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오른 찜기 위에 붉게 익은 왕새우가 겹치지 않게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이 깊어지면 수산 시장과 마트 수조에 왕새우가 가득 들어온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철이라 한 상자 사다가 집에서 쪄 먹는 집이 많은데, 찜기 뚜껑을 열었을 때 올라오는 냄새에서 바닷가에서 먹던 맛과는 다른 비린 기운이 느껴져 젓가락이 선뜻 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찌기 전에 물에 한 번 더 헹구거나 껍질을 문질러 씻어 보지만, 물로만 씻어서는 비린 맛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 찌는 동안 뚜껑 안에 갇힌 수증기가 그 냄새를 도로 새우 살에 입히기 때문인데, 다 쪄 놓고 나서 레몬을 뿌려 봐야 겉돌기만 한다.
이럴 때 찬장에 있는 소주 한 병이면 된다. 물이 끓어오른 찜기에 새우를 올리고 소주를 반 컵쯤 고르게 뿌린 뒤 뚜껑을 닫고 찌면, 왕새우 특유의 비린 맛이 가시고 탱탱한 살맛만 깔끔하게 남는다.
쪄 놓은 새우에서 비린 맛이 올라오는 이유
손질 전 왕새우의 등 쪽 마디와 검은 내장이 보이도록 가까이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새우에서 나는 비린 맛은 살 자체보다 등을 따라 길게 들어 있는 검고 가느다란 내장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새우가 먹은 것이 그대로 들어 있는 자리라 가열하면 쓴맛과 비린 맛이 같이 퍼지고, 익는 동안 내장이 터지면 그 맛이 살 전체로 번진다.
껍질째 찌면 이 내장이 안에 그대로 남아 있고, 흐르는 물에 아무리 씻어도 껍질 안쪽까지는 물이 닿지 않는다. 게다가 찜은 뚜껑을 덮고 수증기를 가두는 조리라서, 뚜껑을 열어 두고 끓이는 국이나 탕과 달리 냄새가 빠져나갈 길이 없어 안에서 맴돌다 다시 내려앉는다.
소주를 뿌리면 달라지는 것은 여기서부터인데, 소주에 든 알코올은 물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에 찜기 안이 뜨거워지면 가장 먼저 날아간다. 알코올이 증기에 섞여 뚜껑 틈으로 빠져나가고 나면 뚜껑을 열 때 올라오던 비린 기운이 한결 덜하다. 그래서 다 쪄 놓고 손을 대기보다, 내장을 먼저 빼고 찌는 동안 소주를 뿌리는 쪽으로 순서를 잡아야 한다.
새우찜 찔 때 소주 뿌려 비린 맛 빼는 방법
맑은 물을 담은 큰 볼에서 손으로 왕새우를 가볍게 흔들어 씻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소주 반 컵과 굵은 소금 한 큰술, 이쑤시개 한 개가 전부다. 먼저 새우를 큰 볼에 담고 물을 잠기게 부은 다음 굵은 소금을 넣고 손으로 살살 흔들어 씻는데, 껍질을 문지르면 수염이 부러지고 살이 눌리니 물속에서 흔들어 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물이 뿌옇게 흐려지면 따라 버리고 두어 번 더 헹군다.
씻은 새우는 등이 위로 오게 놓고, 머리에서부터 두 번째 마디와 세 번째 마디 사이에 이쑤시개를 얕게 찔러 넣은 뒤 위로 천천히 들어 올린다. 검은 내장이 실처럼 딸려 나오는데, 중간에 끊어지면 같은 자리를 한 번 더 찔러 남은 부분을 빼낸다. 머리 바로 아래 첫 마디는 근육이 단단해 이쑤시개가 잘 들어가지 않으니 두 번째 마디부터 찾는 것이 좋다.
왕새우 등의 두 번째와 세 번째 마디 사이에서 이쑤시개로 내장을 들어 올리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찜기에는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먼저 끓인다. 김이 힘 있게 올라오면 그때 새우를 겹치지 않게 펼쳐 올리고 소주 반 컵을 숟가락으로 끼얹듯 고르게 뿌린 다음 바로 뚜껑을 닫는다. 찬물에서부터 같이 올리면 새우가 천천히 익어 살에서 물이 빠지니, 물이 끓은 뒤에 올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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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이 붉게 오르고 몸이 둥글게 말리면 다 익은 것이니 불을 끄고, 뚜껑은 몸쪽에서 바깥으로 비스듬히 들어 올려야 수증기에 손등을 데지 않는다. 다 익은 새우를 찜기에 그대로 두면 남은 열에 살이 퍽퍽해지니 바로 접시에 옮겨 담는다. 냉동 새우를 쓸 때는 냉장실에서 미리 녹여 물기를 뺀 뒤에 올려야 녹은 물에 소주가 흘러내리지 않는다.
제철 새우는 재료가 좋아 양념을 더할 것이 없는 대신, 손질과 찌는 순서에서 맛이 갈린다. 다음에 왕새우를 사 오면 내장을 먼저 빼고 소주 반 컵을 뿌려 쪄 보길 권한다. 비린 맛을 미리 덜어 두면 식구들이 껍질을 까는 동안 맛이 떨어질 일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