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유리병에 담긴 통깨와 한 숟가락의 깨소금이 주방 조리대 위에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나물을 무치거나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마다 절구를 꺼내기 번거로워서 깨소금을 한 번에 넉넉히 빻아 통에 담아 두는 집이 많다. 처음 며칠은 뚜껑만 열어도 고소한 냄새가 올라와 미리 빻아 두길 잘했다 싶어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냄새가 눈에 띄게 옅어진다.
시간이 더 지나면 뚜껑을 열었을 때 고소한 냄새 대신 오래된 기름에서 나는 쩐 냄새가 먼저 올라온다. 나물에 듬뿍 뿌려도 고소한 맛은 나지 않고 혀끝에 텁텁한 맛이 남는데, 한 통 가득 남은 깨소금을 버리기 아까워 그대로 쓰다 보면 반찬 맛까지 떨어진다.
깨소금은 한 번에 많이 빻아 두는 게 편하다고 여기기 쉽지만, 참깨는 빻는 순간부터 맛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한다. 고소함을 오래 지키려면 볶은 참깨를 갈지 않은 통깨 상태로 냉동실에 넣어 두고, 먹기 직전에 필요한 만큼만 갈아 깨소금으로 쓰는 것이 좋다.
빻는 순간부터 고소함이 빠지는 깨소금
절구 안에서 통깨가 일부만 부서진 상태를 가까이에서 보여 주는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참깨는 알갱이 안에 기름을 많이 품고 있는 씨앗이라 고소한 맛도 대부분 이 기름에서 나온다. 문제는 기름이 공기와 닿으면 조금씩 변하는 산패가 일어난다는 점인데, 산패가 진행될수록 고소한 냄새는 사라지고 오래된 식용유에서 나는 것 같은 쩐 냄새가 그 자리를 채운다.
통깨일 때는 얇은 껍질이 안쪽 기름을 감싸고 있어 공기와 닿는 면이 알갱이 겉면뿐이다. 그런데 절구에 빻으면 알갱이가 잘게 부서지면서 기름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공기와 닿는 면적이 훨씬 넓어지기 때문에, 깨소금은 같은 날 볶은 통깨보다 훨씬 빨리 산패한다.
통깨와 거칠게 간 깨소금을 나란히 놓아 알갱이 상태를 비교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뚜껑을 꼭 닫아 두어도 통 안에 든 공기만으로 산패는 계속 진행되고, 가스레인지 옆 양념 선반처럼 따뜻한 자리에 두면 더 빨라진다. 그래서 깨소금 맛을 지키려면 공기와 닿는 면이 적은 통깨 상태로 차가운 곳에 두었다가, 쓸 때만 꺼내 가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참깨에 쩐 냄새 안 나게 보관하는 방법
공기를 뺀 지퍼백에 볶은 통깨를 납작하게 나눠 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볶은 통깨는 지퍼백이나 밀폐용기에 나눠 담는데, 한 달쯤 쓸 양씩 나눠 두면 꺼낼 때마다 전체가 바깥 공기에 닿지 않아 편하다. 지퍼백에 담을 때는 손바닥으로 눌러 안의 공기를 최대한 빼고 납작하게 펴서 닫고, 볶은 날짜를 겉에 적어 두면 오래된 것부터 쓰기 쉽다.
나눠 담은 통깨는 냉동실에 넣어 두고, 쓸 때마다 필요한 만큼만 덜어 낸 다음 남은 것은 곧바로 다시 넣는다. 꺼낸 채로 식탁에 오래 두면 봉지 안쪽에 물방울이 맺혀 깨가 눅눅해지기 쉽다. 냉동한 통깨는 따로 녹일 필요 없이 꺼낸 그대로 갈아 써도 된다.
냉동실 서랍에서 납작하게 나눈 통깨 지퍼백을 한 봉지 꺼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깨소금은 나물을 무치거나 국에 넣기 직전에 갈아야 고소함이 가장 진하다. 절구나 작은 깨 분쇄기에 통깨를 한두 숟가락 넣고 몇 번만 빻으면 되는데, 고소한 냄새가 확 올라오고 알갱이가 반쯤 부서졌을 때 멈추는 것이 좋다. 그보다 곱게 갈면 기름이 배어 나와 깨소금끼리 뭉친다.
이미 넉넉히 빻아 둔 깨소금이 있다면 작은 병에 나눠 담아 냉동실에 넣는다. 이렇게 두면 1~2개월 정도는 맛 변화 없이 쓸 수 있다. 뚜껑을 열었을 때 쩐 냄새가 먼저 나는 깨소금은 이미 산패가 진행된 것이니 음식에 넣지 않는 것이 좋다.
깨소금은 미리 빻아 두는 것보다 통깨로 얼려 두었다가 그때그때 가는 쪽이 손은 조금 더 가도 맛 차이가 분명하다. 참깨를 볶았거나 볶은 참깨를 사 왔다면 그날 바로 나눠 담아 냉동실에 넣어 보길 권한다. 나물 한 접시에 뿌리는 깨소금 한 숟가락이 반찬 전체의 고소한 맛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