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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아주는 단순히 와인과 안주를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와인의 순서와 삶의 완급을 조율하는 시음의 철학입니다.
  • 한국인과 일본인 부부가 부르고뉴에서 일군 '루 디몽'의 천지인 정신은 집념과 조화가 빚어낸 스파클링 와인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 외로움이나 독주에 스스로를 내던지지 않으려면, 마음에 드는 사람 및 훌륭한 음식과 함께 와인의 서사를 즐겨야 합니다.

와인은 단순한 알코올 음료가 아닙니다. 침묵의 잔을 채우는 음악이자 삶의 완급을 조율하는 철학에 가깝습니다. 와인을 다루는 긴 여정의 막을 내리며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어떻게 해야 술에 지배당하지 않고 삶을 지속할 것인가'입니다. 그 답은 와인과 음식, 나아가 와인과 와인 사이의 궁극적 조화를 뜻하는 '마리아주(Mariage)'에 있습니다.

1. 부르고뉴의 기적 '루 디몽'과 크레망의 발견

오늘 마감 파티의 잔을 채운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신생 명가 루 디몽(Lou Dumont)이 만든 '크레망 드 부르고뉴(Crémant de Bourgogne)'입니다. 샹파뉴 이외의 프랑스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을 크레망이라고 부릅니다. 루 디몽의 크레망은 상큼한 레몬 향과 도드라지는 산도가 훌륭하게 어우러져, 시음의 문을 열어주는 식전주로 손색이 없습니다.


실내 강연장에서 강연자가 흰색 벽면 스크린 앞에 서서 청중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스크린에는 루 디몽 크레망 드 부르고뉴 와인 병 사진과 관련 정보가 투사되어 있습니다.

부르고뉴에서 탄생한 특별한 스파클링 와인인 크레망의 매력과 루 디몽이 가진 숨은 이야기를 함께 나눠봅니다.


이 와인이 한층 특별한 이유는 한국인 박제화 대표와 일본인 남편 나카다 고지 부부가 맨손으로 부르고뉴 한복판에 들어가 일궈낸 입지전적인 결실이라서입니다. 포도밭도 없이 포도를 사들여 와인을 만드는 '네고시앙'으로 시작해 밤새 손으로 라벨을 붙이던 이들은, 불과 10여 년 만에 3개의 그랑 크뤼와 2개의 프리미어 크뤼 와인을 생산하는 유력 레이블로 거듭났습니다.

2. 라벨에 새겨진 '천지인'과 마리아주의 본질

루 디몽 와인의 라벨에는 동양 철학의 핵심인 '천지인(天地人)'이라는 세 한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하늘의 기후와 땅의 테루아, 그리고 인간의 정성과 집념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한 잔의 위대한 와인이 완성된다는 철학적 선언입니다.


강단에서 와인에 대해 강의하는 발표자와 그 앞에 앉아 경청하는 청중들이 있는 실내 강연장 모습.

와인 라벨에 담긴 천지인의 철학처럼,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또한 삶의 조화를 찾아가는 마리아주와 닮아 있습니다.


이 철학은 와인과 안주, 혹은 와인과 와인의 관계를 뜻하는 '마리아주(Mariage)'의 본질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와인은 독주처럼 단독으로 쏟아붓는 술이 아니라, 음식과 밸런스를 맞추고 시음 순서를 설계할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합니다. 첫 잔으로 산뜻한 스파클링이나 차가운 드라이 로제 와인을 골라 식욕을 돋우듯, 와인의 플롯을 구상하는 행위 자체가 술의 지배로부터 인간의 Dignity를 지켜주는 장치입니다.

3. 술과 매,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폭력성

흔히 "술과 매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하지만, 여기에 반드시 보태야 할 불청객이 바로 '외로움'입니다. 과거 우리 사회는 무작정 독주를 마시게 하며 장파열과 돌연사 위험으로 몰아넣는 폭력적인 음주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붉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강의실 강단에서 손동작을 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고, 뒤편 화면에는 '외로움 앞에'와 'Wine and Roses'라는 문구가 일부 표시되어 있습니다.

청운의 뜻을 품고 고향을 떠날 때 아버지의 조언을 외면했던 지난 시간들이 오늘날의 나를 만든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영화 <술과 장미의 나날(Days of Wine and Roses)>에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주인공이 "술을 끊고 나니 세상이 참으로 추해 보이는군"하고 탄식했듯, 외로움에 몰려 홀로 마시는 무분별한 독주는 삶을 파괴합니다. 제 아버지가 고향을 떠나는 저에게 "맛있는 안주가 없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있거나, 홀로 있을 때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말라"고 당부하셨던 이유 역시 이 때문입니다.

4. 독주와 혼술을 버리고 순서와 안주를 갖추는 삶

독주나 무절제한 혼술에 몸과 마음이 다치는 현대인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음주에 대한 자기 객관화와 타이밍의 미학입니다. 마리아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한 고급 와인 소품 놀이가 아니라, 내 몸이 견딜 수 있는 절제의 선을 스스로 구축하는 일입니다.

식사 자리에서 첫 잔은 산도 높은 스파클링이나 로제 와인으로 시작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과 훌륭한 음식을 곁들여 와인의 서사를 즐길 때 술은 독약이 아닌 축복이 됩니다. 주량을 과시하는 미련한 호승심을 버리고, 잔을 비우는 순서와 안주의 궁극적 균형을 조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5. 침묵의 잔을 채우는 삶의 완급 조절

로버트 프리프(Robert Fripp)는 "와인은 침묵의 잔을 채우는 음악과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음악에 쉼표와 악상 기호가 없으면 소음에 지나지 않듯, 우리의 인생과 술자리 역시 완급과 조화가 빠지면 순식간에 파국으로 치닫고 맙니다.

앞으로는 루 디몽 부부가 부르고뉴 한복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도멘(Domaine Park & Nakada)으로 도약했듯, 각자의 삶에서 지속 가능한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신을 망가뜨리는 무모한 음주에서 벗어나 좋은 사람, 훌륭한 음식, 그리고 산뜻한 와인으로 삶의 침묵을 풍요롭게 채워가시길 바랍니다.


FAQ

마리아주(Mariage)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요?

마리아주는 프랑스어로 '결혼'을 뜻하며, 와인과 음식 간의 조화와 균형을 가리킵니다. 넓게는 와인과 와인 사이의 시음 순서나 술자리 분위기, 사람 사이의 호흡까지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루 디몽(Lou Dumont) 와인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한국인 박제화 대표와 일본인 나카다 고지 부부가 프랑스 부르고뉴에 설립한 와이너리로, 라벨에 새겨진 '천지인(天地人)' 한자가 인상적인 곳입니다. 네고시앙으로 출발해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그랑 크뤼급 와인까지 생산하는 명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스파클링 와인 외에 식전주(Aperitif)로 추천할 만한 와인이 있나요?

차갑게 칠링한 드라이 로제 와인을 들 수 있습니다. 단맛이 과하지 않고 산도가 살아있어 입맛을 돋우어 주며, 부담 없이 식사를 시작하기에 훌륭한 선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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