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유리 볼의 꿀물에 사과와 배 조각을 담가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 상에 올렸던 사과와 배는 한 번에 다 먹기 어려운 과일이다. 큼직한 것 하나를 깎으면 식구들이 두어 조각씩 집어 먹고 접시에는 늘 서너 조각이 남는데, 설거지를 하고 돌아와 보면 하얗던 단면이 어느새 누렇게 변해 있다. 맛이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닌데 색만 보고 손이 가지 않아 결국 버리게 되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깎은 과일을 소금물에 담근다. 소금물에 잠깐 담갔다 건지면 색이 오래 가는 것은 맞지만, 건져 낸 조각에 짭조름한 맛이 남아 먹기 전에 다시 한번 물에 헹궈야 한다. 헹구는 사이 과일에 물이 배어 아삭한 맛이 덜해지고, 그마저도 접시에 그대로 두면 하루를 넘기기 어렵다.
소금 대신 꿀을 쓰면 이 번거로움이 없어진다. 물 한 컵에 꿀 두 큰술을 풀어 깎은 과일을 잠깐 담갔다 건지는 것만으로 색이 오래 유지되고, 헹구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은은한 단맛이 돌아 오히려 맛이 낫다.
깎아 둔 사과 단면이 30분 만에 누렇게 변하는 이유
흰 접시 위 사과 조각 한 면에만 옅은 갈색 변화가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사과와 배가 변색되는 것은 칼이 지나간 자리 때문이다. 껍질이 덮여 있을 때는 아무 일이 없다가, 칼에 잘려 속살이 드러나는 순간 과일 안에 들어 있던 성분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서 갈색으로 바뀐다. 잘린 면이 넓을수록, 실온에 오래 놓여 있을수록 색이 빨리 변해 얇게 썬 조각은 30분이면 눈에 띄게 누레진다.
접시 위에 랩을 덮어 두는 정도로는 이 변화가 잘 멈추지 않는데, 랩과 과일 사이에 남은 공기만으로도 단면은 계속 색이 변하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넣으면 속도가 느려지기는 하지만, 단면이 공기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한 하루 이틀이면 가장자리부터 갈색 테가 생긴다.
꿀물이 통하는 것은 단맛 때문이 아니라 과일 표면에 남는 얇은 막 때문이다. 물에 녹은 꿀은 건져 낸 조각의 겉면에 끈적한 층으로 남아 공기가 단면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 준다. 소금물처럼 뒷맛을 남기지 않으니 헹굴 일이 없고, 막이 그대로 붙어 있어야 효과가 있으므로 담근 뒤에 물로 씻어 내지 않는다.
깎은 사과와 배 꿀물에 담가 보관하는 방법
찬물 한 컵에 꿀을 넣고 숟가락으로 고르게 푸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찬물 한 컵과 꿀 두 큰술이 전부다. 볼에 물 한 컵을 붓고 꿀 두 큰술을 넣은 다음 숟가락으로 저어 꿀 덩어리가 바닥에 가라앉지 않고 물이 고르게 흐려질 때까지 풀어 준다. 꿀이 잘 안 풀리면 미지근한 물을 조금 섞으면 되는데, 뜨거운 물은 과일이 물러지므로 쓰지 않는다.
과일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바로 꿀물에 넣는다. 조각이 물 위로 뜨면 숟가락으로 한 번 눌러 단면까지 골고루 적시고, 30초에서 1분 정도만 담갔다가 건진다. 오래 담가 둘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단면이 다 젖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신맛을 좋아한다면 꿀 대신 물 한 컵에 레몬즙 한 큰술을 써도 되는데, 이 비율이면 신맛이 세지 않다.
숟가락으로 사과와 배 조각을 꿀물 아래로 가볍게 누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건진 조각은 체에 받치거나 키친타월 위에 한 겹으로 펼쳐 물기를 충분히 말린다. 표면을 만졌을 때 물방울이 묻어나지 않고 살짝 끈적한 느낌만 남으면 다 마른 것이다. 물기가 남은 채로 담으면 바닥에 물이 고여 과일이 물러지니, 이 과정을 건너뛰지 않는 것이 좋다.
물기가 마른 조각은 랩으로 단면까지 감싸거나 지퍼백에 담고 공기를 최대한 빼서 냉장실에 넣는다. 지퍼백은 입구를 거의 다 닫은 상태에서 손으로 봉지를 눌러 공기를 밀어낸 뒤 마저 닫으면 된다. 이렇게 두면 냉장고에서 일주일쯤 색과 맛이 유지되며, 꺼냈을 때 물이 흥건하거나 신 냄새가 나면 그때는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공기를 뺀 지퍼백에 사과와 배 조각을 한 겹으로 담아 냉장실에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명절에 받은 사과와 배를 한 상자씩 두고 먹는 계절에는 이 한 가지만 알아 두어도 버리는 과일이 줄어든다. 깎아 놓은 과일을 꿀물에 한 번 담갔다 보관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