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체 주류 생산량이 크게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도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69%까지 치솟았습니다.
- 과거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도를 맞았던 진로를 거액에 인수한 하이트는 소주 사업의 탄탄한 현금 창출력 덕분에 그룹의 버팀목을 마련했습니다.
- 소비량 둔화에 맞서 도수를 낮춰 원가를 개선하는 한편, 베트남 생산 기지를 세워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국내 전체 주류 생산량이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300만㎘ 밑으로 떨어질 만큼 술 소비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지만,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69%까지 치솟았습니다. 회식 문화 변화와 건강 중시 기조로 술을 덜 마시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음에도, 소주는 여전히 대중적 수요를 굳건히 지키며 하이트진로 전체 매출의 64%를 책임지는 핵심 현금 창출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1924년 시작된 진로, 어떻게 국민 소주가 되었나
진로의 역사는 1924년 평안남도 용강에서 장학엽 창업주가 세운 진천양조상회에서 출발했습니다. 6·25 전쟁 이후 서울로 터전을 옮기며 남한 정서에 맞지 않던 원숭이 마스코트를 친근한 두꺼비로 교체했고, 1965년 식량난 해소를 위한 양곡관리법으로 쌀을 이용한 증류식 소주 제조가 금지되자 연속 증류 주정을 희석해 만드는 희석식 소주 시장에서 대대적인 판촉전을 펼쳤습니다.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앞세운 진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며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넓혀 갔습니다.
여기에 1976년 주류 도매상이 관할 지역 소주를 물량의 50% 이상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했던 '자도주 의무 구매 제도'가 시행되면서, 수도권이라는 최대 배후 시장을 쥐고 있던 진로는 단숨에 전국 1위 자리를 공고히 굳혔습니다.
무리한 확장과 부도, 그리고 하이트의 3조 4,200억 원 승부수
하지만 위기도 있었습니다. 2세 경영에 나선 장진호 전 회장이 유통, 건설, 제약 등 24개 계열사로 사세를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1997년 외환위기 직전 부도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본업인 소주 사업만큼은 단일 매출 6,900억 원에 점유율 55%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흑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알짜 기업으로 꼽히던 진로를 인수하기 위해 여러 대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이 알짜배기 현금 흐름을 알아본 곳이 바로 '지하 150m 천연암반수' 마케팅으로 오비맥주를 꺾었던 하이트맥주였습니다. 하이트는 2005년 경쟁사들을 제치고 무려 3조 4,20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베팅해 진로를 인수했습니다. 이후 2011년 카스에 맥주 1위를 재탈환당하고 테라와 켈리의 복합 전선에서도 고전했지만, 비싸게 사들였던 진로 소주가 그룹 전체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15.7도 저도수화와 베트남 신공장으로 여는 다음 판
국내 소주 소비량 자체의 정체를 방어하기 위해 하이트진로는 두 가지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제품의 '저도수화'입니다. 1924년 35도였던 도수는 참이슬(23도)과 진로이즈백(16.9도)을 거쳐 현재 15.7도까지 내려왔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면 젊은 층과 여성 소비자의 진입 장벽이 낮아질 뿐 아니라, 원료인 주정 투입량이 줄어들어 원가율을 개선하는 실익도 챙길 수 있습니다.

소주 시장의 환경 변화 속에서 익숙한 술이 품은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글로벌 영토 확장입니다. 이미 소주는 전 세계 증류주 판매량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판매의 대부분이 내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K-콘텐츠 열풍으로 북미와 동남아시아에서 과일 소주와 일반 소주 수요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자,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에 축구장 11개 크기의 전용 생산 공장을 착공해 본격적인 해외 공략에 나섰습니다.
국내 주류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는 지금, 내수 한계를 넘어서려는 하이트진로의 글로벌 확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시점입니다. 하이트진로 읽어 드렸습니다.
FAQ
희석식 소주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알코올로 만드나요?
아닙니다. 희석식 소주는 타피오카, 고구마, 쌀보리 등의 곡물을 발효시킨 뒤 연속 증류해 순도 95%의 주정을 만들고, 여기에 물과 감미료를 타서 제조합니다.
소주 도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비자들의 순한 술 선호 현상에 맞춰 음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도수가 낮아질수록 주정 원료 투입 비중이 줄어들어 원가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이트진로가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짓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포화 상태인 국내 주류 시장을 벗어나 K-컬처 인기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및 북미 수출 물량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