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델은 단기 실적에 연연하는 주식 시장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249억 달러를 들여 자진 상장폐지를 단행했습니다.
- 상장폐지 이후 EMC와 VMware를 인수하며 사업 체질을 서버와 엔터프라이즈 IT 솔루션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 장기 비전에 집중한 재투자와 재상장으로 기업 가치를 높였고, 창업자 지분율을 52%까지 끌어올리는 반전을 이뤄냈습니다.

세계 최고의 PC 제조사 중 하나였던 델(DELL)의 창업자 마이클 델은 2013년 10월, 249억 달러(약 32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자신의 회사를 직접 상장폐지했습니다. 누구나 스마트폰과 클라우드의 시대가 오면서 PC 산업은 끝났다고 말하던 시기였습니다. 왜 잘나가던 대기업의 수장이 주식 시장을 제 발로 걸어 나가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을까요?
이 결단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었습니다. 주주의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기업의 체질을 엔터프라이즈 IT 솔루션 공룡으로 완전히 바꾸기 위한 마이클 델의 역대급 승부수였습니다.

상장 폐지를 고민하던 마이클 델에게 건넨 결정적인 제안은 기업의 미래를 바꿀 거대한 승부수의 시작이었습니다.
단기 주가에 목매는 월가의 시선을 차단하다
2010년대 초반 모바일 디바이스가 급부상하면서 레노버, 에이서 등과의 가격 경쟁과 PC 시장의 정체가 본격화되었습니다. 델은 단순 제조사를 넘어 종합 IT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려 했지만, 증권가와 주주들은 당장 매 분기 발표되는 PC 매출 감소에만 주목했습니다.
주가는 폭락했고 CEO 교체 요구까지 거세졌습니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체질 개선 투자보다는 당장의 분기 실적을 맞추는 데 급급해야 했던 실속 없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마이클 델은 자신이 일군 회사가 주식 시장의 단기적 평가 탓에 장기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손을 잡고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집요한 방해와 공격을 물리치며 32조 원 규모의 상장폐지를 성공시킵니다.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기업의 미래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환경을 스스로 구축한 것입니다.

상장 기업으로서 겪어야 했던 주주들의 간섭과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습니다.
84조 원의 과감한 M&A로 IT 솔루션 거물이 되다
상장폐지 후 마이클 델이 착수한 작업은 사업 구조의 판을 새로 짜는 일이었습니다. 모바일 시대가 와도 PC 수요는 유지될 것이라 예측함과 동시에, 기업용 데이터 센터와 서버,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했습니다.
2015년 델은 B2B 데이터 스토리지 강자인 EMC와 가상화 기술의 핵심인 VMware를 무려 650억 달러(약 84조 원)에 인수하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내놓습니다. 막대한 부채 부담이 따랐지만 연동 주식(Tracking Stock) 발행이라는 창의적인 금융 기법을 활용해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이 인수로 델은 단순 PC 판매업체에서 벗어나 데이터 저장장치, 서버, 초융합 인프라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IT 인프라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완전히 개선하게 됩니다.

창업 초기 마이클 델은 기존 PC를 업그레이드하고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팬데믹 특수와 재상장, 증명된 승부사의 안목
마이클 델의 장기적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이 늘어나면서 1가구 1PC를 넘어 1인 1PC 시대가 열렸고, 델의 PC 및 모니터 사업은 역대 최고 수익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빅테크의 퍼블릭 클라우드 독주 속에서도 대기업들은 보안과 자체 데이터 관리를 위해 온프레미스(On-premise)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병행하는 멀티클라우드 전략을 택했습니다. 델과 EMC가 장악한 데이터 센터 인프라가 필수적이었던 셈입니다.
이후 델 테크놀로지스라는 이름으로 주식 시장에 재상장한 델은 VMware 배당금 등을 활용해 대규모 부채를 안정적으로 상환했습니다. 상장폐지 당시 15.6%였던 마이클 델의 지분율은 52%까지 대폭 상승하며 확고한 경영 지배력까지 확보했습니다.

클라우드 시장이 급성장하며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완전히 지배할 것처럼 보였던 시기에도 델은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 나갔습니다.
막대한 부채와 시장 변화라는 과제
물론 이 승부수에 위험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84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IT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끌어다 쓴 부채는 오랫동안 델의 주가를 짓누르는 부담 요인이었습니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이 확장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멀티클라우드 전환 속도가 더뎌지거나 온프레미스 인프라 수요가 줄어들 경우, 거대한 몸집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델은 엣지 컴퓨팅과 5G 솔루션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며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습니다.
단기 유행을 이기는 우직한 원칙의 힘
마이클 델의 자서전 제목은 『플레이 나이스 벗 윈(Play Nice But Win)』입니다. 편법이나 과장된 언론 플레이 대신, 본업에 대한 우직한 고집과 정당한 승부수로 시장에서 승리하겠다는 경영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남들이 PC 시장의 끝을 말할 때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월가의 소음을 차단하고 미래를 향한 과감한 재투자를 감행한 마이클 델의 선택은 corporate restructuring(기업 구조조정)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유행을 좇기보다 본업의 판을 명확히 읽고 다음 사이클이 올 때까지 장기 비전에 베팅할 줄 아는 승부사 기질은, 오늘날 경영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마이클 델 읽어 드렸습니다.
FAQ
마이클 델은 왜 멀쩡한 회사를 상장폐지했나요?
월가 투자자들과 주식 시장의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규모 M&A와 B2B IT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자진 상장폐지를 단행했습니다.
상장폐지 자금 약 32조 원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마이클 델 본인의 자산과 함께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실버레이크(Silver Lake)의 투자 자금을 유치하여 주식 전량을 매수했습니다.
상장폐지 이후 델은 어떤 큰 변화를 겪었나요?
약 84조 원(650억 달러)을 들여 데이터 저장장치 강자 EMC와 가상화 기술 기업 VMware를 인수하며, 단순 PC 제조사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IT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