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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게에 밀리던 홍게가 특유의 진한 풍미로 동해의 귀한 별미 대접을 받으며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 하지만 어획량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급감하면서, 어민들은 심해 1,100m에서 목숨을 건 고단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 암게 방류와 금어기를 철저히 지키는 어민들의 약속은 우리가 바다와 공존하는 법을 보여줍니다.

한때 대게에 밀려 대접받지 못하던 동해의 '홍게'가 최근 독보적인 풍미를 인정받으며 그야말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인기 뒤에는 어획량이 절반 이하로 급감한 동해 바다의 안타까운 현실과, 심해 1,100m에서 목숨을 걸고 그물을 당기는 어민들의 고단한 구슬땀이 숨겨져 있습니다. 급변하는 어업 환경 속에서 홍게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지속 가능한 공존의 길을 짚어봅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 강원도 강릉의 주문진항은 붉은 보석을 찾아 나서는 배들로 어둠 속에서도 활기가 넘칩니다. 매일 새벽 3시,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바다로 향하는 어민들의 마음은 설렘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죠.

1. 지금 주문진 앞바다에 일어난 변화: '물반 홍게반'에서 귀한 몸이 된 붉은 보석

동해안의 대표 어항인 강릉 주문진항은 최근 홍게의 위상이 높아짐과 동시에 어획량 감소라는 이중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홍게가 너무 흔해서 조업 중에 지나가는 이들에게 한 바구니씩 덤으로 얹어줄 만큼 인심이 후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바다의 온도가 변하고 무분별한 조업이 이어지면서 홍게는 그야말로 '귀한 몸'이 되었습니다.

새벽을 가르고 나간 바다 위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난관은 한 달 전 미리 쳐둔 그물의 위치를 찾는 일입니다. 파도와 바람에 부표 위의 숫자가 지워지기 일쑤여서, 어두운 바다 위를 헤매며 그물을 찾는 데만도 무려 수십 분이 걸리곤 합니다.


어두운 밤바다 위로 파란색과 초록색 깃발이 달린 부표가 떠 있고, 노란 모자를 쓴 선원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새벽 어둠을 뚫고 바다로 나선 어민들이 미리 쳐둔 그물의 위치를 알리는 부표를 찾으며 조업을 시작합니다.


그물을 간신히 찾아내도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어획량이 예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날도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문진 어민들은 매일 새벽 바다로 나갑니다. 귀해진 만큼 홍게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제는 주문진을 대표하는 명물로 확실히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2. 왜 우리는 다시 홍게에 주목하는가: 2인자의 설움에서 동해의 별미로

한때 대게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홍게는 특유의 진하고 단맛이 재조명받으며 동해를 대표하는 최고급 식재료로 부상했습니다. 담백한 대게와 달리, 홍게는 향이 아주 진하고 짭조름하면서도 단맛이 깊어 탕이나 찜, 장으로 만들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특히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살이 조금 부족한 홍게마저도 어민들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요리로 재탄생합니다. 가슴살을 눌러보아 살이 덜 찬 홍게에서 내장(장)만을 따로 추출해 볶아 만든 '전설의 게장 소스'는 손님들이 맛보면 그야말로 환장할 정도로 고소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두건을 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중년 여성이 시장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홍게 내장 본연의 깊은 풍미를 살린 비법 소스는 손님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여기에 갓 잡아 올린 홍게 다리와 내장을 듬뿍 넣고 끓여낸 '홍게 라면'은 뱃사람들의 배고픔과 추위를 단번에 녹여주는 최고의 별미입니다. 가난하던 시절, 군불에 구워 먹던 추억의 음식이 이제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식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명품 요리가 된 것입니다.

3. 붉은 보석을 둘러싼 현실: 자원 고갈과 심해 1,100m의 고단한 사투

홍게 어획량 급감의 이면에는 심각한 해양 자원 고갈과 심해 1,100m의 극한 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조업해야 하는 어민들의 고단한 현실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 달에 열 번도 넘게 배를 가득 채우는 '만선'의 기쁨을 누렸지만, 요즘은 한 달에 단 한 번 만선하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바다의 자원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입니다.

홍게를 잡기 위해서는 수심 450m에서 2,000m에 이르는 깊은 바다에 자망 그물을 깔아야 합니다. 무려 1,200m에 달하는 밧줄을 양망기로 끌어 올리는 데만 꼬박 한 시간이 걸리는 대작업입니다. 수압을 견디기 위해 구간마다 굵기가 다른 줄을 사용해야 하며, 줄이 엉키거나 끊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선원들은 극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합니다.


