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함께 담아낸 완성된 무수분 카레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저녁 바람이 제법 차가워지는 요즘은 밥에 카레를 얹어 먹는 날이 늘어나는데, 정작 냄비 앞에 서면 물을 얼마나 부어야 할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물을 적게 넣으면 바닥이 눌어붙고 많이 넣으면 맛이 묽어지는 탓에, 결국 카레를 한 조각 더 넣어 맛을 맞추는 일이 매번 되풀이된다.
카레 조각을 더 넣으면 농도는 맞출 수 있어도 짠맛이 먼저 강해지는 편이라, 묽어진 맛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물 양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물을 아예 붓지 않는 것인데, 양파와 토마토를 냄비에 깔아 거기서 나오는 수분만으로 끓이는 무수분 카레가 바로 그런 조리법이다.
물을 넣지 않아도 카레가 끓는 이유
양파와 토마토 수분이 고인 냄비 안쪽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카레 맛이 묽어지는 이유는 채소와 고기에서 나온 즙이 부어 놓은 물에 섞여 옅어지기 때문인데, 국물 대부분이 물이 되다 보니 오래 끓여 졸이려 해도 그사이 바닥이 눌어붙기 쉽다. 처음부터 물을 붓지 않으면 재료에서 나온 즙만 남아 같은 양의 카레로도 맛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물 없이 끓일 수 있는 것은 양파와 토마토에 수분이 많기 때문이다. 토마토는 가열하면 과육이 무너지면서 즙이 많이 나와 사실상 물을 대신하고, 뚜껑을 덮어 두면 재료에서 올라온 수증기가 다시 냄비 안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수분이 쉽게 날아가지 않는다.
재료를 쌓는 순서에도 이유가 있다. 수분이 많은 양파를 바닥에 깔면 불이 닿는 면에 먼저 수분이 생겨 바닥이 덜 눌고, 고형 카레는 바닥에 바로 닿으면 쉽게 눌기 때문에 맨 위에 둔다. 그래서 무수분 카레는 재료의 양보다 쌓는 순서와 불 세기를 먼저 챙겨야 한다.
카레 맛 묽어지지 않게 물 없이 끓이는 방법
무수분 카레 재료를 냄비에 쌓아 올린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양파, 토마토, 소고기 다짐육 300g, 고형 카레 4조각, 버터 2조각이다. 양파는 익으면 부피가 크게 줄어드니 냄비 바닥을 다 덮을 만큼 충분히 준비하고, 토마토도 물을 대신하는 재료인 만큼 아끼지 않는 것이 좋다. 냄비는 뚜껑이 무겁고 김 빠지는 구멍이 없는 것이 수분을 지키기에 유리하다.
양파를 결대로 굵게 썰어 냄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토마토를 큼직하게 깍둑썰어 올린다. 다음으로 소고기 다짐육을 평평하게 펴서 올리는데, 다짐육은 덩어리 고기보다 빨리 익지만 한곳에 뭉쳐 두면 덜 익는 부분이 생기니 고르게 펴는 것이 좋다. 맨 위에 고형 카레와 버터를 올리면 재료 쌓기가 끝난다.
고형 카레와 버터까지 올린 냄비 속 재료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서 20분쯤 그대로 둔다. 수분이 나오기 전에 저으면 카레가 바닥에 닿아 눌을 수 있고, 뚜껑을 자주 열면 모인 수분이 날아간다. 양파와 토마토가 무르고 바닥에 국물이 고인 것이 보이면 주걱으로 전체를 섞은 뒤, 다시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서 10분쯤 더 끓여 카레가 완전히 풀리면 다 된 것이다.
실리콘 주걱으로 무수분 카레를 섞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섞을 때 국물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면 토마토 양이 부족했던 경우가 많으니 다음에는 토마토를 늘리는 것이 좋다. 주물 에나멜 냄비는 센 불에서 코팅이 상할 수 있어 중불 이하로 쓰고, 수분이 생기기 전에 빈 바닥을 오래 가열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긁힘을 막으려면 나무나 실리콘 주걱을 쓴다.
소고기 다짐육이 없으면 돼지고기 다짐육을 같은 양으로 써도 된다. 다음 날 더 되직해진 카레는 물이나 우유를 조금 섞으면 먹기 좋은 농도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