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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네시아 블루쿰바의 전통 어업 '롬폰'은 바다 한가운데에 인공 쉼터를 만들어 미끼 없이 대형 참치와 가다랑어를 유인하는 친환경 공존의 지혜입니다.
  • 하나를 만드는 데 약 200만 원이라는 무려 거액의 자본이 필요하지만, 자연 분해되는 야자수 잎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황금어장을 형성합니다.
  • 거친 파도에 몸을 던져 고기를 확인하는 전문 선원 '바카차'의 눈물겨운 땀방울과 공동체 중심의 나눔 문화가 참다운 노동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적도를 따라 부서지는 푸른 파도 아래, 미끼를 쓰지 않고도 거대한 참치 떼를 불러모으는 신비로운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남부의 블루쿰바 바다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어업 방식, 바로 '롬폰(Rompon)'이 그 주인공인데요. 망망대해 위에 그야말로 인공 생태계를 통째로 조성해 물고기 스스로 찾아오게 장치를 만드는 이 전통 어업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깊은 지혜를 품고 있습니다.

1. 망망대해에 띄우는 친환경 물고기 쉼터, ‘롬폰’이란 무엇인가

광활한 바다 한가운데에는 물고기들이 쉬어갈 수 있는 지형물이 드뭅니다. 롬폰은 바로 이러한 바다의 특성에 착안하여 어부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준 일종의 '물고기 아파트'이자 안식처입니다. 구조는 의외로 투박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제작 과정에는 지독한 구슬땀이 들어갑니다.


사람의 손이 굵은 대나무들을 푸른색 밧줄로 단단하게 묶으며 연결하고 있는 모습

바다 위에 인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어부들이 대나무를 직접 엮어 구조물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대나무를 든든하게 엮어 만든 한 평 남짓의 뗏목 하단에 야자수 잎을 주렁주렁 매달아 물속으로 내립니다. 이 장치가 조류에 휩쓸려 멀리 떠내려가지 않게 잡는 생명줄은 무려 70kg에 달하는 거대한 시멘트 추 수십 개와 연결되는데요. 최대 수천 미터에 달하는 깊은 수심의 보네 해협 바닥까지 밧줄을 곧게 뻗어 고정해야 하기 때문에 만드는 정성과 비용이 정말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2. 감에 의지하는 어업을 넘어선 ‘거대 자본’의 선제적 투자

새들의 움직임이나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활어 자국을 오직 사수들의 본능적인 감각만으로 쫓는 전통 어업 방식은 실패 확률이 극도로 높습니다. 반면, 확실한 길목을 장악하는 롬폰 어업은 기복 없는 만선의 희망을 열어주는 대안입니다.


푸른 바다 한가운데 작은 어선 한 척이 떠 있고 화면 왼쪽 상단에는 참치 잡이 도전을 알리는 자막이 떠 있습니다.

망망대해에 설치된 인공 어초인 롬폰을 찾아 나선 어선이 거친 파도를 헤치며 이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나무와 수천 미터 길이의 밧줄, 시멘트 추를 모두 준비하여 안정적인 하나의 롬폰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우리 돈으로 약 200만 원 상당의 큰 초기 자본이 필요합니다. 현지 어부들에게는 가히 일생의 목표로 꼽힐 정도이지요. 든든한 롬폰을 15개나 운영 중인 베테랑 어부 바실리 씨는 자식과도 같은 롬폰을 30개로 늘리기 위해 매 순간 거친 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서두릅니다.

3. 야자수 잎과 미세 조류가 이끄는 집어의 과학

그렇다면 도대체 미끼 하나 꿰어놓지 않은 이 장치로 어떻게 팔딱거리는 대형 참치와 가다랑어 떼를 일망타진할 수 있는 걸까요? 비결은 자연의 먹이사슬 구조에 완벽하게 응하는 순리에 있습니다.


바다 위 어선 갑판에서 한 남성이 야자수 잎을 묶어 물고기 유인 장치를 만들고 있는 모습

야자수 잎은 물고기가 산란하고 쉬어갈 수 있는 인공 생태계의 핵심 재료가 됩니다.


