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고구마, 애호박, 두부가 담긴 된장찌개가 작은 냄비에 담겨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로 들어서면 저녁상에 된장찌개를 올리는 날이 부쩍 늘어난다. 애호박과 두부, 감자를 썰어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이면 특별한 재료 없이도 한 끼가 되는데, 막상 떠먹어 보면 국물이 짜기만 하고 뒷맛이 텁텁하게 남는 날이 있다. 같은 된장에 같은 재료를 넣었는데도 유난히 입에 걸리는 날이 있어 더 답답하다.
이럴 때 대부분 물을 더 붓는다. 그런데 물을 보태면 짠맛은 조금 누그러져도 국물이 묽어져 맹탕에 가까워지고, 혀에 남는 텁텁한 맛은 그대로 남아 있다. 설탕이나 맛술을 조금 넣어 보는 사람도 있지만 단맛만 따로 떠 있는 느낌이 들어 끝까지 떠먹기가 쉽지 않다.
감자 넣던 자리에 고구마를 절반 바꿔 넣으면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달라진다. 끓이는 방법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재료를 하나 더 사는 것도 아니어서, 가을에 집에 고구마가 몇 개 굴러다닌다면 오늘 저녁부터 바로 해 볼 수 있다.
감자만 넣은 된장찌개 국물이 텁텁하게 남는 이유
된장찌개 냄비 안에서 감자와 고구마의 익은 상태가 함께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된장은 콩을 오래 발효시켜 만든 장이라 짠맛 뒤에 떫고 쓴 기운이 함께 들어 있다. 이 맛은 물에 희석되기는 해도 사라지지는 않아서, 국물이 묽어질수록 오히려 더 도드라져 느껴진다. 된장찌개의 텁텁함은 된장을 많이 풀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떫은맛을 받아 줄 맛이 국물에 없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감자는 그 역할을 하기에 조금 부족하다. 감자는 익어도 모양이 잘 유지되는 편이라 끓는 동안 국물로 풀려 나오는 전분이 적고, 자체에 단맛이 거의 없어 건더기로 먹을 때는 좋아도 국물 맛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래서 감자만 넣으면 국물이 끝까지 물처럼 묽게 남고 된장 맛만 앞에 선다.
고구마는 감자보다 전분이 많고 조직이 부드러워서, 끓는 동안 겉면이 살짝 풀어지며 국물에 섞여 든다. 그 덕에 국물이 숟가락에 묻어날 만큼 걸쭉해지고 혀에 닿는 두께가 생긴다. 여기에 고구마에 든 단맛이 더해지면서 된장의 짠맛과 떫은맛이 한결 덜 느껴지고, 구수한 쪽으로 맛이 모인다.
된장찌개에 고구마 넣어 국물 걸쭉하게 끓이는 방법
감자와 고구마를 같은 크기로 썰어 깨끗한 도마 위에 나란히 놓았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2~3인분을 끓인다면 감자 한 개를 넣던 자리에 감자 반 개와 고구마 반 개를 쓰면 적당하다. 고구마 맛이 어떨지 걱정된다면 반반으로 시작하고, 국물이 더 걸쭉한 쪽이 입에 맞으면 다음부터 고구마만 넣어도 된다. 품종은 물기가 적고 포슬포슬한 밤고구마가 무난하며, 꿀고구마처럼 단맛이 강한 것은 양을 조금 줄이는 것이 좋다.
고구마는 껍질을 벗기고 감자와 같은 크기로, 한 입에 들어가는 두께로 썬다. 썰어서 물에 담가 두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어 줄 전분이 빠져나가므로 헹구지 않고 바로 쓰는 것이 좋다. 썰어 둔 고구마가 금방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맛과는 상관이 없으니 그대로 넣으면 된다.
냄비에 물을 붓고 된장을 평소 양 그대로 풀어 준 다음, 감자와 고구마를 같은 때에 함께 넣고 중불에서 끓인다. 넣는 시점을 따로 잡을 필요가 없고 애호박이나 양파를 넣는 순서도 평소와 같다. 10분쯤 끓여 젓가락이 쑥 들어가면 익은 것이고, 국물을 떠서 숟가락 뒷면에 얇게 묻어나면 농도가 알맞게 잡힌 것이다.
숟가락 뒷면에 된장찌개 국물이 얇게 묻어 농도가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여기서 두부와 파를 넣고 2분 정도만 더 끓이고 불을 끈다. 고구마를 넣은 찌개는 20분을 넘겨 끓이면 건더기가 다 풀어져 국물이 죽처럼 되므로 불을 끄는 때를 조금 앞당기는 편이 낫다. 남은 찌개를 다시 데울 때도 센 불로 오래 끓이지 말고 바닥이 눌지 않게 저어 가며 데우면 농도가 유지된다.
두부와 대파를 넣어 마무리한 된장찌개가 냄비 안에 담겨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은 고구마가 제철이라 값도 싸고 단맛도 가장 잘 들어 있는 때다. 감자 한 개를 반으로 줄이고 그 자리에 고구마 반 개를 썰어 넣는 것만으로 식구들이 날마다 먹는 찌개 국물의 결이 달라지니, 다음에 된장찌개를 끓일 때 한 번 바꿔 넣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