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오름 / 한국관광공사-두드림 |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목장 초지 사이로 낮게 솟은 아부오름은 해발 301.4m다. 숫자만 보면 높아 보이지만 주변 땅에서 실제로 올라가는 높이는 51m에 그친다. 대신 정상 능선에 서면 발밑으로 깊이 84m 화구가 움푹 파여 있다. 걸어 오른 높이보다 내려다보는 깊이가 더 깊은 셈이다.
화구 안쪽 비탈에는 삼나무가 둥근 띠를 그리며 심겨 있다. 사람이 심은 나무가 분화구 지형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그 바깥으로는 억새와 초지가 사면을 덮는다. 중산간 오름의 억새는 이삭이 올라오는 10월 초부터 중순 사이에 가장 은빛에 가깝게 빛난다.
5분 오르면 발밑에 펼쳐지는 원형 숲
아부오름 / 한국관광공사-두드림 |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5분 남짓이다. 흙길과 짧은 풀밭으로 이어져 계단을 길게 오를 일이 없고 경사도 완만하다. 등산화를 따로 갖추지 않아도 되고,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나 긴 산행이 부담스러운 방문객도 능선까지 어렵지 않게 닿는다.
능선에 올라서면 시야가 한 번에 트인다. 안쪽으로는 삼나무가 그린 원과 그 안의 풀밭이 내려다보이고, 바깥으로는 송당리 일대 목장과 중산간 오름들이 겹겹이 놓인다. 바닥 둘레가 500m에 이르는 화구는 위에서 보면 커다란 접시처럼 보이고, 오름 전체 면적은 31만 4,926㎡다.
억새는 능선과 바깥 사면에 넓게 퍼져 있다. 해가 낮게 깔리는 오후에는 이삭 뒤로 빛이 통과하면서 사면이 흰빛으로 뜬다. 억새 상태는 그해 날씨를 따라가기 때문에 10월에 찾더라도 색이 오르는 정도는 방문 시점에 따라 다르다.
둘레 한 바퀴 걷는 데 걸리는 시간
아부오름 / 한국관광공사-두드림 |
분화구 바깥 둘레는 1,400m다.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데 30~40분이면 충분하다. 대부분 평평한 풀길이고 폭이 좁아 속도를 내기보다 천천히 걷기에 맞다. 오르막을 다시 만나는 구간이 없어 되돌아 내려오는 길도 짧다.
한 바퀴를 도는 동안 같은 분화구가 계속 다르게 보인다. 삼나무 원은 서는 위치에 따라 정돈된 정원처럼 보이기도 하고, 화구 바닥을 감싼 울타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깥 풍경도 함께 바뀌어 한쪽에서는 한라산 쪽 능선이, 반대쪽에서는 동부 오름 군락이 이어진다.
아부오름 / 한국관광공사-, 엠엠피 김진규 |
화구 안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따로 나 있지 않다. 사면이 바깥보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지형이라 삼나무와 풀밭은 능선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으로 남는다. 대신 능선 폭이 넓은 구간에는 앉아 쉴 만한 자리가 있어 화구를 마주 보고 한참 머무는 사람이 많다.
능선 길에는 그늘이 거의 없다. 나무가 화구 안쪽에 몰려 있어 걷는 길 위로는 해가 그대로 떨어진다. 모자와 마실 물을 챙기면 한 바퀴가 한결 수월하다. 바람이 센 날에는 화구 쪽 가장자리를 피해 안쪽 길로 걷는 편이 안전하다.
입장료와 주차, 찾아가는 길
아부오름 / 한국관광공사-, 엠엠피 김진규 |
입장료와 주차료는 받지 않는다. 매표소나 정해진 개방 시간이 없어 낮 시간에는 언제든 오를 수 있다. 다만 조명이 없는 오름이라 해가 지고 나면 능선 길과 화구 경계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일몰 전에 내려오는 일정으로 잡는 편이 좋다.
오름 입구 앞에 작은 주차 공간이 있고, 주변은 목장과 밭이어서 갓길에 세우지 않는 것이 좋다. 제주 시내에서는 번영로를 타고 송당리 방향으로 40분 안팎 걸린다. 오름 아래 송당리 마을과 주변 목장 길이 이어져 있어 차로 이동하며 중산간 풍경을 함께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