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전국에 단 두 명뿐인 전통 매사냥 응사의 대가 끊길 위기 속에서, 무형문화재 박용순 응사의 아들 상원 씨가 군 입대를 앞두고 전수자로 나섰습니다.
  • 야생 매 포획 금지라는 법적 규제와 동물 학대라는 오해 속에서, 전통 매사냥은 야성의 순리를 지키며 인간과 영물이 교감하는 고단한 정성의 과정입니다.
  • 겨울 한 철 동안의 혹독한 길들이기와 시연회를 마친 후 참매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여운과 공존의 가치를 전합니다.

하얗게 입김이 서리는 매서운 겨울바람 속, 대전 동구 이사동의 한 고즈넉한 골짜기에는 오늘도 묵묵히 매를 손등에 얹고 숲을 응시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8호 매사냥 보유자 박용순 응사입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평생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던 스물한 살의 대학생 아들, 상원 씨가 서 있습니다.

단 두 명의 응사만이 남은 대한민국에서, 사라져 가는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입대를 단 3개월 앞둔 아들이 아버지의 매를 이어받기로 결심했습니다. 동물 학대이자 이기적인 놀이라며 아버지를 원망하던 아들이 어떻게 참매와 눈을 맞추고 마주 보게 되었을까요? 이 고단하고도 정성스러운 100일간의 기록은 우리에게 잊혀 가는 전통의 가치와 진정한 교감의 의미를 다시금 묻습니다.

1. 전수자 없는 무형문화재, 입대를 앞둔 아들이 매를 받다

매를 부려 꿩과 토끼를 잡는 전통 매사냥은 이제 옛 그림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고색창연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박용순 응사는 대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지 10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단 한 명의 이수자도 키워내지 못했습니다. 전통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은 있었지만, 개인이 야생 매를 포획하거나 소유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배워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평생 매사냥에 미쳐 가정은 뒷전인 채 살아온 아버지를 상원 씨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자유로운 야생 동물을 가두고 인간의 재미를 위해 사냥을 시키는 것 자체가 잔인하고 이기적인 행동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군 입대 영장이 나온 날, 상원 씨는 뜻밖의 결심을 합니다. 홀로 쓸쓸히 전통의 맥이 끊길까 걱정하며 관청을 전전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이 직접 매사냥 전수를 받아보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한 아들의 아주 특별한 겨울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 단 두 명 남은 응사, 왜 전통의 맥이 끊기려 할까요?

불과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매사냥은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매 한 마리만 잘 길들여도 온 가족이 먹고살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생태계 변화와 함께 야생 매를 잡는 것이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면서, 자연스럽게 매를 부리던 응사들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현재 한국에 남은 전통 응사는 박용순 옹을 포함해 단 두 명에 불과합니다.


1920년대 매 사냥꾼이 매를 팔에 올리고 있는 흑백 사진

매 하나로 생계를 꾸리던 시절, 우리 전통 매사냥은 일상 속에서 활발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그야말로 외롭고 고단한 투쟁입니다. 현대인들에게 매사냥은 그저 '동물 학대'나 '구시대의 유물'로 비치기 일쑤입니다. 상원 씨 역시 훈련용 메추리나 비둘기를 대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 불쾌함과 미안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용순 응사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매사냥은 결코 야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매가 하늘을 날고 사냥감을 쫓는 야생의 순리를 그대로 유지하며 인간과 공존하는 가장 자연 친화적인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3. 야생의 순리와 법적 한계 사이, 무엇이 대를 끊기게 만드나

전통 매사냥을 전수하기 위해서는 먼저 매를 구해야 합니다. 인간문화재에게는 야생 매 포획이 부분적으로 허용되지만, 그 과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상원 씨는 생전 처음으로 영하의 추위 속에서 좁디좁은 매막(매를 잡기 위해 지은 움막)에 들어가 매를 기다렸습니다.


갈대와 짚으로 만든 매막 안에서 밖을 응시하는 한 남자의 눈매

전통을 잇기 위해 매막에서 며칠째 이어지는 지루한 기다림은 참매와의 교감을 향한 첫걸음입니다.


