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의대 쏠림과 도전 기피의 본질은 특정 전공의 선호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를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의 상실에 있습니다.
  • 기성세대의 안전주의 교육관과 지엽적 이익에만 매몰된 태도가 청년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평균값의 감옥에 가두고 있습니다.
  • 토마스 홉스의 이성 개념처럼, 타인의 기준을 맹신하는 것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시야로 포괄적 이익을 쫓아야 합니다.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의대 선호 현상과 서울대 공대생들의 연쇄 이탈은 단순한 학과 선호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의 본질은 공대냐 의대냐의 대립이 아니라, 청년들의 마음속에서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리스크를 감내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에 있습니다. 안정적인 보증수표만을 좇는 사회는 결국 성장을 멈추게 됩니다. 과연 무엇이 우리 청년들의 도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그 원인을 세 가지 차원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이유: 아이의 꿈을 '안전'에 가두어 버린 부모의 교육관

오늘날 청년들이 도전을 두려워하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부모 세대의 교육관에 있습니다. 요즘 학부모님들을 관찰해 보면, 자녀가 품을 수 있는 꿈의 크기를 부모가 미리 결정하고 제한해 버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아이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의대에 가서 안정적으로 잘 사는 것' 정도로 수렴시켜 버리는 것이죠.

실제로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뛰어난 공대 진학 성적을 거두고도 "공대 가서 뭐 먹고 살려 하느냐"라는 부모의 압박에 못 이겨 재수를 선택한 학생의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부모 세대가 과거 IMF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겪었던 사회적 트라우마를 자녀에게 그대로 투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이 높은 확률로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자녀가 더 큰 꿈을 품을 기회를 원천 차단합니다.


야외 건물 앞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며 이야기하는 남성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꿈마저 안전한 길로만 제한하려는 부모들의 교육관이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이를 상처받지 않고 실패하지 않게 하려는 '안전주의' 양육 태도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위험한 놀이기구를 놀이터에서 모두 없애버리듯, 삶의 모든 리스크를 제거하려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기존 시스템이 제공하는 가장 안전한 길, 즉 고소득 라이센스가 보장된 길만을 좇게 됩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대한 꿈은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동반하기에, 안전만을 최우선으로 배우고 자란 아이들은 결코 그 선을 넘으려 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 미시적 생산성 향상에 대한 믿음의 상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내가 주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내 주변 환경의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이를 실천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든, 회사에 다니든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효율성을 고민하고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는 것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미국이 역사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미시적 환경을 개선하는 자치 전통을 발전시켜 온 것처럼 말이죠.

반면, 지금의 한국 사회는 이러한 미시적 개선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죽어버린 듯합니다. 우리 사회는 늘 R&D 예산이나 노동법 개정 같은 거시적인 담론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막상 일상에서 개인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면, 오히려 "내가 열심히 해봐야 회사가 다 착취하는데 무슨 소용이냐", "대통령과 정치가 이 모양인데 내가 해서 뭐가 바뀌느냐"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야외에서 남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나의 작은 노력이 모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물론 거시적 구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세팅된 거시적 환경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어져 있는 거시적 구조를 일단 상수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미시적 구조를 주체적으로 개선해 나가려는 태도가 사라질 때, 사회는 활력을 잃고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이유: '지엽적 이익'에 매몰되어 '포괄적 이익'을 보지 못하는 태도

도전하지 않는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이익을 바라보는 시야가 지나치게 좁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얻는 이익은 당장 눈앞의 금전이나 등급 같은 지엽적 이익과, 장기적인 성취감, 내면의 성장, 성실함의 태도, 인간관계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이익으로 나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길게 보며 포괄적 이익을 도모할 줄 압니다.

유명 수학 강사인 정승제 선생님은 군대에서 열심히 생활하면 시간이 빨리 가고 스스로에게도 이롭다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군대에서 열심히 하면 나만 손해고 일만 더 시킨다"라며 냉소합니다. 정승제 선생님은 매 순간 이런 식으로 당장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회사에서도, 결혼 생활에서도 작은 손익만 따지다가 결국 불행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평사원에서 시작해 42,000명의 직원을 둔 상장사의 CEO 자리까지 오른 한 인물은 신입사원 시절 매일 자신의 일을 끝내고 상사에게 "추가로 더 할 일은 없을까요?"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당장의 지엽적 손익만 따졌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이 행동이 상사와 조직의 두터운 신뢰를 얻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이나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이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며 긴 시간적 지평 속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것 역시 포괄적 이익을 좇는 긴 시야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주체의 이성적 판단을 가로막는 '평균값의 함정'

물론 일각에서는 대다수가 걷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평균적인 안정성을 예측하는 확률적 방법론은 분명 유용합니다. 하지만 평균은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며, 우리는 모두 평균 바깥에 존재하는 고유한 개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요즘 대세가 이러니까라는 이유로 주체적인 고민 없이 대세를 따르는 것은 주체적 이성의 결여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이성을 갖춘 주체라면 기성세대가 정의해 놓은 개념과 논리를 스스로 검토해 보고, 그것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면 스스로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검토 없이 남들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타인을 맹신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야외에서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타인의 시선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이성을 발휘할 때 비로소 잠재된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분출할 수 있습니다.


결론: 평균 바깥에 있는 청년들에게 건네야 할 메시지

물론 시스템의 지원이 없어도 스스로의 힘으로 도전을 감행하는 뛰어난 소수의 천재들은 언제나 등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건강한 사회라면 시스템적으로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 시작은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평균값에 갇히지 않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입니다. "너는 평균대로 살아갈 존재가 아니라, 너만의 잠재력을 가진 고유한 존재이며, 평균 바깥에서 세상을 바꾸는 도전을 해도 괜찮다"라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지엽적인 손익 계산기에서 벗어나 미시적인 일상에서부터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기업가 정신을 복원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다시 꿈꾸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우리 사회가 도전을 잃어버린 원인에 대해 철학적, 사회적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여러분은 우리 사회가 다시 도전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오늘 당장 일상에서 어떤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고 싶으신가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FAQ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의대에 가는 현상 자체가 잘못된 것인가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것 자체가 절대적인 악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의대 진학이 '도전의 종착지'이자 '더 이상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안식처'로 여겨진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길을 개척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결여된 채 오직 안정성만을 좇아 선택하는 태도가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기성세대의 안전주의 교육관이 왜 청년들의 도전을 가로막나요?

실패와 상처를 원천 차단하려는 안전주의 양육 방식은 아이들에게 기존 시스템이 제공하는 가장 안전한 길만 걷도록 유도합니다. 리스크를 감내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꿈을 품으려면 기존의 안전망을 넘어서야 하는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도전을 시도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거창한 창업이 아니더라도 미시적인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곧 기업가 정신입니다. 직장에서 업무 효율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거나, 자영업을 하며 공정을 단순화해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내가 속한 일터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바꾸겠다는 주체적인 책임감이 그 출발점입니다.


원본 영상 보기

# 교육관
# 기업가정신
# 안전주의
# 의대쏠림
# 정승제
# 주체성
# 토마스홉스
# 평균값의함정
# 한국사회

인문 카테고리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