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나무 주걱과 작은 면 헝겊에 묻힌 들기름을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국을 젓거나 볶음을 할 때 손이 먼저 가는 것이 나무 주걱이다. 쇠 조리도구처럼 코팅 팬을 긁지 않고 손에 열도 덜 전해져 오래 쓰다 보면 정이 드는 물건인데, 음식 냄새가 밴 것 같으면 괜히 찜찜해진다. 그래서 냄비에 물을 끓여 주걱과 나무 도마를 함께 넣고 푹 삶아 소독하는 집이 적지 않다.
그런데 몇 번 삶고 나면 멀쩡하던 주걱 손잡이에 실금이 보이고, 도마는 결을 따라 거칠게 일어난다. 색도 허옇게 들뜨고, 분명 삶았는데 며칠 지나면 다시 쿰쿰한 냄새가 올라온다. 깨끗하게 쓰려고 한 일인데 오히려 물건이 빨리 상하는 셈이다.
나무 조리도구는 삶는 쪽이 아니라 적당히 씻고 기름으로 막을 입히는 쪽으로 관리해야 오래간다. 미온수로 짧게 씻어 말린 다음 식용 오일을 얇게 발라 두는 것만으로 갈라짐과 냄새가 함께 줄어든다.
끓는 물에 삶을수록 갈라지는 나무 주걱
나무 주걱 손잡이 한쪽 결을 따라 가늘게 난 균열을 가까이에서 보여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나무는 속이 비어 있는 섬유가 촘촘히 모여 있는 재질이라 물을 그대로 빨아들인다. 끓는 물에 담그면 섬유가 물을 머금고 부풀었다가 식으면서 다시 줄어드는데, 이 과정을 몇 번 거치면 겉면에 눈에 잘 안 보이는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뜨거운 물을 바로 붓는 것도 마찬가지라 결이 뒤틀리기 쉽다.
한번 금이 간 나무는 그 틈으로 물기와 음식물이 들어가 잘 마르지 않는다. 겉은 말라 보여도 틈 안쪽에 물기가 오래 남아 있으면 냄새가 나고, 다시 삶으면 틈이 더 벌어지는 쪽으로 간다. 소독한다고 한 일이 냄새가 머무를 자리를 넓혀 주는 것이다.
식용 오일을 바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름은 물과 섞이지 않아 나무 표면과 틈새에 스며들어 얇은 막을 만들고, 그 막이 물이 안쪽까지 들어가는 것을 막아 준다. 물을 덜 먹으면 부풀었다 줄어드는 폭도 작아져 갈라짐이 늦게 온다. 그래서 삶아서 익히는 쪽이 아니라 기름으로 덮어 주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나무 주걱과 도마 기름 발라 관리하는 방법
미지근한 물로 헹군 나무 주걱을 마른행주로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설거지는 미지근한 물에 주방 세제를 묻힌 부드러운 수세미로 빠르게 문지르고 바로 헹군다. 물에 담가 두거나 식기세척기에 넣는 것은 삶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하지 않는다. 헹군 뒤에는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고, 바닥에 눕히지 말고 세워서 바람이 통하는 곳에 두어 속까지 말린다.
완전히 마른 상태에서 오일을 바른다. 들기름이나 호두기름처럼 공기 중에서 굳는 기름이 막을 만들기에 알맞고, 올리브유나 콩기름은 잘 마르지 않아 끈적임과 묵은 기름 냄새가 남기 쉽다. 키친타월이나 면 헝겊에 기름을 몇 방울 묻혀 결을 따라 얇게 펴 바르면 된다.
면 헝겊에 묻힌 들기름을 나무 도마 결 방향으로 얇게 펴 바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바른 뒤에는 30분쯤 그대로 두어 기름이 스며들게 하고, 표면에 남아 번들거리는 기름은 마른 헝겊으로 닦아 낸다. 손으로 만졌을 때 기름이 묻어나지 않고 살짝 매끈한 느낌만 남으면 알맞게 된 것이다. 새로 산 주걱이나 오래 방치했던 도마는 이 과정을 3~4번 반복해야 막이 제대로 잡힌다.
기름을 스며들게 한 뒤 마른 헝겊으로 나무 주걱 표면을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한번 자리를 잡고 나면 1~2개월에 한 번만 발라 주면 충분하다. 물에 적셨을 때 물방울이 맺히지 않고 바로 스며들면 다시 바를 때가 된 것이다. 색이 허옇게 뜨고 표면이 까슬까슬해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미 깊게 갈라져 손에 걸리는 도마는 기름으로 메워지지 않으니 바꾸는 것이 안전하다.
나무 주걱 하나 제대로 관리해 두면 몇 년을 쓰면서도 손에 닿는 느낌이 크게 변하지 않으니, 설거지 끝에 기름 한 번 발라 두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