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반대 방향으로 일정하게 채 썬 무를 팬에서 나무 주걱으로 펼쳐 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10월 중순이 지나면 시장에 나오는 무가 눈에 띄게 굵어지고 단맛도 올라와서, 저녁 반찬으로 들기름에 볶은 무나물을 떠올리는 집이 많아진다. 그런데 막상 볶아 놓으면 겉은 물렁한데 씹을 때마다 가는 실 같은 것이 이 사이에 걸려, 식구들이 몇 젓가락 먹다가 마는 일이 생긴다.
이럴 때는 보통 불에 더 오래 두거나 물을 조금 부어 푹 익히는 쪽으로 손을 쓰는데, 그렇게 하면 무가 흐물흐물 물러지고 팬 바닥에 물이 고여 나물이라기보다 조림에 가까워진다. 아삭하게 씹히는 느낌은 살리면서 질긴 느낌만 덜고 싶은데, 익히는 시간만 늘려서는 두 가지를 함께 맞추기 어렵다.
같은 무로 씹기 편한 무나물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칼을 넣는 방향에 있다. 무를 결 반대 방향으로 채 썰기만 해도 볶는 시간과 양념은 그대로인데, 입에 넣었을 때 한결 부드럽게 씹히는 무나물이 된다.
결 따라 썬 무채가 질기게 씹히는 이유
세로로 반 갈라 단면의 가는 결이 보이는 굵은 무 중간 부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를 세로로 길게 잘라 단면을 보면 위에서 아래로 가늘게 이어진 줄이 보이는데, 이 줄이 무의 결이고 그 안에 섬유질이 길게 뻗어 있다. 무채를 결과 같은 방향으로 썰면 채 한 가닥 안에 섬유질이 끊기지 않은 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남게 된다.
결대로 썬 무채는 들기름에 볶아 겉이 투명해질 만큼 익어도 가운데의 긴 섬유질이 쉽게 풀리지 않기 때문에, 씹을 때 이 사이에 실처럼 남고 오래 볶을수록 겉만 더 물러진다. 불을 세게 하거나 익히는 시간을 늘려도 질긴 느낌이 크게 줄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 반대 방향으로 썰면 섬유질이 0.5cm 두께마다 짧게 끊겨 채 한 가닥 안에 긴 줄이 남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시간을 볶아도 이가 닿는 대로 쉽게 끊어지고, 무나물의 식감은 결국 볶기 전에 칼을 어느 방향으로 넣느냐에서 먼저 정해진다.
무의 둥근 조각을 겹쳐 결과 직각 방향으로 0.5cm 폭으로 써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나물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볶는 방법
0.5cm 두께의 무 조각을 겹쳐 7cm 안팎 길이로 채 썬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는 위아래보다 굵기가 고른 중간 부분을 150g쯤 잘라 쓴다. 껍질을 벗긴 무를 도마에 눕혀 결과 직각이 되도록 0.5cm 두께로 동그랗게 썬 다음, 동그란 조각을 두세 장씩 겹쳐 다시 0.5cm 폭으로 채 썬다. 동그란 조각의 지름이 그대로 채 길이가 되므로 굵은 중간 부분을 써야 7cm 안팎의 채가 나온다.
팬은 먼저 중불에 올려 충분히 달군 뒤 들기름 3g을 두른다. 작은술 하나가 채 안 되는 적은 양이라 팬 바닥에 고루 펴 주는 것이 좋고, 여기에 무채를 넣어 나무 주걱으로 한쪽에 몰리지 않게 펼쳐 가며 볶는다.
팬 바닥에 들기름을 얇게 펴고 무채를 고르게 펼쳐 볶는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하얗던 무채가 가장자리부터 반투명해지다가 가운데까지 비쳐 보이면 뚜껑을 덮고 불을 약하게 줄여 속까지 익힌다. 젓가락으로 한 가닥 집어 들었을 때 힘없이 휘어지면 다 익은 것이고, 뚜껑을 열 때는 뜨거운 김이 한꺼번에 올라오니 얼굴을 비켜서 연다. 간은 다 익힌 뒤 소금을 조금씩 넣어 맞추는 것이 좋다.
결 방향이 헷갈릴 때는 무를 세로로 반 갈라 단면에 보이는 줄을 확인하고, 그 줄과 직각으로 칼을 넣으면 된다. 무가 굵어질수록 섬유질도 단단해지는 편이라,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무일수록 결 반대 방향으로 써는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가을 무가 굵어지는 요즘에는 무나물을 볶기 전에 칼 방향부터 한 번 바꿔 보길 권한다. 결 반대로 썬 무채 한 접시면 질긴 줄기를 골라내지 않고도 어른과 아이 모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반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