습니다. 초원 바닥에 구멍을 뚫고 사는 타르바간과 땅다람쥐(졸음) 같은 소형 설치류들은 그야말로 초원 생태계를 유지시켜 주는 가장 튼튼한 뿌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녀석들이 풍부해져야 이들을 먹고사는 코삭여우와 아름다운 붉은여우, 그리고 하늘의 지배자인 독수리들이 영양이 풍부한 상태로 겨울을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늑대와 스라소니 또한 단순히 유목민의 가축을 위협하는 유해 동물이 결코 아닙니다. 늑대는 병들거나 기력이 쇠한 들짐승(아르갈리, 아이벡스 등야생 산양 무리)을 사냥해 생태 질서의 전반적인 건강성을 지속적으로 단단하게 유지해 주는 의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유목민들은 이를 은연중에 이해하고 있기에 늑대를 경계하면서도 삶의 위엄을 갖춘 동물로 대하며 존중을 보냅니다.

대자연의 시간표, 생명을 살리고 흔드는 힘은 어디서 올까요?

생명의 시간표를 주무르는 주체는 역시 가혹하지만 위대한 기후입니다. 봄날의 고비사막은 하늘과 땅이 온통 황토빛으로 가려지는 혹독한 모래폭풍을 일으켜 야생의 여린 새끼들과 유목민을 사정없이 뒤흔들어 대지만, 6월의 빗줄기가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적처럼 싱그러운 초록의 바다로 고운 빛깔을 갈아입습니다. 한편 북쪽의 해발 높은 흡스골 지역은 한여름에도 단 몇 달을 제외하고는 꽁꽁 얼어붙어 영하 40도 이하의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의 성읍입니다.


두 사람이 군복과 배낭을 갖추고 험준한 산악 지대 비탈에 앉아 멀리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거친 자연 속에서 생태를 관찰하며 묵묵히 대자연의 흐름을 지켜가는 이들의 시간입니다.


이 혹독한 기후를 이겨내기 위해 동식물들은 저마다의 기발한 사투를 벌이고 있답니다. 타르바간은 짧고 굵은 여름 동안 엄청난 먹이를 흡입해 토실토실한 지방을 축적한 후 곧바로 긴 동면에 들어갑니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앙증맞은 생토끼(우는 토끼) 역시 여름 내내 모은 풀더미를 돌 틈에 아껴가며 한겨울 눈 구덩이 속에서 버텨내기 마련이지요. 순록을 기르며 살아가는 깊은 타이가 숲속의 소수민족 '차탄족' 또한 이 혹독한 계절에 순록이 흘리는 정직한 수고와 젖으로 하루를 버티며 살아갑니다.

물러설 수 없는 삶의 현장, 인간과 야생이 맞부딪히다

그러나 겨울이 다가오면 유목민과 야생의 끈끈한 타협에도 긴장의 실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가을의 숲과 계곡이 붉게 물들어 내려오면 숲 생태계의 먹이가 줄어들며, 먹성 좋은 늑대들이 민가 근처로 내려와 유목민의 송아지나 염소를 한 입에 물어가는 치열한 사투가 전개됩니다. 유목민들은 가축을 지키기 위해 깊은 겨울날 사냥용 총을 짊어지고 긴 숲 수색 길에 나섭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카자흐족 사냥꾼들의 전통 역시 빠질 수 없죠. 알타이 산맥의 높은 절벽 둥지에서 갓 태어난 새끼 독수리를 가져와 극진한 정성으로 키워낸 '검독수리'는 인간과 깊은 영혼의 교감을 나누는 유일한 전사입니다. 혹한 아래 사냥개조차 두 발로 걷기 힘든 험준한 바위산을 사냥꾼이 매 한 마리를 손목에 얹고 말에 올라 돌진할 때면, 그 광경은 온전히 숨을 죽이게 만드는 무아의 예술입니다.


날개를 펼치고 사냥감을 먹고 있는 검독수리와 그 곁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담긴 화면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 사냥 방식인 검독수리 사냥은 몽골 유목민의 독특한 삶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태고의 푸른 숨결,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까요?

문명이 초원을 집어삼키는 현대에 이르러 이 태고의 땅도 소리 없는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순록의 수가 감소하면서 이를 이끄는 차탄족의 인구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으며, 독특한 뿔을 노리는 사냥꾼들의 손때 때문에 수많은 야생 보물이 깊은 절벽 깊숙한 곳으로 몸숨을 감추어야 하는 아픔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끝내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한때 야생의 곁에서 영원히 사라질 뻔했던 세계 유일의 야생마 '타키(Thaki)'가 보원 사업을 통해 마침내 다시 초원으로 돌아와 당당히 빳빳하게 선 갈기를 휘날리는 든든한 진풍경을 실현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은신의 귀재 '눈표범' 역시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저 높고 하얀 알타이의 절벽 뒤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묵묵히 관시하고 있습니다.


몽골의 탁 트인 대지 위에서 사람들이 전통 이동식 주택인 게르의 둥근 골조를 설치하고 있고, 옆에는 트럭과 짐들이 놓여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유목민들은 이동형 거주지인 게르를 능숙하게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며 삶을 이어갑니다.


가혹하게 불어치는 바람을 견디어내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매일 아침 뜨끈한 수태차를 끓이며 지나쳐가는 낯선 이방인조차 활짝 미소로 반겨주는 몽골 유목민들의 가슴 찡한 삶의 비결. 그것은 바로 자연에 맞서 정복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작은 티끌임을 인정한 뒤 우직하게 기다려 주는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이 고요한 성찰이 오늘을 바쁘게 헤매며 불안해하는 현대 도시인인 당신의 심장에도 소박한 따스함으로 피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FAQ

몽골 유목민들이 여름에 주로 발효 음식을 먹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름철에 젖을 자주 짜는 몽골에서는 고온에서 우유가 쉽게 상하는 현상을 막고 소화를 돕기 위해 '아롤'(말린 유제품)이나 '아이락'(마유주) 등의 발효 음식을 먹어 부족한 수분과 유산균을 보충하며 더위를 견뎠습니다.

타르바간이나 땅다람쥐 같은 설치류가 초원 생태계에서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설치류는 초원 생태계의 먹이사슬 최하부에서 여우, 독수리, 늑대 등의 핵심 식량원이 됩니다. 또한, 이들이 땅에 깊고 견고하게 파놓은 굴들은 황폐한 초원에서 대피가 부자연스러운 여우 같은 다른 포식자들이 보금자리를 얻기 위한 훌륭한 예비굴이 되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야생마 '타키(Thaki)'는 어떻게 복원되었나요?

무분별한 서식지 파괴와 사냥 등으로 인해 1969년을 끝으로 몽골 초원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동물원에서 보호·사육되던 타키 종을 복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결과, 현재는 '후스타인 누르' 자연 보호 구역과 고비 사막 일대에서 약 600여 마리가 건강하게 번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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