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울릉도 바다는 붉은 대왕문어, 귀한 독도 새우, 오징어가 차오르는 풍요로운 풍경으로 물들어갑니다.
- 거친 자연에 길들여진 섬사람들은 욕심부려 몸을 해치기보다 자연이 주는 만큼만 받으며 묵묵히 구슬땀을 흘립니다.
- 어려운 시기에도 묵은 상처를 털어내고 가족과 이웃이 도란도란 모여 나누는 소박한 밥상 속에 진짜 행복의 가치가 숨어 있습니다.

여름이 오면 울릉도 바다는 그야말로 생명력이 넘치는 황금어장으로 변모합니다. 매혹적인 대왕문어와 귀하디귀한 독도 새우, 그리고 밤바다를 수놓는 오징어 떼까지 자연이 선사하는 가슴 벅찬 보물들이 가득하죠. 하지만 이 풍요 뒤에는 거친 파도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정직하게 구슬땀을 흘리는 섬사람들의 묵묵한 분투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얻는 진짜 행복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요? 울릉도와 죽도의 거친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가꾸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따뜻한 지혜를 들여다봅니다.
풍요롭고도 고단한 계절, 울릉도의 여름 바다가 열리다
울릉도의 여름은 그야말로 바다가 살찌는 축제의 계절이랍니다. 이른 새벽부터 포구를 나서는 어부들의 심장은 대물을 향한 설렘으로 가득 차오르지요. 6년 전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울릉도로 귀어한 정호균 선장도 여름의 보물인 대왕문어를 낚기 위해 힘차게 시동을 켭니다.
울릉도 어부들이 며칠 전 바다에 던져두었던 통발을 거두어들이며 대물을 향한 기대감을 안고 힘찬 하루를 시작합니다.
울릉도는 육지에서 조금만 나아 가도 수심이 급격히 깊어져 섬 인근 전체가 천혜의 문어 통발 어장이 된다고 해요. 냄새에 민감한 문어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통발 속에 신선한 청어를 아낌없이 채워 넣습니다. 통발을 바닷속으로 던졌다가 다시 올리는 일은 끊임없는 시간 및 체력과의 싸움이랍니다. 문어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애타는 마음을 안고 수백 미터 아래의 줄을 끌어올립니다. 그러다 마침내 붉은빛이 번뜩이는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면 언제 고생했냐는 듯 선원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피어납니다.
찰나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이유: 자연이 허락한 보물들의 가치
이 계절에 잡히는 울릉도산 대왕문어는 보통 12~15kg에 달하고, 기분 좋은 날에는 무려 30kg이 넘는 거대한 대물을 마주하는 행운을 잡기도 합니다. 통발 하나에 대왕문어 두 마리가 한꺼번에 꽉 들어차 올라오는 날이면,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짜릿함이 펼쳐지죠. 당일 조업으로 무려 200kg 가까이 수확을 올려 약 300만 원의 수익을 거두는 기적 같은 날도 찾아온답니다.
울릉도의 여름 바다가 내어준 싱싱한 해산물로 정겨운 가족 식사 시간이 이어집니다.
그런가 하면, 뱃길로 며칠씩 나아가 독도 인근 수심 300m 아래에서 건져 올린 독도 새우의 가치는 또 어떨까요? 정인균 씨가 거두는 독도 새우는 단단한 뿔이 매력적인 닭새우(가시배새우), 고운 자태의 꽃새우, 그리고 과거 청와대 국빈 만찬에 올라 명성을 떨쳤던 도화새우로 나뉩니다. 성질이 급해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살이 익어 죽어버리기 때문에 눈보다 빠른 손놀림으로 선도를 선별해야만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거친 바다가 주는 이 값진 수확은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든든한 밑천이 되어 줍니다.
급격히 깊어지는 수심과 거친 파도, 태고의 자연이 품어낸 맛
그렇다면 울릉도 앞바다의 해산물들이 이토록 귀하고 특별한 맛을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육지와 달리 한두 걸음만 걸어 나가도 천 길 낭떠러지처럼 깊게 깎아지른 수중 지형 덕분입니다. 여기에 맑고 차가운 한류와 세척력이 강한 해풍이 만나 해산물의 쫄깃함이 더해지죠.
선장님들이 거친 파도 위에서 끓여내는 대왕문어 라면은 뱃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최고급 보양식입니다. 갓 잡아 올린 피문어의 쫄깃한 다리를 썰어 넣은 국물은 눈물나게 시원하고 깊은 맛을 냅니다.
덕장에서 뜨거운 해풍을 맞으며 말라가는 당일바리 오징어가 뿜어내는 내음 또한 아주 독특하답니다. 울릉도 오징어는 본토 오징어와 달리 소금기가 날아가면서 신비로운 연한 단맛이 돌아서, 심지어 벌들이 기가 막히게 알고 마구 모여들 정도라고 하죠.
