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 진안, 장수를 구석구석 달리는 415km의 무진장 버스는 산골 노인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자 정겨운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 사륜구동조차 진입하기 어려워 계곡을 여러 번 건너 걸어가야 하는 지실가지마을은 친척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며 자연의 낭만을 즐깁니다.
- 모든 것이 빠르고 각박해진 오늘날, 오지마을 사람들은 가마솥 장작불과 동지팥죽의 나눔을 통해 여전히 끈끈한 공동체의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겨울 내내 따뜻한 눈구경 하나는 실컷 할 수 있다는 고즈넉한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의 겨울 산골. 흰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장수의 작은 식천마을에서, 우리 할머니들은 새벽부터 분주히 길을 나설 준비를 합니다. 오늘날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해진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험한 눈길을 헤치고 하루에 딱 몇 번뿐인 버스를 타기 위해 정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어떤 의미를 던져줄까요? 415km를 달리는 '무진장 버스'와, 그 고마운 발길조차 닿지 않는 깊은 산골 오지 '지실가지마을'을 통해 잊고 지냈던 인생의 참된 여유와 노동의 가치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1. 지금 무진장 깊은 산골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아침, 장수 식천마을의 고옥자 할머니는 방 안 소중히 모셔두었던 털신을 꺼내 신습니다. 장수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마을 어귀는 삼삼오오 장을 보러 가려는 어르신들의 정겨운 이야기 소리로 가득 찹니다. 이 고단한 겨울철, 어르신들의 유일한 발이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무진장 여객 버스'입니다.
무주, 진안, 장수를 오가는 버스는 깊은 산골 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잇는 포근한 사랑방이 되어줍니다.
무주, 진안, 장수를 아우르는 이 버스는 노선 수만 무려 약 900개에 달하며, 산골짜기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닙니다. 하지만 이 고마운 버스마저도 산길이 험하고 고개가 가팔라 들어가지 못하는 진짜 오지가 있습니다. 바로 장수의 깊은 오지라 불리는 '지실가지마을'입니다. 사륜구동 차량조차 눈길과 다섯 개의 차가운 계곡을 건너지 않으면 가닿을 수 없어, 결국 차를 세워두고 온통 눈에 파묻힌 길을 한 시간 넘게 묵묵히 걸어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는 곳이랍니다.
2. 이 서정적인 오지마을의 풍경이 우리에게 왜 중요할까요
우리가 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깊은 산골의 겨울 풍경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곳에 빠르고 복잡함에 지친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따뜻한 정과 공동체의 회복력'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버스를 탄 어르신들은 차 안에서 간밤의 크고 작은 소식을 물으며 버스를 그야말로 하나의 정겨운 사랑방으로 만듭니다.
무주, 진안, 장수를 오가는 버스는 오지 마을 주민들에게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반가운 이웃을 만나는 사랑방이 되어줍니다.
오지 중의 오지인 삼거마을에서는 동짓날이 되면 온 동네 안악들이 모여 직접 가마솥에 팥을 삶고, 가족의 나이 수만큼 귀여운 새알심을 빚어 팥죽 잔치를 벌입니다. 먹을 것이 넉넉하지 못해 고단했던 옛 시절부터 이어져 온 팥죽 인심은 오늘날까지도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이웃이 서로를 돌보고 가족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이 느리고 오래된 삶의 방식은, 각박한 도시에서 살아가며 가끔 고독함을 느끼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3. 이 따뜻한 산골 공동체를 굴러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
이 고단하고도 정겨운 삶을 지탱하는 데는 수십 년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평범한 영웅들의 여유와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무진장 버스를 무려 23년째 운행하고 있는 버스 기사 한동석 씨의 하루가 대표적입니다.
기나긴 세월 동안 산골 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묵묵히 이어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왔습니다.
