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밀폐 용기에 담은 볶은 참깨를 냉장실 안쪽 선반에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나물을 무치거나 국을 끓일 때 마지막에 한 꼬집씩 뿌리는 참깨는 웬만한 부엌에 늘 한 통씩 있다. 봉지째 뜯어서 집게로 집어 두거나 통에 부어 놓고, 가스레인지 옆 찬장이나 조미료 선반에 다른 양념들과 나란히 세워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른 곡물이니 실온에 둬도 상할 일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몇 달 지나 뚜껑을 열면 예전 같은 고소한 냄새가 나지 않고, 코를 찌르는 묵은 기름 냄새가 올라올 때가 있다. 그대로 음식에 뿌리면 그 냄새가 그릇 전체에 퍼져서 결국 남은 양을 통째로 버리게 된다. 뚜껑을 잘 닫아 뒀는데도 그렇게 되니 이유를 알기 어렵다.
참깨는 마른 곡물처럼 보여도 절반 가까이가 기름인 재료라, 두는 자리 하나로 먹을 수 있는 기간이 크게 달라진다. 개봉했다면 밀폐해서 냉장실로 옮기고, 6개월을 넘겨 둘 양은 아예 냉동실로 보내는 것이 좋다.
찬장에 둔 볶은 참깨에서 묵은 기름 냄새가 나는 이유
가스레인지와 떨어진 찬장 선반에 놓인 볶은 참깨 통과 다른 조미료의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참깨가 고소한 것은 알갱이 안에 기름이 가득 들어 있기 때문인데, 이 기름은 공기와 만나고 온도가 올라가면 서서히 변해서 쩐내라고 부르는 냄새를 낸다. 특히 볶은 참깨는 열을 한 번 받으면서 껍질이 갈라지고 기름이 겉으로 배어 나온 상태라, 사 온 그대로인 생깨보다 냄새가 훨씬 빨리 변한다.
찬장은 이 변화가 일어나기에 좋은 자리다. 가스레인지 옆이나 싱크대 위 선반은 요리할 때마다 더운 김이 올라와 온도가 오르고, 여름에는 실온 자체가 높게 유지된다. 뚜껑을 닫아 둬도 쓸 때마다 열고 닫으면서 통 안에 새 공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밀폐만으로는 속도를 늦추는 데 한계가 있다.
갈아서 만든 깨소금이나 들깨가루는 사정이 더 나쁘다. 알갱이를 부수어 놓으면 공기와 닿는 면이 몇 배로 늘어나서 통깨보다 훨씬 빨리 냄새가 변하고, 향도 금방 날아간다. 그래서 갈아 놓은 것일수록 실온에 두지 말고 온도가 낮은 자리로 옮겨야 한다.
개봉한 참깨 쩐내 없이 보관하는 방법
볶은 참깨를 뚜껑 패킹이 보이는 유리 밀폐병에 옮겨 담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뜯은 봉지째 두지 말고 뚜껑이 꽉 잠기는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밀폐 용기에 옮겨 담는다. 봉지는 집게로 접어 둬도 접힌 틈으로 공기가 계속 드나든다. 담은 통은 냉장실 안쪽 선반에 넣어 두고, 볶은 참깨는 냉장이라도 석 달에서 여섯 달 안에 먹는 것을 기준으로 잡는다.
한 번에 많이 사서 여섯 달 안에 다 못 쓸 것 같으면 남는 양은 냉동실로 보낸다. 이때 한 통에 몽땅 넣지 말고 한두 달 쓸 만큼씩 작은 봉지에 나눠 담아 얼리는 것이 좋다. 그래야 쓸 때마다 통 전체를 꺼냈다 넣었다 하지 않아도 되고,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면서 생기는 물기도 줄어든다. 갈아 놓은 깨소금과 들깨가루는 양이 적더라도 냉장이나 냉동에 두는 편이 안전하다.
한두 달 분량으로 나눈 참깨 봉지를 냉동실 서랍에 넣어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꺼낼 때는 반드시 물기가 없는 마른 숟가락을 쓴다. 설거지하고 막 건진 숟가락이나 국 젓던 숟가락을 그대로 넣으면 물이 몇 방울 들어가는데, 밀폐 용기 안은 그 물기가 마르지 않아 덩어리가 지고 곰팡이가 피기 쉽다. 퍼낸 다음에는 통을 식탁에 두지 말고 바로 뚜껑을 닫아 제자리에 넣는다.
마른 나무 숟가락으로 밀폐 용기에서 볶은 참깨를 덜어 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오래 두어 눅눅해지고 향이 약해진 참깨는 마른 프라이팬에 약한 불로 살짝 볶으면 고소한 냄새가 어느 정도 돌아온다. 기름은 두르지 않고 깨만 펼쳐 넣은 다음 나무주걱으로 계속 저어 주는데, 알갱이가 톡톡 튀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면 바로 불을 끈다. 색이 진해질 때까지 두면 쓴맛이 도니 한두 분이면 충분하고, 볶은 뒤에는 완전히 식혀서 담아야 통 안에 김이 서리지 않는다.
참깨 한 통을 찬장에서 냉장실로 옮기는 데는 몇 초면 되고, 그 한 번으로 남은 양을 버리지 않고 고소한 맛 그대로 몇 달을 더 쓸 수 있으니 오늘 양념 선반부터 한번 살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