시력이 인간의 5배에 달하는 참매는 아주 작은 기척에도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이틀, 사흘, 나흘... 매막 속에서 오직 줄 하나에 의지해 비둘기를 푸드덕거리게 하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은 지루함과의 처절한 싸움입니다. 무려 6일 동안 매서운 칼바람을 견뎌낸 끝에야 비로소 참매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렸습니다. 하늘이 내어준 매를 손에 쥐었을 때, 상원 씨는 아버지가 걸어온 40년 세월의 무게를 아주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4. 참매와 상원, 100일간의 고단한 동행이 남긴 변화

야생에서 갓 잡은 참매를 길들이는 과정은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옛말에 '낮에는 팔뚝에 기르고 밤에는 등불을 밝혀 기른다'고 했습니다. 이를 '주야불이수(晝夜不離手)'라 부르는데, 24시간 동안 잠시도 매를 손등에서 내려놓지 않고 사람의 기척과 냄새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과정입니다. 작은 소리에도 씩씩대며 화를 내는 오만한 참매 앞에서 상원 씨는 밤잠을 설쳐가며 온 정성을 쏟아야 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고민에 잠긴 젊은 남성의 얼굴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상 화면

전통을 잇는 과정에서 겪는 서툰 모습과 그로 인해 깊어지는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매의 꼬리에 주인의 이름과 주소를 적은 소뿔 표식인 '시치미'를 달고, 방울을 달아주는 순간 상원 씨는 깊은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인간에겐 이럴 권리가 없다"며 여전히 잔인한 이기심이 아닐까 고민하는 아들과, "매를 극도로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매를 부릴 수 없다"는 아버지의 가치관은 끊임없이 충돌합니다. 하지만 매일 같이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소음에 적응시키고, 손등 위에서 먹이를 주는 '손밥'과 먼 거리에서 불러들이는 '줄밥' 훈련을 반복하면서 참매의 눈빛은 경계에서 신뢰로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마침내 1년에 한 번 열리는 시연회 날, 상원 씨의 부름에 참매가 멋지게 날아와 손등에 사뿐히 앉았을 때, 현장에는 고요한 감동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5. 시치미를 떼고 자연으로... 우리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전통 매사냥은 가장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습니다. 겨울 내내 정성껏 길들여 함께 사냥하던 참매의 시치미를 떼어내고 다시 넓은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선조들이 지켜온 매사냥의 오랜 전통이자 철학입니다.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자연의 영물과 마음을 나누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보내주는 여유. 상원 씨는 참매를 하늘로 날려 보내며 비로소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지켜온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온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이제 상원 씨가 군대에 가고 나면 겨울이 두 번 더 지나야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벌써부터 아들이 제대하고 돌아올 그 겨울의 매사냥을 기다립니다. 비록 짧은 100일의 동행이었지만,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흐르던 차가운 침묵은 참매라는 영물을 통해 따뜻한 이해와 공감으로 채워졌습니다. 사라져가는 우리의 소중한 전통 매사냥이 단순히 흘러간 과거의 유물이 아닌,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아름다운 유산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리는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의 다음 겨울을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FAQ

매사냥에서 '시치미'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시치미는 얇게 깎은 소뿔에 매 주인의 이름과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깃에 다는 이름표입니다. 방울과 눈에 띄는 하얀 백깃을 함께 달아 숲에서 매를 잃어버렸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자신의 행동을 하고도 모르는 척하다'라는 뜻의 '시치미를 떼다'라는 속담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왜 일반인들은 매사냥을 전수받기 어려운가요?

현재 한국 법률상 야생 조수 보호를 위해 개인이 매를 포획하거나 소유하는 것이 전면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등 극히 일부에게만 제한적으로 포획이 허용되므로, 일반인들이 배움을 얻거나 기술을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매사냥이 끝난 후 참매를 정말 자연으로 돌려보내나요?

네, 그렇습니다. 겨울 동안 혹독하게 훈련시켜 사냥을 마친 참매는 봄이 오면 시치미를 떼고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전통 매사냥의 오랜 규칙입니다. 이는 자연에서 빌려온 영물을 다시 자연의 순리에 맞게 돌려주는 공존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원본 영상 보기

# 고려응방
# 다큐프라임
# 매사냥
# 무형문화재
# 박용순
# 인간문화재
# 전통문화
# 참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