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수전 앞에서 분리한 샤워기 헤드와 호스 연결부, 거름망을 함께 놓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샤워기를 틀었는데 물이 예전처럼 힘차게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머리를 감으면서 거품을 헹구는 시간이 길어지고, 한쪽 구멍에서만 물이 비스듬히 튀어 벽이나 바닥을 적시기도 한다. 몇 년 쓴 샤워기라면 이제 수명이 다 됐나 싶어진다.
그래서 보통은 헤드 앞쪽 구멍을 들여다본다. 이쑤시개로 구멍을 하나씩 찔러 보고, 식초물에 헤드를 담가 하얗게 굳은 자국을 녹여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물줄기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새 헤드를 사게 된다.
물줄기가 약해지는 원인은 헤드 앞쪽이 아니라 헤드와 호스가 만나는 자리에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 연결부 안쪽에는 손톱만 한 거름망이 들어 있는데, 이 거름망만 꺼내서 씻어도 수압이 되살아난다.
호스와 헤드 사이 거름망에 쌓이는 녹가루
분리한 샤워기 연결부에서 꺼낸 작은 거름망의 망면을 가까이 보여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수돗물은 깨끗해 보이지만 집까지 오는 동안 수도관 안쪽에서 떨어진 녹가루와 물에 섞여 있던 석회 알갱이가 같이 흘러나온다. 양이 적어 몸에 물을 맞을 때는 눈에 띄지 않지만, 이런 알갱이가 헤드 안으로 그대로 들어가면 가느다란 물구멍이 금방 막힌다. 그래서 샤워기는 헤드로 들어가는 입구에 거름망을 끼워 알갱이를 먼저 걸러 준다.
걸러진 녹가루와 석회 조각은 거름망 바깥쪽에 그대로 쌓인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꺼내 보지 않았다면 망 구멍의 절반 이상이 덮여 있기도 한다. 물이 지나갈 길이 좁아지니 헤드까지 들어가는 물의 양이 줄어 물줄기에 힘이 없어지고, 덜 막힌 쪽으로 물이 몰리면서 한두 구멍에서만 비스듬히 튄다.
헤드 앞쪽 구멍을 아무리 뚫어도 며칠 못 가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 입구가 막혀 있으면 출구를 넓혀도 들어오는 물의 양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거름망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부품이 아니라 털어내고 다시 쓰는 부품이라서, 공구 없이 손으로 헤드를 돌려 빼고 망을 씻어 끼우면 물길이 다시 넓어진다.
샤워기 연결부에 쌓인 녹가루 씻어내는 방법
고무장갑을 낀 두 손으로 샤워기 헤드와 호스 너트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 분리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고무장갑과 안 쓰는 칫솔, 작은 그릇 하나다. 먼저 수전 손잡이를 잠그고 호스에 남아 있던 물이 흐를 수 있으니 바닥에 수건을 깔아 둔 다음, 헤드를 한 손으로 잡고 호스 쪽 너트를 다른 손으로 잡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고무장갑을 끼면 미끄러지지 않아 힘이 잘 전해지고, 그래도 안 돌아가면 연결부에 고무줄을 두세 바퀴 감고 다시 돌린다.
헤드가 빠지면 연결부 안쪽에 하얗거나 붉게 변한 거름망이 보인다. 거름망은 대개 손가락으로 집어 당기면 나오고, 잘 안 나오면 이쑤시개 끝으로 가장자리를 들어 올린다. 꺼낸 망을 그릇 위에서 톡톡 털어 녹가루를 떨어뜨린 뒤, 물을 틀어 놓고 평소 물이 들어가던 반대쪽에서 흘려 주면 안쪽에 박힌 알갱이가 빠진다. 칫솔로 양면을 문질러 불빛에 비춰 봤을 때 구멍이 고르게 비치면 다 씻긴 것이다.
작은 그릇 위에서 칫솔로 거름망 양면을 씻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하얗게 굳은 석회가 떨어지지 않으면 물에 식초를 반반으로 섞어 10분쯤 담갔다가 다시 문지른다. 이때 거름망과 함께 빠져나온 얇은 고무링을 잃어버리지 않게 그릇에 같이 담아 두고, 한쪽이 눌려 납작해졌거나 테두리가 갈라졌는지 살펴본다. 고무링이 상한 채로 조립하면 그 자리에서 물이 새기 때문에 철물점에서 같은 크기로 사다 끼우는 것이 좋다.
조립은 빼낸 순서를 거꾸로 밟는다. 거름망을 원래 방향대로 연결부에 넣고 고무링을 그 위에 평평하게 올린 다음, 헤드를 손으로 끝까지 돌려 조인다. 수전을 열고 연결부를 손으로 만져 봤을 때 물기가 묻지 않으면 제대로 조여진 것이다. 청소는 여섯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고, 망이 찢어졌으면 망만 따로 바꿔 끼운다.
거름망과 고무링을 넣은 뒤 샤워기 헤드를 호스에 손으로 조여 연결부를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물줄기가 약해졌다고 느껴지면 새 샤워기를 고르기 전에 헤드를 한 번 돌려 빼 보길 권한다. 샤워기 연결부를 들여다보는 일은 날마다 몸에 닿는 물이 지나가는 길을 챙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