바닷물 속에 잠긴 유인용 야자수 잎(대나무 아래 매단 것)에 시간이 흘러 따뜻한 햇살을 받아 이끼와 미세 조류가 풍성하게 달라붙기 시작하면, 이를 먹기 위해 주변의 플랑크톤과 성질이 온순한 작은 물고기(레이양 등)들이 먼저 보금자리를 꾸립니다. 척박한 망망대해를 돌며 쉴 곳을 갈망하던 아주 작은 개체들이 모여 산호초 같은 안락한 그늘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윽고 이 작은 물고기들을 사냥하기 위해 가다랑어와 거대한 참치 등 상위 포식자 무리들이 롬폰 인근으로 성큼 도열하게 됩니다. 그물 뒤에서 어부들이 기다려온 진풍경은 바로 이들이 모여들며 만들어 낸 자연스러운 부의 유혹에서 기인합니다.

4. 목숨을 걸고 차가운 바다로 뛰어드는 ‘바카차’의 삶

롬폰에 참치가 가득 모인 아름다운 장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파도와 몸으로 맞서는 청년들의 위대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물속으로 들어가 직접 고기의 분포와 수량을 확인하는 전문 선원, '바카차(Bakacha)'가 그 주역입니다.


배 안의 실내에서 검은 모자를 쓴 남성이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화면 하단에 자막과 함께 담겨 있다.

바다의 거친 환경 속에서 조상 대대로 이어온 어업 방식은 곧 생계와 직결되는 삶의 지혜입니다.


오늘도 10년의 경력을 지닌 숙련된 바카차 해리 씨가 매서운 너울을 헤치고 구명조끼 하나에 의지한 채 심해로 발을 들입니다. 시정이 어둑해 보이고 조류가 험난해도 투망의 성공 여부는 오로지 물속 가득 퍼지는 고기의 힘찬 아가미 소리를 들어낸 해리 씨의 정직한 보고에 달려 있습니다.

고된 몸을 비비며 잡는 생선의 가격이 매일 정직한 시세의 인정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항구로 복귀하는 길은 늘 한없이 가볍습니다. 갓 수확한 싱싱한 가다랑어를 다 같이 숯불에 얹어 마을 사람들과 도란도란 음식을 나누어 가지는 시끌벅적하고 따뜻한 어촌 공동체는, 바로 거친 바다가 이들에게 남긴 가장 달콤한 선물입니다.


소박한 야외 식탁에 둘러앉아 마을 주민들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으로,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된 바다 생활 속에서도 함께 음식을 나누며 따뜻한 공동체 문화를 이어가는 어촌 마을의 일상입니다.


5. 전통의 가치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바라보며

오늘날 롬폰 어업은 위성 항법 장치(GPS) 기술을 결합하여 가늘고 멀리 유실되던 그 옛날의 우연성을 정비해가고 있습니다. 장치 하나당 평균 8년 이상 사용되는 지속성을 바탕으로 바다를 결코 해치지 않는 슬기로운 조업법으로 그 영역을 확고히 다집니다.


두 남자가 야외에서 건조 중인 나무 배 옆을 지나 숲길을 걸어가고 있다.

거친 바다를 터전으로 삼는 어부들에게 튼튼한 배는 곧 삶의 희망이자 미래입니다.


설계도 없이 머릿속 경험만으로 튼튼한 원목 선박을 지어 올리는 블루쿰바 전설적인 장인들의 선박 야적장을 찾아가며, 바카차 해리 씨는 마음 한편에 깊고 붉은 불꽃 하나를 수줍게 틔웁니다. 언젠가 나만의 롬폰과 배를 장만하여 토끼 같은 자녀들을 든든하게 기르겠다는 꿈. 수백 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바다와의 평화로운 거래가 오늘도 블루쿰바 신비로운 물결 위로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두드리는, 땀내 나는 행복의 진정한 조건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요?


FAQ

롬폰(Rompon) 한 개를 바다에 설치하기 위해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대략 우리 돈으로 약 200만 원 내외의 고액이 소요됩니다. 수천 미터 수심 밑바닥까지 고정하기 위한 막대한 질량의 시멘트 추 35개와 무수히 긴 밧줄, 상부 대나무 뗏목 등이 포함되어 현지 어부들에게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미끼를 따로 주지도 않는데 물고기들이 롬폰에 모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롬폰 아래에 매단 야자수 잎에 미세 조류와 이끼가 생겨 이를 먹기 위해 작은 물고기 무리가 먼저 모이고, 곧이어 이 작은 물고기를 사냥하려는 참치와 가다랑어 같은 큰 포식자가 몰려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롬폰 어업에서 '바카차'는 무엇을 하는 직책인가요?

투망하기 전, 직접 거친 파도를 헤치고 바다에 뛰어들어 롬폰 하부에 잡을 수 있는 고기가 충분히 밀집해 있는지 육안과 온 감각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 잠수 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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