바다를 품고 섬에 남은 사람들: 묵묵히 지켜온 노동의 땀방울
오징어 금어기가 풀린 밤, 30년 경력의 베테랑 문대규 선장은 총알오징어를 찾아 밤바다로 향합니다. 하지만 달빛이 너무 환한 보름날 밤이면 오징어들이 대낮인 줄 알고 깊은 바다로 숨어버려 수확이 좋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조광기가 20명 선원의 몫을 채우는 첨단 시대라지만, 결국 그물을 내어줄지 말지는 바다의 마음에 달린 것이지요.
경매를 마친 오징어는 곧바로 깨끗이 씻고 다듬어 건조대로 향할 준비를 마칩니다.
어둠을 기르고 배들이 귀항하면, 포구에는 새벽부터 엄마들의 숨 가쁜 할복 작업이 시작됩니다. 날카로운 갈고리로 숨 쉴 틈 없이 내장을 다듬는 이 손길 덕분에 어머니들은 물 건너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가정의 생계를 든든히 지탱해 올 수 있었답니다. 손질하고 버려진 소중한 오징어 내장을 고스란히 모아 끓여낸 뜨끈한 오징어 내장탕 한 그릇에는 밤샘 조업의 피로와 서러움이 하염없이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한편, 울릉도 옆 작은 섬 죽도에는 단 3명의 가족만이 살고 있습니다. 매일 367개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세상과 닿는 외딴 환경이지만, 김유원·윤정 부부와 3살 민준이는 7,500평의 넓은 밭에 진액이 넘치고 아삭한 죽도 더덕을 농사지으며 행복을 키워갑니다.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울릉도의 내일: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행복
화산토와 해풍 덕분에 유독 연하고 향긋한 울릉도 죽도 더덕은 섬 사람들에게 소중한 결실이 됩니다.
유람선이 끊겨 판로가 불안정해지고, 갑작스러운 여름 돌풍에 잘 가꿔 둔 돌배와 사과 가지가 뚝뚝 꺾여 나가는 속상한 상황도 빈번히 발생합니다. 하지만 죽도의 유원 씨 부부는 결코 눈물을 짓거나 세상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속상해해 봤자 나만 손해라며, 바람에 떨어진 과일들은 아쉬운 대로 주워 담고 이참에 귀한 더덕을 아낌없이 올려 백숙을 끓이며 서로를 격려합니다.
고기가 안 잡힌다고 심술을 부리면 바다도 마음을 닫고 물고기를 보내주지 않는다는 늙은 어부의 철학처럼, 섬사람들은 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웁니다. 폭풍우가 몰아쳐 배를 띄우지 못하는 임시 휴일이 오면, 어부 형제들은 한데 둘러앉아 싱싱한 닭새우와 따개비를 삶아 안주 삼아 웃음꽃을 피웁니다. 비록 고단한 일상의 연속일지라도 함께하는 이웃과 가족이 있기에 울릉도의 빛나는 여름은 오늘도 아름답게 흘러갑니다.
FAQ
울릉도 대왕문어와 참문어, 피문어는 서로 다른 종류인가요?
아닙니다. 울릉도에서 잡히는 크고 붉은 문어는 정식 명칭이 '참문어(대문어)'이며, 몸 색깔이 붉고 피빛을 띤다고 해서 현지 어민들은 주로 '피문어' 또는 '대왕문어'라고 부릅니다. 수심이 아주 깊고 찬 물에서 자라기 때문에 육질이 탄탄하고 씹을 때 질기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아주 뛰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독도 새우 세 종류(닭새우, 꽃새우, 도화새우)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머리 위에 닭 볏처럼 가시가 도드라진 새우를 '닭새우(가시배새우)', 몸에 화려한 세로 줄무늬가 아름답게 퍼져 있는 것을 '꽃새우', 마지막으로 살이 통통하고 크기가 가장 우람하며 새우깡 봉지에 그려진 대표적인 모습을 지닌 것을 '도화새우'라고 부릅니다. 이 도화새우는 독도 근해 깊은 바다의 명물로서 남다른 크기와 우수한 단맛을 자랑합니다.
울릉도 오징어가 다른 지역 오징어보다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울릉도 오징어는 당일 잡아 포구로 들어온 '당일바리' 오징어를 신속하게 할복하여 건조합니다. 산 높고 골이 깊어 물 맑고 바람이 늘 오래 머무르기로 소문난 통구미 해안의 바닷바람에서 약 3일간 정성 들여 수시로 손질하고 말리는데, 무려 8 단계의 섬세한 정성을 거치면서 염분은 줄어들고 오징어 고유의 진한 단맛과 고소함이 풍부하게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