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초록빛이 균일하게 섞인 시금치 반죽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이면 시장 채소 칸에 잎이 두툼한 시금치가 수북하게 쌓이고, 한 단을 사 와도 값이 부담스럽지 않아 자주 장바구니에 담게 된다. 그런데 집에서 시금치를 먹는 방법은 대개 끓는 물에 데쳐 참기름과 소금으로 무치는 나물이 전부라, 며칠 연달아 상에 올리면 식구들 젓가락이 다른 반찬으로 먼저 간다.
남은 시금치로 전을 부쳐 보려고 잎을 숭덩숭덩 썰어 밀가루 반죽에 넣으면 잎끼리 엉겨 한쪽으로 몰리고, 뒤집을 때 반죽이 찢어지기 쉽다. 잎이 넓고 두꺼운 겨울 시금치일수록 이런 일이 잦아서, 몇 번 해 보다가 결국 다시 나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시금치를 데치지 않고 씻은 그대로 물을 조금 붓고 믹서에 곱게 갈아 반죽으로 쓰면, 잎이 뭉치지 않고 색이 고운 초록빛 시금치전을 부칠 수 있다. 2인분 기준으로 시금치 반 단과 통밀가루 1컵이면 충분하다.
썰어 넣은 시금치 잎이 반죽에서 뭉치는 이유
넓은 시금치 잎 조각이 한쪽에 모인 전 반죽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시금치 잎은 얇고 넓은 데다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썰어서 반죽에 넣으면 밀가루가 잎 겉면에만 묻고 잎과 잎이 서로 겹쳐 덩어리가 진다. 팬에 올리면 잎이 몰린 쪽과 반죽만 있는 쪽이 갈려 익는 속도까지 달라지기 때문에, 한 장 안에서도 설익은 곳과 탄 곳이 함께 생긴다.
줄기 쪽은 단단하고 잎은 금방 숨이 죽어서, 썬 시금치를 그대로 넣으면 씹을 때 질긴 줄기와 흐물흐물한 잎이 따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잎을 잘게 써는 것만으로는 반죽과 시금치가 하나로 어우러지지 않고, 시금치 자체를 반죽에 풀어 넣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곱게 간 시금치는 잎과 줄기가 고운 초록 물과 가는 섬유로 풀어져 밀가루와 고르게 섞이므로, 반죽 전체가 한 가지 색을 띠고 어느 쪽을 떠도 같은 맛이 난다. 엉길 잎이 없으니 반죽이 팬 위에서 둥글게 퍼지고, 뒤집을 때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찬물에 흔들어 씻은 시금치를 믹서에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시금치 반 단으로 초록빛 전 반죽 만드는 방법
검은 주물 받침 위 팬에서 익어 가는 시금치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시금치 반 단은 뿌리 끝을 잘라 내고 누렇게 시든 잎을 떼어 낸 뒤, 줄기 사이에 낀 흙이 빠지도록 찬물에 두세 번 흔들어 씻는다. 물기를 가볍게 털고 큼직하게 썰어 믹서에 넣은 다음, 물을 조금만 부어 알갱이가 보이지 않을 만큼 곱게 간다.
간 시금치를 큰 볼에 옮기고 통밀가루 1컵과 소금 조금, 다진 마늘을 넣어 덩어리 없이 섞는다. 국자로 떠서 천천히 흘러내리는 정도가 알맞고, 너무 되면 물을 한두 숟가락씩 더해 맞추는 것이 좋다. 통밀가루 대신 부침가루를 쓰면 간이 되어 있어 소금과 다진 마늘은 빼도 된다.
팬을 중불에 올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달군 뒤, 반죽을 한 숟가락씩 떠서 손바닥만 하게 동그랗게 펴 놓는다. 가장자리가 마르고 바닥이 노릇해지면 뒤집어 반대쪽도 익히는데, 불이 세면 초록빛이 금방 누렇게 타므로 중불을 지키는 것이 좋다. 젓가락으로 가운데를 눌러 반죽이 묻어나지 않으면 다 익은 것이다.
노릇한 테두리와 고운 초록빛이 보이는 시금치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접시에 담아 놓으면 노릇한 테두리 안쪽으로 고운 초록빛이 고르게 돌아, 나물 접시에는 손이 잘 가지 않던 식구들도 시금치전부터 한 장씩 집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