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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이가 부족한 중앙아시아의 겨울이 오면, 굶주린 야생 늑대 무리는 유목민들의 전 재산인 가축을 무자비하게 습격합니다.
  • 몽골 유목민들은 자신들을 늑대의 후예라 믿으며 늑대를 신성시하지만, 가족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총을 메고 혹독한 사냥에 나섭니다.
  • 봄이 되면 늑대 굴에서 새끼를 데려와 강아지처럼 돌보기도 하지만, 결국 야생의 본능은 길들여지지 않으며 대자연의 냉혹한 순리만이 남게 됩니다.

살을 에듯 차가운 바람이 부는 중앙아시아의 고원, 뼈째로 뜯어 먹힌 말 한 마리의 처참한 사체가 발견됩니다. 적어도 5~6마리의 늑대 무리가 떼로 습격한 흔적입니다. 아끼는 가축을 잃은 유목민의 눈빛에는 깊은 슬픔과 분노가 교차합니다. 몽골 유목민들에게 겨울은 그야말로 생존을 건 전쟁의 시간입니다. 먹이가 부족해진 야생 늑대들이 가축을 노리고 마을로 내려오기 때문이죠. 이들에게 늑대는 가장 혐오스러운 약탈자인 동시에, 기원전부터 이어져 온 탄생 설화 속 가장 숭고한 조상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이들은 숭배하는 존재를 향해 왜 총구를 겨눠야만 하는 걸까요? 척박한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늑대의 피할 수 없는 대결, 그 서늘하고도 경이로운 삶의 현장으로 갑니다.

가축을 노리는 푸른 늑대, 피할 수 없는 생존의 대결

유목민에게 가축은 생계를 이어가는 유일한 수단이자 전 재산입니다. 혹한의 겨울, 늑대 무리가 양과 염소, 심지어 커다란 말과 야크까지 닥치는 대로 사냥하기 시작하면 유목민들은 끔찍한 위협에 직면합니다. 하룻밤 새 수십 마리의 가축을 잃고 나면, 이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오직 하나뿐입니다.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총을 메고 반격에 나서는 것이죠.


몽골의 겨울 들판에서 총을 든 두 남성이 죽은 가축 사체를 살펴보고 있다.

늑대 무리의 습격으로 소중한 가축을 잃은 유목민들의 고단한 일상이 이어집니다.


몰이꾼과 포수로 역할을 나눈 유목민들은 늑대의 발자국을 쫓아 눈 덮인 산을 오릅니다. 쫓기는 동안에도 자신을 해칠 사람인지 그저 지나가는 사람인지를 영리하게 구별해 내는 늑대의 경계심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늑대 사냥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목민들은 이 고단한 추격전을 묵묵히 견뎌냅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리고 평생을 바쳐 키워온 가축들을 지키기 위해 이들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합니다.

가장 미워하면서도 숭배하는 존재, 그 모순의 이유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몽골 유목민은 늑대를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숭배합니다. 몽골인의 조상이 푸른 늑대와 흰 사슴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화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들은 자연의 순리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늑대가 약하고 병든 가축을 먼저 사냥함으로써, 가축 무리 전체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도는 것을 막아준다는 사실을 말이죠.


눈 덮인 들판에 말 세 마리가 서 있고 뒤쪽으로 앙상한 나무들이 보인다.

혹독한 겨울철 유목민들에게 가축은 생계를 유지하는 가장 소중한 재산입니다.


