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20분 올랐는데 백록담만큼 깊은 분화구라니"... 입장료 없이 사철 개방하는 억새 오름 산책로


아끈다랑쉬오름의 일출 / 한국관광공사-송정원

아끈다랑쉬오름의 일출 / 한국관광공사-송정원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다랑쉬오름은 꼭대기에 지름 600m짜리 원형 분화구를 얹고 있다. 이 분화구의 깊이가 115m로 한라산 백록담과 같다. 능선에 올라서서 안쪽을 내려다보면 풀로 덮인 비탈이 아래로 쭉 떨어져 내려가고, 바닥은 한참 아래에 둥글게 남아 있다.

오름 자체는 해발 382m, 주변 들판에서 재면 227m 높이다. 사면이 원뿔처럼 반듯하게 올라가 멀리서도 형태가 뚜렷해 제주 동부 오름 가운데 '오름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 사면을 지금 억새가 덮고 있고, 10월 중순으로 들어서면 은빛이 가장 짙어진다.

능선 한 바퀴에 30분, 분화구를 끼고 도는 길

다랑쉬오름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다랑쉬오름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주차 공간은 세화리와 송당리를 잇는 길가 오름 입구에 있다. 여기서 정상 능선까지는 20분에서 30분쯤 걸린다. 계단과 흙길이 번갈아 나오고 경사가 제법 서 있어 쉬지 않고 오르기는 어렵지만, 중간에 뒤를 돌아보면 올라온 만큼 들판이 넓게 펼쳐진다.

능선에 닿으면 분화구 바깥 둘레를 따라 1.5km 길이 이어진다. 한 바퀴 도는 데 30분 남짓이다. 걷는 방향에 따라 한쪽에는 분화구 안쪽 비탈이, 반대쪽에는 동부 들판이 번갈아 놓인다. 같은 자리를 두 번 지나지 않고도 사방을 다 볼 수 있는 구조다.

다랑쉬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다랑쉬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분화구 안쪽에는 큰 나무가 거의 없어 풀과 억새로만 덮여 있다. 시선을 막는 것이 없으니 바닥의 둥근 윤곽과 비탈의 기울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화산이 만들어 놓은 형태가 깎이지 않고 남아 있다는 점이 이 오름을 멀리서도 알아보게 하는 이유다.

남쪽 능선에서는 바다 쪽으로 성산일출봉의 윤곽이 잡히고, 발아래로는 동부 오름군의 둥근 봉우리들이 겹겹이 놓인다. 용눈이오름을 비롯한 낮은 오름들이 초록빛과 억새빛을 섞은 채 이어져, 제주 동부가 분화구로 빼곡한 땅이라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억새가 은빛으로 서는 3주

아끈다랑쉬 오름 / 한국관광공사-강한종

아끈다랑쉬 오름 / 한국관광공사-강한종

제주 억새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이 시기 다랑쉬오름은 사면 전체가 억새 이삭으로 덮여, 바람이 지날 때마다 비탈의 색이 한쪽으로 쏠렸다 돌아온다. 해가 낮게 걸리는 늦은 오후에는 이삭 끝에 빛이 걸려 은빛이 더 또렷해진다.

억새는 분화구 능선 위에도 자란다. 키가 사람만큼 큰 구간에서는 길 양옆이 억새로 막혔다가, 트인 자리에 서면 아래쪽 사면과 들판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억새 너머로 분화구 안쪽을 함께 보는 풍경은 절정기 3주 남짓 동안만 만날 수 있다.

억새가 서기 전인 초가을에는 사면이 아직 초록에 가깝고, 절정이 지나면 이삭이 헐거워지면서 갈색으로 내려앉는다. 같은 자리라도 3주 사이에 사면 색이 세 번 바뀌는 셈이라, 방문 시기에 따라 능선에서 보는 인상이 달라진다.

20분이면 오르는 옆 오름과 찾아가는 길

다랑쉬오름 일출 / 한국관광공사-김용연

다랑쉬오름 일출 / 한국관광공사-김용연

바로 옆에는 아끈다랑쉬오름이 붙어 있다. '아끈'은 작다는 뜻의 제주말로, 이름 그대로 높이가 낮아 20분이면 꼭대기에 닿는다. 정상이 접시처럼 평평해 분화구 바닥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고, 가을에는 그 안이 억새로 가득 찬다. 두 오름을 이어 보면 반나절 일정이 된다.

다랑쉬오름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연중 개방한다. 주차장도 따로 요금이 없다. 제주시내에서 차로 40분쯤 걸리며, 매표소나 관리 시설이 없어 해가 진 뒤에는 길에 조명이 없다. 비가 온 다음 날은 흙길이 미끄러우니 바닥이 잡히는 신발을 신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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