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에서 무채와 건새우를 들기름에 함께 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날이 쌀쌀해지면 국 한 냄비를 끓여 두는 집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무국은 재료가 단순해서 손이 자주 가는 국이다. 무 한 토막만 있으면 되고 끓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상에 올려 한 숟갈 떠먹어 보면 국물이 밍밍해서 아쉬울 때가 많다.
국물 맛을 내려고 국간장을 더 붓거나 소금을 더 풀어 보지만 짠맛만 올라가고 구수한 맛은 그대로 없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부터 내면 낫다는 것은 알아도 국 한 냄비 끓이려고 냄비 둘을 쓰는 일이 번거로워, 결국 맹물에 무만 넣고 끓이다가 아쉬운 국물을 그대로 먹게 된다.
이럴 때 국물 맛을 끌어올리는 재료가 건새우다. 무채를 들기름에 볶는 단계에서 마른 새우 20g을 함께 넣고 볶았다가 물을 부어 끓이면, 육수를 따로 내지 않아도 국물에 구수한 맛이 돈다. 건새우를 어느 시점에 얼마나 넣고 어떻게 끓이는지만 알면 평소 끓이던 무국이 달라진다.
무만 넣고 끓인 국물에 감칠맛이 없는 이유
마른 건새우의 몸통과 선명한 색을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에서 나오는 맛은 시원하고 달큰한 맛이다. 국물을 받쳐 주는 바탕으로는 좋지만 혀에 감기는 감칠맛은 무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무를 아무리 오래 끓여도 국물은 맑고 심심한 쪽으로만 가고, 여기에 소금이나 간장을 더하면 간만 세질 뿐 맛의 두께는 그대로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보통 멸치육수인데, 육수는 멸치 머리와 내장을 떼고 다시마와 함께 물에 우린 다음 건져 내야 해서 손이 두 번 간다. 끓이는 시간을 넘기면 멸치에서 쓴맛과 비린맛이 나와 오히려 국물이 탁해지기도 한다.
건새우는 말리는 동안 물기가 빠져 작은 몸집에 맛이 몰려 있어서, 국물에 넣으면 적은 양으로도 구수한 맛이 우러난다. 기름에 먼저 볶으면 껍질에서 고소한 향이 올라오고, 그 상태로 물을 부어 끓이면 향과 맛이 함께 국물로 풀린다. 그래서 건새우는 물에 따로 우려 건져 내는 재료가 아니라, 무채와 함께 볶아 그대로 끓이는 쪽이 맛이 더 난다.
무국 국물 맛을 깊게 내는 방법
손질한 무와 건새우, 들기름을 조리 전 필요한 양만 꺼내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는 230g 남짓, 국그릇 두 그릇이 나오는 양을 기준으로 잡는다. 껍질을 벗겨 반달 모양으로 얇게 썰거나 손가락 길이로 채를 썰어 두고, 건새우는 20g을 덜어 둔다. 종이컵에 가볍게 담으면 한 줌 정도 되는 양이다. 들기름 1큰술과 물 900ml, 간을 맞출 국간장이나 소금도 함께 꺼내 둔다.
냄비에 썰어 둔 무와 들기름 1큰술을 넣고 중불에서 1분 정도 볶는다. 들기름은 센 불에서 쉽게 타고 쓴맛이 나니 불을 올리지 않고, 무가 기름을 고르게 입을 정도로만 뒤적인다. 무 겉이 기름을 먹어 반투명하게 변하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다.
중불의 냄비에서 들기름을 입어 가장자리가 반투명해진 무를 뒤적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여기에 건새우 20g을 넣고 30초쯤 더 볶아 새우 껍질에서 향이 나면, 물 900ml를 붓고 센 불로 올려 끓인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중불로 낮추고 무가 투명해질 때까지 10분 안팎을 더 끓인 다음,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무를 숟가락으로 눌렀을 때 쉽게 갈라지면 다 끓은 것이다.
투명해진 무와 건새우가 맑은 국물에 끓고 있는 완성 직전의 무국.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건새우는 머리가 떨어져 나가고 부스러진 것보다 몸통이 붙어 있고 색이 선명한 것을 쓰면 비린맛이 덜하다. 봉지에서 바로 꺼낸 새우에 가루가 많으면 체에 한 번 쳐서 쓰고, 남은 건새우는 봉지째 냉동실에 넣어 두면 다음에 끓일 때까지 맛이 유지된다. 건새우 양을 두 배로 늘리면 국물이 달고 비린 쪽으로 기울 수 있어 한 줌 정도가 적당하다.
무국은 겨울이 다가올수록 자주 끓이는 국이라, 한 번 요령을 알아 두면 그다음부터 계속 써먹게 된다. 국 한 냄비를 끓일 때마다 육수부터 내지 않아도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국물이 나온다면 그만큼 부엌에서 쓰는 손이 줄어드는 셈이니, 다음 무국에는 건새우 한 줌을 함께 볶아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