어두운 밤바다 위 어선에서 작업자가 기계 장치를 이용해 긴 밧줄과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수심 1,100m 깊은 바다에서 그물을 끌어올리는 작업은 매일 새벽 반복되는 고된 사투입니다.


그물을 걷어 올린 후 다시 바다에 그물을 내리는 '투망' 작업은 더욱 위험합니다. 배가 움직이는 와중에 3,000m에 달하는 그물이 순식간에 쏟아져 내리기 때문에, 자칫 방심했다간 그물에 발이 감겨 바다로 끌려 들어가는 치명적인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에 가득 담긴 붉은 홍게들이 항구 부두에 놓여 있다.

어민들이 새벽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홍게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곧바로 시장으로 옮겨집니다.


이토록 뼈를 깎는 구슬땀을 흘리고도 허전한 어창을 보며 돌아오는 길은 눈물나게 고단하지만, 어민들은 결코 바다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저 바다가 허락한 만큼만 거두고, 내일이라는 희망을 품고 묵묵히 채비를 다질 뿐입니다.

4. 바다와 공존하기 위한 어민들의 약속: 금기와 방류, 그리고 정성의 노동

어민들은 지속 가능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법적 금어기 준수는 물론, 알을 밴 암게를 전량 방류하는 엄격한 자율 규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40일간의 금어기 외에도, 조업 중 그물에 걸려 올라온 암게(빵게)는 종족 보존을 위해 반드시 그 자리에서 다시 바다로 돌려보냅니다.

이러한 공존의 철학은 주문진항의 가족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35년째 바다를 지킨 김수진 선장이 목숨을 걸고 홍게를 잡아 오면, 아내와 아들은 어민수산시장에서 정성을 다해 손님들에게 판매합니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살이 부족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홍게는 꼼꼼히 분류해 다리살만 따로 모으거나, 비린내를 완전히 제거한 전통 '홍게장'으로 담가 지역의 새로운 별미로 승화시킵니다.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요리사가 주방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어부들의 밥상에서 시작된 홍게 요리가 오늘날 지역을 대표하는 별미로 자리 잡았습니다.


평생 배를 타며 자식들을 교육하고 가정을 일구어낸 아버지의 거친 손을 보며, 아들은 고단한 뱃일이 두려우면서도 그 숭고한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묵묵히 곁을 지킵니다. 대를 이어 전해지는 정성과 노동이야말로 주문진 홍게가 맛있는 진짜 비결이 아닐까요?

5. 앞으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바다의 질문: 당신에게 홍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동해의 붉은 보석 홍게가 식탁 위의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별미로 남기 위해서는 자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감시와 소비자의 가치 소비가 함께 가야 합니다. 기후 변화로 동해의 생태계가 급변하고 어업 인구가 고령화되는 지금, 우리는 바다가 보내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단순히 '싸고 맛있는 먹거리'로만 홍게를 소비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어민들의 고단한 수고와 자연을 향한 예의를 기억해야 합니다. 암게 포획 금지 규정을 철저히 감시하고, 바다를 살리는 착한 소비에 동참하는 것만이 동해의 붉은 보석을 오래도록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바다는 결코 거저 주는 법이 없지만, 순리에 순응하며 정성을 다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풍요로운 품을 내어줍니다. 오늘 밤, 뜨끈한 홍게 라면 한 그릇에 담긴 뱃사람들의 땀방울과 바다의 깊은 철학을 한 번쯤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FAQ

홍게와 대게는 맛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대게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면, 홍게는 향이 훨씬 진하고 짭조름하면서도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홍게의 내장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어서 볶음밥이나 특제 소스를 만들 때 훌륭한 재료가 됩니다.

살이 꽉 찬 좋은 홍게를 고르는 선장님만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흔히 들어보았을 때 묵직한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물을 많이 머금은 '물게'일 수 있습니다. 진짜 살이 찬 A급 홍게를 고르려면 다리보다는 홍게의 가슴살(몸통 배꼽 주변) 부위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아야 합니다. 이때 단단하게 들어가지 않는 것이 살이 꽉 찬 홍게입니다.

암게(암컷 홍게)는 왜 시장에서 볼 수 없나요?

홍게의 지속 가능한 번식과 어업 자원 보호를 위해 알을 품은 암게를 포획하는 것은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조업 중 그물에 걸려 올라온 암게는 종족 보존을 위해 즉시 바다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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