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틀팩토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실제로는 거의 재활용되지 않는 현실을 직접 확인한 뒤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 자체 다회용 컵 대여 앱과 인근 매장 10여 곳의 연대를 통해 반납률 95%와 일회용 컵 1만 8천여 개 절감이라는 구체적 성과를 입증했습니다.
- 일회성 환경 캠페인을 넘어 소상공인 연대 축제와 무포장 장터 '채우장'으로 일상에 안착하는 제로웨이스트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테이크아웃 컵과 플라스틱 빨대가 전혀 없는 카페가 과연 비즈니스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 잡은 ‘보틀팩토리’는 일회용품을 완전히 배제하고도 지역 주민의 일상 속에 스며들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해 냈습니다.
단순히 친환경 구호를 외치는 데 머물지 않고, 다회용 컵 대여 앱 구축과 무포장 식재료 판매, 리필 스테이션 운영까지 현실적인 대안 시스템을 직접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라는 무모해 보였던 도전이 어떻게 지역 상권과의 단단한 연대로 이어졌는지 그 과정을 짚어봤습니다.
재활용의 착각을 깨부순 6개월의 쓰레기 추적
보틀팩토리를 창업한 정다운 대표는 직장에 다니던 시절, 퇴근길마다 층별 쓰레기통 위로 플라스틱 컵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쏟아져 나오는 장면에 강한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직장 내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마주하며 문제의식을 느꼈던 정다운 대표의 창업 계기를 들어봤습니다.
“우리가 분리수거함에 버린 일회용 컵들은 과연 어디로 가서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그는 직접 쓰레기 수거차를 쫓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6개월간의 쓰레기 추적 끝에 마주한 현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컵만 따로 모아 재활용하는 선별 시설은 서울 전체에서도 사실상 없었고, 유일하게 남아 있던 한 곳마저 곧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였습니다.
결국 일회용 컵은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이 현실을 확인한 정 대표는 ‘재활용을 더 잘하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없으며, ‘애초에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컵 대여 시스템과 반납률 95%의 검증
정다운 대표는 빨대와 고무 슬리브 없이도 손에 편안하게 감기는 다회용 컵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습니다. 최소 수백 번 이상 반복해서 쓸 수 있도록 내구성을 탄탄하게 확보한 컵이었습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다회용 컵은 내구성을 높여 일상에서 수백 번 이상 반복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손님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듯 전용 앱으로 컵을 대여해 음료를 테이크아웃하고, 다 마신 뒤 반납하는 렌털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처음에는 이용 과정이 번거로울 것이라는 우려도 컸지만, 인근 카페 10곳과 함께 컵 대여 시스템을 가동한 결과 반납률 95%와 일회용 컵 1만 8천여 개 절감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과연 일회용품 없이 카페가 굴러갈까?”라는 회의적인 시선에 대해, 보틀팩토리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직접 실험하며 가능성을 수치로 입증해 낸 셈입니다.
카페를 넘어 동네 전체로 번진 ‘유어보틀위크’와 ‘채우장’
보틀팩토리는 한 매장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활동 반경을 넓혔습니다. 일주일 동안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축제인 ‘유어보틀위크(Your Bottle Week)’를 기획해 동네 상권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무포장 식재료 판매와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며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구체적인 실천 방식을 고민해 왔습니다.
처음 7곳의 카페로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빵집과 식당 등 60여 개 매장(22년 기준)으로 늘어났고, 서촌과 신촌 등 인근 지역으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어떤 포장재도 없이 알맹이만 판매하는 장터 ‘채우장’을 열었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챙겨오지 않으면 물건을 살 수 없는 장터였지만, 35년 된 동네 참기름집부터 로스팅 원두 가게, 수제 그래놀라 매장까지 지역 소상공인들이 대거 동참했습니다.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며 준비한 물품이 전량 완판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친환경 브랜드가 맞닥뜨린 현실적 한계와 과제
하지만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브랜드 앞에는 여전히 거대한 장벽이 놓여 있습니다. 배달 문화와 초고속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일회용 포장재 배출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정다운 대표 역시 친환경을 외치는 소수 브랜드의 노력이 거대한 소비 트렌드 앞에서는 여전히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정합니다. 친환경이 단순한 팝업 스토어나 일회성 이벤트로 머무르면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지 못합니다.
지속 가능한 해결책은 결국 소비자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단단한 커뮤니티와 지역 인프라를 만드는 일입니다.
각자의 판을 넓히는 브랜드 연대의 힘
보틀팩토리는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경사로를 매장에 설치하고 비건 지향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등 약자와 환경을 두루 배려하는 목소리를 품어내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연대를 이루기 위해 브랜드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첫째, 자기 브랜드가 어떤 정체성과 기능을 가졌는지 명확히 아는 것. 둘째, 상대 브랜드와 어떤 지점에서 만나는 것이 가장 유익한지 적절한 거리감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다른 가게들과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대를 짤 때, 고객은 그 연결된 가치에 반응합니다. 일회용품 없는 세상을 향해 묵묵히 실험을 이어가는 보틀팩토리의 이야기였습니다.
FAQ
보틀팩토리의 다회용 컵 대여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나요?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듯 전용 모바일 앱을 이용해 다회용 컵을 빌리고 음료를 테이크아웃한 뒤, 보틀팩토리나 제휴된 인근 카페에 반납하는 구조입니다.
‘유어보틀위크’와 ‘채우장’은 무엇인가요?
‘유어보틀위크’는 일주일간 지역 가게들이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운영하는 페스티벌이며, ‘채우장’은 소비자가 직접 다회용기를 가져와 포장재 없는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장터입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매장 운영이 실제로 쓰레기 감축 효과가 있나요?
보틀팩토리가 인근 10개 카페와 함께 진행한 초기 실험에서 반납률 95%를 기록하며 총 1만 8천여 개의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