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년 역사 위에 미래를 짓다


3개의 기자 피라미드 중 가장 거대한 쿠푸왕의 피라미드. 피라미드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마치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로 크다. 직접 보면 실제 규모를 잘 느낄 수 있다.

3개의 기자 피라미드 중 가장 거대한 쿠푸왕의 피라미드. 피라미드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마치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로 크다. 직접 보면 실제 규모를 잘 느낄 수 있다.

이집트 대 박물관 내부 전경. 자연광이 전시관 전체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을 볼 수 있다.

이집트 대 박물관 내부 전경. 자연광이 전시관 전체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을 볼 수 있다.

[투어코리아=이경아 ] 올해 여행업계에서 가장 큰 화제 가운데 하나는 단연 이집트 대 박물관 (Grand Egyptian Museum, GEM)의 개관이 아니었을까. 20년에 걸친 공사 끝에 모습을 드러내며, 세계 최대 규모의 고고학 박물관이라는 기록을 새로 쓴 이집트 대 박물관. 하지만 이곳이 진정 특별한 이유는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이 박물관은 수천 년의 역사를 보존하는 공간인 동시에, 그 화려한 유산을 품은 이집트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카이로에 거주하게 된 지 6개월. 나는 오늘도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봐왔던 이집트가 아닌 새로운 이집트를 만난다. 이집트가 꿈꾸는 미래, 그 변화를 도시 곳곳에서 마주한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사막과 낙타. 이집트를 떠올리면 누구나 가장 먼저 그 풍경을 떠올리겠지만 이제 그 이상의 이집트를 만날 시간.

5천년의 역사 위에 또 다른 미래를 짓고 있는 이집트의 오늘을 소개한다.

이집트 대 박물관 내 전시품들

이집트 대 박물관 내 전시품들

이집트 대 박물관 내 전시품들

이집트 대 박물관 내 전시품들

 이집트 여행의 새로운 시작, 이집트 대 박물관

이집트에 도착하자마자 이삿짐을 풀기도 전에 가장 먼저 방문했던 이집트 대 박물관. 사실 나는 이미 7년전 카이로 여행 때 이집트 박물관에 다녀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있던 유물들이 그저 조금 더 큰 공간에 이전한 것 뿐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물관 입구, 천장의 커다란 통창으로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는 거대한 람세스 2세 석상을 보는 순간 이는 나의 큰 오산이었음을 곧바로 알게 된다.

*7년 전 그 유물 맞아?... 완전히 달라진 이집트와의 재회

국내 뉴스에서도 이집트 대 박물관 개관 소식을 워낙 많이 다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기자 피라미드의 근거리에 자리한 이 박물관은 꼼꼼하게 둘러본다면 일주일로도 부족할 만큼 방대한 규모의 고고학 박물관이다. 가장 잘 알려진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를 비롯해 이집트 역사 전반에 걸친 수십만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내가 7년 전 이집트 박물관에서 만났던 유물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만난 유물들은 전혀 다르게 보였다. 분명 예전에 봤던 같은 유물인데도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 오래된 유물과 눈앞의 현대적인 건축물이 한 공간에 놓이니 그 모습이 마치 급변하는 이집트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면 너무 과장일까.

전시 연출도 이전보다 더욱 깊어 졌다. 이 방대한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르되 지루하지 않게, 공간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곳은 층고가 높고 천장이 유리로 설계돼 채광이 훌륭한데 그 자연의 빛과 인공의 조명, 그리고 어둠을 적절하게 쓴 부분도 이전 박물관과 눈에 띄게 달라진 점. 람세스 2세 석상의 당당함은 밝은 빛과 함께 더 빛났고, 화려한 색감의 투탕카멘 황금 마스크는 어둠 속에서 비로소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유물들도 드디어 그 명성에 걸맞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는 느낌.

2019년 구)이집트 박물관의 전시 풍경, 이집트 대 박물관과 다른 분위기를 볼 수 있다.

2019년 구)이집트 박물관의 전시 풍경, 이집트 대 박물관과 다른 분위기를 볼 수 있다.

