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의 훔볼트 해류가 키워낸 대왕오징어는 현지 어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대표적인 효자 수출 품목입니다.
- 밤낮없는 사투 속에서 낚아 올린 대왕오징어는 철저한 수작업 가공 과정을 거쳐 최대 수출국인 한국으로 보내집니다.
- 수온 변화와 훼방꾼들의 방해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바다의 순리에 순응하는 페루 어부들의 숭고한 땀방울을 만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즐겨 먹는 진미채나 버터구이 오징어의 주재료가 어디서 오는지 알고 계시나요? 바로 남미 페루의 푸른 바다에서 밤낮으로 사투를 벌이는 어부들의 손끝에서 시작됩니다. 세계 어획량 2위를 자랑하는 수산물 강국 페루의 북쪽 항구 도시 파이타(Paita)에서는 매일 무려 15톤급의 어선들이 대왕오징어를 찾아 태평양으로 향합니다. 현지에서는 '히비아'라고 불리는 훔볼트 오징어가 어떻게 한국인의 식탁까지 오르는 거대한 경제적 흐름을 만들어냈는지, 그 뜨거운 현장을 들여다봅니다.
1. 페루 바다의 보물, 대왕오징어가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페루 북부의 활기찬 항구 도시 파이타는 대왕오징어잡이의 전초기지입니다. 이곳에서 출발한 어선들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0일에 달하는 고단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선장을 포함해 보통 6명의 선원이 몸을 싣는 15톤 규모의 배에는 냉장고도 없이 오직 대량의 얼음만이 실립니다. 잡은 오징어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지요.
이들이 잡는 오징어는 평균 길이 1m에 무게가 50kg을 넘나드는 거대한 '훔볼트 오징어'입니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제철인데,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집어등의 불빛을 밝히고 오직 낚싯줄 하나에 의지해 맨손으로 이 거대한 생명체와 사투를 벌입니다.
2. 버려지던 오징어에서 경제를 지탱하는 '인생의 선물'로
흥미롭게도 과거 페루 사람들은 이 대왕오징어를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유의 강한 산미와 염화암모늄 성분 때문에 낯선 수산물로 취급받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글로벌 수출 시장이 열리고 관련 가공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이제 대왕오징어는 페루 어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그야말로 가장 든든한 효자 수산물이 되었습니다.
대왕오징어는 페루 현지인들에게 생계를 꾸리고 가족의 미래를 지탱해 주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현지의 많은 어민들은 대왕오징어 덕분에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며 밝은 미소로 이를 '바다의 선물'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선물이 가장 많이 향하는 종착지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한국은 페루산 대왕오징어의 최대 수출국으로, 우리가 먹는 다양한 오징어 가공식품의 상당수가 바로 이 파이타 항구에서 시작된 것이랍니다.
3. 세계 2위 어장을 움직이는 거대한 수출 동력
페루 바다가 이토록 풍부한 어족 자원을 자랑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남하하는 남적도 해류와 북상하는 cold 훔볼트 해류가 만나는 조경 해역이기 때문입니다. 영양염류가 풍부해 세계 최대의 어장 중 하나로 꼽히며, 페루를 세계 2위의 수산물 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수심 40미터 아래로 바늘을 던져 대왕오징어를 낚아 올리는 고된 조업 과정이 시작됩니다.
밤이 되면 심해에 머물던 대왕오징어들이 먹이를 찾아 수면 가까이 올라옵니다. 어부들은 이 습성을 이용해 집어등과 야광 낚싯바늘로 오징어를 유혹합니다. 처음에는 미끼 없이 야광 불빛만으로 유인하고, 첫 수확을 올린 뒤에는 오징어의 내장을 다시 미끼로 사용하는 지혜를 발휘합니다. 사방으로 먹물과 물폭탄을 뿜어대는 오징어와의 치열한 밀고 당기기는 밤새도록 이어집니다.
4. 15톤의 사투와 수작업 가공, 고단한 구슬땀이 만드는 가치
하지만 바다는 결코 쉽게 품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상어가 나타나 잡은 오징어를 뜯어 먹기도 하고, 영리한 물개 무리가 조업을 방해해 하루 공치기 일쑤입니다.
조업 중 잠시 짬을 내어 식사를 해결하며, 채워지지 않는 저장 공간에 대한 걱정을 나누는 어부들의 일상입니다.
원하는 만큼 잡지 못해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도, 어부들은 좁은 선상에서 대왕오징어로 끓여낸 매콤한 페루식 회 요리인 '세비체(Ceviche)' 한 그릇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합니다.
고된 조업을 마친 어부들이 대왕오징어를 활용해 페루의 국민 음식인 세비체를 만들어 먹으며 허기를 달랩니다.
어렵게 만선으로 돌아온 항구는 그야말로 활기가 넘칩니다. 가공 공장으로 보내진 대왕오징어들은 하루에만 무려 110~115톤씩 처리됩니다. 기계를 쓰지 않고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껍질을 벗겨내는 고된 수작업을 거칩니다. 이후 특유의 알싸한 암모늄 향을 제거하기 위해 삶는 과정을 거쳐 부위별로 포장된 뒤, 마침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수출길에 오르게 됩니다.
5. 기후 변화의 파도 속에서 상생을 배우는 바다 사나이들
최근에는 엘니뇨 등 수온 변화로 인해 대왕오징어가 나타나는 시기가 불규칙해지고 크기도 예전만 못하다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립니다. 더 멀고 험한 남태평양까지 나아가야 하는 어부들에게 바다는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운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만선의 꿈을 안고 오늘도 바다로 향하는 어부들의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건 바다 위에서 다져진 끈끈한 연대 덕분입니다. 조업 중 엔진이 고장 난 동료 선박의 SOS 신호를 받으면, 자신들의 조업을 제쳐두고 안전장비도 없이 배를 건너가 선뜻 기계를 고쳐주는 이들입니다. "언젠가 나도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페드로 선장의 모습에서 진정한 바다 사나이의 철학이 느껴집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더 깨끗하고 당당한 가장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늘도 20일간의 긴 항해를 준비하는 페루의 어부들. 이들이 흘리는 뜨거운 구슬땀이 있기에, 우리의 식탁 역시 더욱 풍성해지는 것 아닐까요? 오늘 밤, 식탁 위에 올라온 오징어 반찬을 보며 머나먼 태평양 바다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상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FAQ
페루 대왕오징어가 한국에서 주로 어떻게 소비되나요?
페루에서 수입된 대왕오징어는 주로 국내 가공 공장을 거쳐 진미채, 가문어발, 버터구이 오징어, 짬뽕 등의 가공식품 및 외식 자재로 널리 활용됩니다. 일반 오징어보다 저렴하고 살이 두툼해 대량 소비에 적합합니다.
대왕오징어 특유의 신맛과 암모니아 냄새는 어떻게 제거하나요?
대왕오징어는 염화암모늄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날것으로 먹으면 알싸하고 신맛이 납니다. 페루 현지 가공 공장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작업으로 껍질을 완전히 벗겨낸 후, 고온에서 삶아내는 1차 처리 과정을 거쳐 냄새와 신맛을 제거합니다.
훔볼트 오징어와 일반 오징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훔볼트 오징어(대왕오징어)는 평균 몸길이 1m, 무게 50kg에 달하는 대형 어종으로 훔볼트 한류가 흐르는 동태평양에 주로 서식합니다. 일반 살오징어에 비해 육질이 매우 두껍고 단단하며, 가공하기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