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에 끓인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국자로 뜬 국물의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저녁에 김치찌개를 끓이려고 묵은지와 돼지고기를 꺼내 놓으면 밥도 같이 짓게 된다. 쌀을 씻어 밥솥에 넣고 나면 뿌옇게 흐린 물이 한 대야 남는데, 이 물은 대개 그대로 싱크대에 흘려보낸다. 설거지물과 다를 게 없어 보이니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러고는 찌개에 수돗물을 받아 붓는다. 김치와 고기를 넉넉히 넣고 한참 끓여도 국물이 어딘가 묽고 겉도는 날이 있는데, 떠먹어 보면 김치의 신맛만 앞에 서고 뒤가 비어 있다. 돼지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코에 걸리기도 해서 설탕이나 조미료를 조금 더 넣어 맛을 맞추게 된다.
국물 맛을 낼 재료를 따로 사지 않아도, 밥 지을 때 버리던 쌀뜨물을 맹물 자리에 그대로 넣으면 돼지고기 잡내가 줄고 국물이 한층 진해진다. 몇 번째 헹군 물을 받아야 하는지, 언제 얼마나 붓는지만 알아 두면 된다.
맹물로 끓인 김치찌개 국물이 묽고 겉도는 이유
김치와 돼지고기가 든 찌개 국물을 국자로 떠 농도를 살펴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치찌개 국물이 밍밍한 것은 재료가 적어서가 아니라 김치에서 나온 신맛과 돼지고기에서 나온 기름이 물속에서 따로 도는 탓인데, 이러면 혀에 신맛과 기름 맛이 차례로 닿을 뿐 하나로 모인 국물 맛이 되지 않는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이때 그대로 올라온다.
수돗물은 아무것도 녹아 있지 않은 맑은 물이라서 따로 도는 맛을 한데 붙잡아 줄 것이 없다. 끓이는 시간을 늘리면 물이 졸아 국물 색은 짙어지지만 짠맛만 세지고 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설탕이나 조미료를 넣는 것도 빈 자리를 다른 맛으로 덮는 쪽이라서, 먹고 나면 국물이 겉돈다는 느낌은 남는다.
쌀을 헹굴 때 나오는 뿌연 색은 쌀 표면에서 떨어진 전분 때문인데, 이 전분이 퍼져 있는 물로 끓이면 국물에 약한 끈기가 생겨 기름과 김치 국물이 한데 어우러지고 돼지고기 냄새도 덜 도드라진다. 그래서 맹물 자리에 쌀뜨물을 붓는 것만으로 숟가락에 묻는 국물이 달라진다.
쌀뜨물로 김치찌개 국물 진하게 끓이는 방법
두세 번째 헹군 쌀뜨물을 투명 계량컵에 받아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네 식구가 먹을 양이면 묵은지 300g에 삼겹살이나 앞다리살 250g 정도가 알맞고, 쌀뜨물은 600~700ml, 종이컵으로 3~5컵을 받아 둔다. 고기보다 김치를 세 배쯤 넉넉하게 넣으면 국물 맛이 더 깊어진다. 쌀뜨물은 처음 씻은 물이 아니라 두세 번째로 헹군 물을 쓰는데, 첫 물에는 쌀에 묻은 먼지가 섞여 나오기 때문이다.
냄비를 중불에 올리고 돼지고기를 먼저 넣어 겉면이 하얗게 익을 때까지 볶는다. 기름이 조금 나오면 김치를 가위로 썰어 넣고 함께 볶는데, 김치 숨이 죽고 색이 짙어질 때까지 3~5분쯤 두는 것이 좋다. 김치를 날것으로 두고 물부터 부으면 신맛이 그대로 남는다.
냄비에서 익은 돼지고기와 잘게 썬 김치를 함께 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치가 충분히 볶아졌으면 쌀뜨물을 한 번에 붓고 센 불로 올려 끓인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중불로 낮춰 20분쯤 더 끓이는데, 뚜껑을 다 덮어 두면 쌀뜨물이 쉽게 끓어 넘치니 반만 덮거나 열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위로 올라오는 흰 거품은 전분이라 그대로 두어도 된다.
볶은 김치와 돼지고기에 쌀뜨물을 붓고 끓이는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숟가락으로 떠 봤을 때 국물이 또르르 흐르지 않고 조금 느리게 떨어지면 알맞게 끓은 것이다. 여기에 두부와 대파를 넣고 5분만 더 끓인 다음 간을 보는데, 쌀뜨물이 들어간 국물은 맹물보다 간이 세게 느껴지니 소금이나 국간장은 마지막에 조금씩 넣어 맞추는 것이 좋다. 쌀뜨물이 없는 날에는 맹물로 끓여도 되고, 받아 둔 쌀뜨물은 쉽게 상하니 그날 안에 쓰는 것이 좋다.
다음에 김치찌개를 끓일 때는 밥 지을 쌀을 씻으면서 쌀뜨물을 한 대야 받아 두고 맹물 자리에 부어 보길 권한다. 돈을 더 쓰지 않고도 식구들이 날마다 먹는 국물 맛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