2019년 구)이집트 박물관 전시품 '세누스레트 3세의 장례용 배'

2019년 구)이집트 박물관 전시품 '세누스레트 3세의 장례용 배'

*그냥 봐도 압도적이지만...'아는 만큼 보이는' 이집트 

훌륭한 전시물과 몰입감을 높인 공간과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두시간은 훌쩍 지나가는데 그저 시선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박물관을 즐기는 것도 물론 좋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다면 가이드와 함께하는 것을 추천한다. 람세스 2세 석상 발치에 작게 새겨진 여인은 누구인지, 박물관 중앙에 거대한 배 한 척이 놓여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수많은 벽화 속 상형문자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이런 건… 역시 알아야 더 재미있지 않을까?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둘러볼 때보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면 감동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처음엔 가볍게 가족과 함께 나들이 삼아 다녀왔고, 두번째 방문에 가이드와 동행했는데 첫 관람 때 그냥 지나쳤던 유물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이게 그런 이야기였단 말이야? 싶어 놀랐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이집트 대 박물관은 관람객들의 몰입을 위해 효과적으로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

이집트 대 박물관은 관람객들의 몰입을 위해 효과적으로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어 오디오는 아직...한국어 가이드라면 한 달 전 예약

대박물관에는 마침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오디오 프로그램 기기를 대여해주는데, 아쉽게도 아직 한국어는 없다. 참고로 일본이 대박물관 건립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지원을 한 덕분인지 박물관 내부 곳곳의 안내판에 영어, 아랍어와 함께 일본어가 병행 표기 되어있고, 일본어 오디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 가이드가 많다. 물론 비용은 현지 가이드보다 조금 있는 편이지만, 소규모로 이동하며 다양한 스케쥴의 투어가 많으니 자신에게 맞는 투어를 골라서 꼭 가이드와 함께 다니는 걸 추천한다. 한국어 가이드는 워낙 인기가 많아서 원하는 날짜에 투어를 하려면 이제 곧 다가올 이집트 여행 성수기(가을-겨울 시즌)에는 한달 정도 전에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유물은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시간. 가이드와 동행할 때 확실히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전시실 창밖에 기자 피라미드가 '툭'...대박물관의 히든 스폿

참, 대박물관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박물관 곳곳의 커다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기자 피라미드! 어두컴컴한 전시실을 돌아다니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던 피라미드라니…. 이토록 거대한 서프라이즈가 또 있을까. 대박물관은 기자 피라미드와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어 전시실을 걷다가 문득 창밖을 바라보면 피라미드 세 개가 한눈에 펼쳐진다. 마치 박물관 전체가 피라미드를 하나의 전시품으로 품고 있는 듯한 설계다. 유물은 실내에 있고, 그 유물을 만든 문명이 창밖 풍경으로 이어지는 대박물관의 숨겨진 하이라이트였다. 이 장면은 설계 초기부터 염두에 둔 것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 앞에 서보니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집트 대 박물관은 설계 초기에서부터 피라미드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고려했다.

이집트 대 박물관은 설계 초기에서부터 피라미드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고려했다.

*아이는 고고학자 변신, 부모는 '맛있는 휴식'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대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고고학 캠프도 추천한다. 캠프는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연령대별로 그룹을 나눠 각 나이와 수준에 맞는 주제로 진행된다. 12세인 아들은 투탕카멘을 주제로 그가 탔던 전차도 미니사이즈로 제작해보고, 황금마스크를 알리는 홍보 책자도 제작했단다. 쉬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오는 친구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캠프. 연령대에 맞춰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캠프. 연령대에 맞춰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이럴 때 한 템포 쉬어 주어야 한다. 마침 대 박물관 1층엔 이집트에서 제일 잘나가는 로컬 F&B 브랜드가 한자리에 다 모여 있다. 어디에 자리를 잡든 평균 이상의 맛을 기대할 수 있다. 고고학도, 유물도 좋지만 식당에서 이집트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 역시 여행의 큰 재미 아닐까. 나의 추천은 주바(ZOOBA).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처럼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곳으로, 이집트식 가정식과 길거리 음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이집트 전통 식사인 아이시 발라디, 타메야 등을 맛볼 수 있는 주바(ZOOBA)

이집트 전통 식사인 아이시 발라디, 타메야 등을 맛볼 수 있는 주바(ZOO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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