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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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이 ESG를 선택한 진짜 이유

spark_icon6분 지식
  • 블랙록은 윤리적 당위가 아니라 장기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ESG를 핵심 투자 잣대로 확립했습니다.
  • 이사회 의결권 행사와 투자 철회 압박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는 한편, 친환경 포트폴리오 구성을 둘러싼 그린워싱 비판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 이 거대한 자본 흐름은 도넛 경제학이나 순환 경제 같은 대안적 프레임워크와 맞물리며, 기존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전환 신호로 읽힙니다.

운용 자산만 10조 달러(22년 1월 기준, 약 1경 원 이상)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2020년부터 주주 서한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회사의 핵심 투자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도덕적 자선이나 환경주의 운동 차원이 아니라, 기후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는 기업은 앞으로 결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냉철한 자본주의적 생존 계산에서 나온 결정이었습니다.

대형 자본 권력, 무엇을 선언했나

블랙록은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 숱한 금융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아 최후의 승자가 된 자본 시장의 거인입니다. 그런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매년 초 전 세계 주요 CEO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ESG 원칙을 강하게 천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격자무늬 배경 중앙에 'BlackRock ESG'라고 적힌 검은색 원이 있고, 양옆에 녹색 달러 기호가 그려진 조준경 모양의 아이콘이 배치된 그래픽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주주 서한을 통해 ESG를 핵심 투자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식화한 배경입니다.

ESG라는 용어 자체는 2005년 유엔(UN)이 처음 정립한 개념이지만, 세계 1위 자산운용사가 이를 포트폴리오 구성의 엄격한 잣대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시장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래리 핑크는 2022년 서한에서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환경주의자여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자로서 고객의 장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한 것입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닌 자본의 강제력

블랙록의 ESG 선언이 파괴력을 지니는 이유는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자본 회수와 의결권 행사라는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블랙록은 매출의 25% 이상을 석탄 발전에서 얻는 기업을 상대로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배경에 희미한 주식 차트가 있고 중앙에 블랙록과 엑슨모빌 로고가 원형으로 배치된 그래픽 화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2대 주주로서 엑슨모빌의 경영 방식에 직접 개입하며 ESG 경영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주식을 매도하는 수준을 넘어 주요 주주로서 경영권에 직접 개입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미국 최대 석유 기업인 엑슨모빌의 지분을 6% 넘게 보유한 2대 주주로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2021년 이사회에서 기존 임원들의 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파격을 선보였습니다. 자본이 기업의 환경 전략을 직접 강제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국내외 기업에 미친 파장과 불거진 그린워싱 한계

이러한 자본 압박은 한국 시장에도 직격탄이 되었습니다. 블랙록은 국내 100대 기업 중 80여 개 기업의 주요 주주로 들어가 있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 했었습니다. 이들에게 RE100 가입을 촉구하고 탄소 감축 계획을 요구하는 등 실질적인 경영 압박이 가해졌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차가운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이른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입니다. 블랙록의 친환경 ETF나 클린 에너지 펀드 내부를 들여다보면 석유 공룡인 엑슨모빌이나 셰브론, 혹은 빅테크 기업들이 버젓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경과 사회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순수 임팩트 투자의 비중은 고작 2~3%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결국 수익률을 지키기 위해 무늬만 친환경을 내세운 것 아니냐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낡은 자본주의의 대안: 도넛 경제학에서 순환 경제까지

그럼에도 블랙록 같은 거대 자본이 ESG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사실 자체는 커다란 변곡점을 의미합니다. 끝없는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던 과거의 시스템이 지구 생태계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을 금융 권력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학계와 현장에서 오랫동안 모색되어 온 여러 대안 경제 모델들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푸른 나무와 넓은 잔디밭으로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영국식 저택 건물이 보입니다.

기존의 자본주의 틀을 넘어 새로운 경제적 대안을 탐색하는 여정은 이 고즈넉한 학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영국 슈마허 칼리지 등에서 논의되는 대안 경제 모델들은 자본주의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보완하려 합니다. 대표적으로 케이트 레이워스가 창안한 도넛 경제학은 인간에게 필요한 사회적 기초(식량, 보건, 일자리)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생태적 한계(기후변화, 대기오염) 사이의 안전지대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생산하고 폐기하는 방식을 넘어 자원을 끊임없이 재사용하는 순환 경제, 커뮤니티가 자원을 공동 관리하며 과도한 생산과 소비를 지양하는 커먼즈(공유) 경제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가

블랙록이 쏘아 올린 ESG 열풍이 일시적인 마케팅이나 위선적인 브랜딩에 머물지, 아니면 자본주의 자체를 한 단계 진화시키는 현실적인 규칙으로 안착할지는 앞으로의 자금 집행 흐름에 달려 있습니다. (최신 기준 ESG 후퇴의 흐름을 보여주는 양상)

자본 권력이 ESG를 거스를 수 없는 규칙으로 못 박은 이상, 기업과 투자자는 표면적인 ESG 평가 점수에 매달리는 것을 넘어 실제 사업 모델 전반을 생태적 한계 안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블랙록이 주도하는 이 거대한 자본 실험이 경제 시스템을 어디까지 바꿔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때입니다. 블랙록의 ESG 전략 읽어 드렸습니다.


FAQ

블랙록이 ESG 투자를 환경 보호 운동이 아니라고 선언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덕적 당위 때문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탄소 배출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자본주의적 투자 판단에 근거했기 때문입니다.

블랙록의 ESG 투자에 대해 '그린워싱'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친환경 테마를 표방한 ESG ETF 포트폴리오에 엑슨모빌, 셰브론 같은 전통 석유 화학 기업이 여전히 포함되어 있고, 실질적인 임팩트 투자 비중은 극히 낮다는 점이 지적되었기 때문입니다.

도넛 경제학(Donut Economics)이란 무엇인가요?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적 기초'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생태적 한계' 사이의 균형 잡힌 도넛 형태 영역 안에서 지속가능한 번영을 추구하는 경제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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