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날 폭발 사고로 오른손을 잃고 절망에 빠졌던 신용선 씨는 한탄강에서 그물을 던지며 자신만의 소중한 평생직업을 찾았습니다.
- 아내 박정숙 씨의 정성 가득한 1년 숙성 고추장과 남편이 당일 수확한 신선한 쏘가리가 만나 한탄강 명물 매운탕을 완성했습니다.
- 치열했던 지난날의 구슬땀은 이제 아들 부부의 가업 대물림과 따뜻하고 고요한 행복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최북단 연천, 구비치는 한탄강 자락에는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즈넉하게 자리를 지켜온 작은 식당이 있습니다. 스물일곱 살이라는 젊고 푸르른 나이에 예기치 못한 폭발 사고로 오른팔을 잃고 실직하여 그 어디에서도 써주는 곳이 없던 청년 신용선 씨. 그에게 한탄강은 그저 흐르는 물이 아닌, 고단한 삶을 버티게 해주고 가장으로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그야말로 축복의 강이자 편안한 안식처였습니다. 이들 부부의 맵고도 진한 인생 이야기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매운탕 식당의 탄생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깨우며 남편 신용선 씨는 하루를 바쁘게 시작합니다. 수조에서 물고기를 건져내고 요리 준비를 돕는 일은 오랜 세월 겪어낸 지독한 상처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젊은 인생을 단숨에 삼켜버린 폭발 사고로 평생의 장애를 얻었지만, 남편은 한순간도 주저앉아 낙담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한탄강 자락에서 4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식당은 부부의 삶이 녹아있는 따뜻한 안식처입니다.
그 고된 삶의 길목에서 만난 아내 박정숙 씨는 남편의 묵묵한 노력에 보답하듯 단 3개월의 불꽃 같은 구애 끝에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가장이 된 남편은 한탄강으로 나갔고, 아내는 고추장을 담그고 매운탕을 끓이며 가정을 지탱해 나갈 단단한 터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절망의 한탄강을 은혜의 강으로 바꾼 이유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 마침내 하나가 되어 도도하게 흘러내리는 물목을 순우리말로 '아우라지'라고 부릅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만남의 광장이나 다름없는 이 아우라지에는 늘 수많은 강고기들이 한데 모여들기 마련입니다. 어부 신용선 씨에게 이곳은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 없던 젊은 시절, 오롯이 자신의 노동력만을 믿고 일할 수 있게 문을 열어준 은혜로운 일터였습니다.
불편한 한 손이지만 힘차게 배를 띄우고 균형을 잡아 배 위에서 고기를 잡는 세월이 벌써 50년에 달합니다.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남편은 발가락과 온몸의 탄력을 지렛대 삼아 무거운 그물을 다부지게 끌어올립니다. 애쓴 만큼 정직하게 보답해 주는 강이 있었기에, 그는 장애를 완전히 잊은 채 한 가정의 든든한 대들보이자 당당한 프로 어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수십 년 뚝심과 자연의 재료가 만들어낸 깊은 맛
이곳 연천까지 멀리서도 손님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고 이끄는 결정적인 비결은 오랜 시간과 정성이 온전히 녹아난 매운탕 한 그릇에 있습니다. 쏘가리는 비린 맛이 적고 살이 오동통해 '민물의 제왕'이라 불릴 만큼 귀한 자태를 뽐냅니다.
40년간 한결같은 매운탕 맛을 지켜온 비결은 장독대에서 정성껏 숙성한 깊은 맛의 고추장에 있습니다.
여기에 매콤하고도 감칠맛 도는 국물의 비밀은 바로 아내 박정숙 씨의 고집 있는 손맛이 빚어낸 고추장에 있습니다. 공장에서 떼어오는 평범한 장이 결코 아닙니다. 마당 구석 정성껏 가꾼 장독대에서 무려 1년 넘게 숙성시켜 붉게 빛나는 전통 비법 고추장을 고집합니다. 이 오랜 세월의 묵힘 덕분에 국물에 전혀 텁텁한 기운이 돌지 않고 정갈하면서도 끝 맛이 아주 개운한 명품 매운탕이 탄생하는 것이죠.
흐르는 강물처럼 묵묵히, 가족이 함께 짊어진 삶의 무게
인생사가 늘 맑고 고요하지만은 않은 법이지요. 지나온 세월 동안 고단함이 뼈에 사무쳐 아내는 보따리를 싸 몇 번이고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며 엷은 고백과 함께 미소 짓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가정적인 모습과 지극한 성실함은 부부를 단단하게 묶어주는 밧줄이 되었습니다.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맛을 낸 얼큰한 매운탕은 부부가 함께 일궈온 시간과 정성이 담긴 소박한 위로가 됩니다.
아침 조업을 마치면 오후에는 농부로 변신하여 아내를 다정히 챙기며 깊은 숲속으로 걸음을 옮겨 사상자 나무 나물을 캡니다. 미나리 향 가득한 나물을 뜯어 끓는 물에 삶고 기름에 살짝 볶아 제일 먼저 아내의 입에 살포시 넣어주는 남편의 정성 어린 눈길은 부부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흐르는 물줄기를 지키는 주름 깊은 어부의 구슬땀은 이제 아들 부부가 고스란히 물려받아 가업 전수를 준비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결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은 인생을 마주하며, 우리가 바라볼 다음 발걸음
나이가 지긋이 들어 일흔을 넘겼지만, 이 강물은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않을 영원한 직업이자 생명의 길이라고 남편은 힘주어 말합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내는 와중에도 한탄강의 자연은 지친 그들의 마음을 너르게 품어주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천혜의 위로를 안겨줍니다.
그에게 강은 삶의 터전을 넘어 마지막까지 함께할 소중한 직업이자 동반자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물 흐르는 대로 다투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따뜻하게 기대어 오순도순 다정한 밥상을 끓여낼 부부의 행복한 노후는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의 부지런한 발자국 끝에도 지친 마음에 영원한 안식처가 되어줄 나만의 뜨거운 강줄기가 하나쯤 흐르고 있을까요? 고된 노동의 신선한 땀방울이 주는 여유와 감사함을 가슴속 깊이 새겨보게 만드는 귀중한 동행이었습니다.
FAQ
한탄강 아우라지에서 어부 신용선 씨가 한 손으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신용선 씨는 손 대신 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요동치는 배 위에서 그물을 치고 끌어올리는 방식을 오랜 세월 몸으로 터득하였습니다. 50년에 달하는 조업 경력이 그의 온몸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결과입니다.
이 식당의 대표 메뉴인 민물 매운탕의 맛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내 박정숙 씨가 직접 담근 뒤 장독대에서 무려 1년 동안 묵혀 삭힌 고추장이 비결입니다. 장기 숙성을 거쳤기에 텁텁한 맛과 불필요한 짠맛이 빠지고 깊고 개운한 국물 맛을 냅니다.
부부가 한탄강 외에 오후 시간을 보내는 또 다른 일터는 어떤 곳인가요?
아침 어부 일을 마친 남편은 오후에 농부로 변신하여 아내와 함께 숲을 찾습니다. 그곳에서 향긋한 냄새가 일품인 미나리과의 사상자 나물을 뜯어 삶고 직접 볶아 먹으며 여유로운 자연의 풍경 속에 쉼표를 찍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