그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같은 길을 달리며 하루 평균 415km에서 420km를 운행하고, 100개에서 120개에 달하는 오지 마을을 제 손금 보듯 누비고 다닙니다. 길이 제대로 닦여 있지 않아 불편했던 시절, 무려 30리, 40리가 넘는 험한 산길을 직접 머리에 이고 장을 보러 다녔던 어머님들의 지독한 고생을 알기에, 그에게 버스는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어르신들의 고단한 무릎을 보듬어 주는 고마운 발이자 세상을 연결하는 가교나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헌신과 오래된 이웃 간의 약속이야말로 오지 공동체를 지탱하는 강력한 원동력입니다.
4. 깊은 오지 지실가지마을의 겨울나기, 그 삶의 진풍경
그렇다면 문명과 버스의 발길조차 완전히 멈춰선 깊고 깊은 지실가지마을에서는 대체 어떤 변화와 일상이 펼쳐지고 있을까요? 열매가 탐스럽게 잘 열린다 해서 붙여진 이 신비로운 마을에는 오직 여섯 가구만이 옹기종기 살아가고 있는데,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삼촌, 고모, 고모부 등 일가친척 관계랍니다.
모두가 삼촌과 고모, 고모부로 얽혀 일가친척이 모여 사는 지실가지 마을의 일상입니다.
대처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가 3대째 고향을 지키기 위해 8년 전 다시 돌아왔다는 이경선 씨 부부는, 겨울이면 눈 덮인 오미자밭에서 마음을 치유하는 귀한 뿌리식물인 하수오를 캡니다.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서 길이 막히고, 겨울에는 눈이 쌓여 고립되기 십상인 곳이지만, 이들은 "이것마저도 오지에 사는 하나의 낭만이자 재미"라고 허허 웃어넘깁니다. 보일러가 없어 매번 장작을 때서 따스한 가마솥 물을 덥혀 써야 하는 육체적인 불편함 뒤에는, 서로를 제 몸처럼 의지하며 얻는 따뜻한 정과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한가로운 여유가 매 순간 존재합니다.
5. 앞으로 우리가 오지마을의 겨울 그림을 보며 간직해야 할 가치
과연 앞으로 우리는 이 고립되었지만 더없이 풍요로운 오지의 겨울 풍경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빠르고 효율적인 기술 문명 속에서 정답을 찾으려 조급해할 때, 산골 사람들은 눈이 내리면 눈의 속도에 맞춰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버스가 주는 정해진 하루의 질서 안에서 만족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곳 무진장 오지의 모습은 소멸해 가는 우리 고향의 소중한 불꽃이자,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자연주의적 삶의 강력한 대안이 되어 줍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올겨울, 우리 마음 구석에도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의 넉넉함과 눈 쌓인 고갯길을 묵묵히 달려주는 버스 기사의 웃음소리 같은, 작고 고요한 사랑방 하나쯤 품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FAQ
무진장 버스는 정확히 어떤 지역을 다니는 버스인가요?
무진장 버스는 전북특별자치도의 대표적인 산간 벽지 지역인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 세 지역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통합 농어촌 버스로, 900여 개가 넘는 산골 비탈 노선을 운행하며 현지 주민들의 소중한 사랑방 역할을 채우고 있습니다.
지실가지마을은 왜 버스가 들어가지 못하나요?
지실가지마을은 큰길에서 약 3km가량 안쪽으로 들어간 장수군의 대표적인 겨울 오지로, 경사가 가파르고 매우 험난한 눈길 뿐만 아니라 차바퀴 뒤가 다 잠길 만큼 물이 깊은 다섯 군데의 계곡을 직접 건너야 도달할 수 있어 버스의 진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겨울철 깊은 산골 오지마을 사람들은 물과 난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요?
지실가지마을처럼 현대식 기반시설이 미비한 산골에서는 보일러 시설이 따로 없어 개별적으로 장작을 패 아궁이나 가마솥에 물을 끓여서 난방과 온수를 해결합니다. 또한 물은 산에서 자연스레 내려오는 계곡수를 받아 사용하는데, 겨울에는 늘 물이 얼어있어 가마솥에 데우는 손길이 필수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