유목민들 사이에는 '늑대보다 높은 운명을 가진 사람만이 늑대를 잡을 수 있다'는 오랜 믿음이 있습니다. 사냥에 성공한 포수는 늑대보다 강인한 운명을 증명한 것으로 여겨져 존경을 받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늑대를 사냥하면서도 결코 고통스럽게 죽이지 않고 단번에 목숨을 끊어주려 노력합니다. 두려운 약탈자이기 이전에, 하늘과 같이 귀한 자연의 일부로 늑대를 대하는 유목민들만의 따뜻한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새끼 늑대를 강아지처럼 키우는 유목민들, 도대체 왜?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이른 봄이 오면, 유목민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늑대와 마주합니다. 짝짓기를 마친 늑대들이 새끼를 낳는 시기, 사람들은 늑대 굴을 찾아내 아직 눈도 채 뜨지 못한 새끼 늑대들을 데려옵니다. 갓 태어나 보름 정도 된 새끼들은 처음 만난 사람을 어미처럼 따르기 때문입니다.


바위가 많은 산비탈에서 두 남성이 웅크리고 앉아 새끼 늑대들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다.

사람을 따르는 늑대로 키우기 위해 생후 보름 정도 된 새끼들을 직접 찾아 나선 유목민들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품에 안긴 새끼 늑대들은 영락없는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입니다. 당장 가축을 해친 어미 늑대를 향한 원망이 크련만, 유목민들은 이 어린 생명들을 함부로 죽이지 않고 정성껏 돌봅니다. 젖을 물리고 마멋 고기를 챙겨주며 기르는 그들의 손길에는, 자연이 낳은 생명을 향한 묘한 연민과 애정이 배어 있습니다. 가축을 잡아먹지 않는다면 결코 늑대를 해치지 않았을 거라는 유목민의 탄식에서, 대자연의 법정에 선 인간의 서글픈 숙명이 느껴집니다.

결코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

하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쫑긋한 귀와 푸른빛의 눈, 그리고 까맣게 물든 꼬리 끝을 갖추게 되면 늑대는 숨길 수 없는 야생의 본능을 드러냅니다. 사람의 보살핌 속에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맹수의 습성. 유목민들은 고민에 빠집니다. 언제까지 가축들 틈에서 이 맹수를 기를 수 있을까요?


거친 흙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있는 늑대의 풍성한 꼬리와 뒷다리 부분.

유목민에게 늑대는 가축을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이자, 자연의 순리를 지키는 경외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겨울이 다시 찾아오고 몸집이 어른 늑대만큼 커지면, 사람을 따르던 유효기간은 끝이 납니다. 그때부터 늑대는 언제든 사람과 가축을 공격할 수 있는 완벽한 포식자로 돌아갑니다. 결국 사람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늑대의 운명을 결정지어야만 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먼저 길들여진 늑대의 후예인 '개'들은 가축을 지키기 위해 늑대와 피 튀기는 사투를 벌이고, 늑대는 기꺼이 개의 목을 뜯습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인간과 늑대의 쫓고 쫓기는 굴레.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거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치열한 구슬땀일 뿐입니다.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 앞에서 자연이 내어준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유목민들의 삶. 당신에게도 이들의 고단하지만 숭고한 생존의 철학이 닿았을까요?


FAQ

몽골 유목민들은 왜 늑대를 신성하게 여기나요?

몽골의 탄생 설화에 따르면 자신들의 조상이 푸른 늑대와 흰 사슴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늑대가 거친 대자연에서 가장 용맹하고 영민한 동물이라는 점을 오랫동안 경외해 왔습니다.

가축을 해치는데도 늑대가 생태계에 도움이 되나요?

네, 유목민들은 늑대가 약하거나 병든 가축을 우선적으로 사냥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가축 무리 전체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목민들이 봄에 새끼 늑대를 잡아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늑대의 개체 수를 조절해 가축 피해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태어난 지 보름 정도 된 아주 어린 새끼는 사람을 따르기 때문에, 굴에서 데려와 당장 죽이지 않고 한동안 강아지처럼 돌보며 기르기도 합니다.

새끼 때부터 사람 손에 자란 늑대는 완벽히 길들여질 수 있나요?

아닙니다. 어릴 때는 사람을 따르지만, 이듬해 겨울이 되어 성체가 되면 숨겨진 야생의 본능이 되살아납니다. 결국 사람이나 가축을 공격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완벽한 가축화는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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