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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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만 원 바람막이의 실체: 아크테릭스는 어떻게 명품이 되었나

spark_icon8분 지식
  • 등산복을 일상복과 믹스매치하는 고프코어 열풍을 타고 아크테릭스가 아웃도어계의 독보적인 하이엔드로 떠올랐습니다.
  • 아크테릭스의 높은 가격대는 방수 지퍼 개발, 7mm 심실링, 1인치 14땀 재봉 등 타협 없는 극한의 경량 테크놀로지에서 비롯됩니다.
  • 현재 중국 안타 스포츠 산하에 있지만 캐나다 현지 R&D와 고유의 완성도를 지키며 베일런스 등 도심형 라인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거리나 지하철에서 등산복 자켓을 정장이나 캐주얼 위에 덧입은 분들을 흔히 보셨을 겁니다.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과 믹스매치하는 고프코어(Gorpcore) 트렌드가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한 벌에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 아웃도어가 10대들의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이자 직장인 출근룩으로 부상했습니다. 이 중심에 서 있는 브랜드가 바로 '아웃도어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아크테릭스(Arc'teryx)입니다. 사람들은 왜 지리산 종주를 갈 것도 아니면서 137만 원짜리 바람막이에 열광하게 되었을까요?

100만 원대 바람막이가 일상복으로: 고프코어 열풍과 아크테릭스의 부상

고프코어는 2017년 패션 매거진 더 컷(The Cut)에서 처음 제시한 단어로, 산에서 행동식으로 챙겨 먹는 그래놀라(Granola), 귀리(Oat), 건포도(Raisin), 땅콩(Peanut)의 앞 글자를 딴 합성어입니다.

단발머리의 여성 출연자가 스튜디오에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화면 왼쪽에는 아크테릭스 브랜드 로고와 137만 원대 빨간색 파카를 입은 모델 사진이 상품 정보와 함께 표시되어 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아웃도어 의류가 10대들의 필수 패션 아이템이자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자리 잡았습니다.

본래 한국은 주말 관악산이나 동네 시장만 가도 기능성 등산 자켓을 흔히 볼 수 있었던 나라였지만, 팬데믹 이후 등산과 캠핑을 즐기는 2030 세대가 급증하면서 시장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세대 정통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스노우피크나 코닥 같은 감성 아웃도어가 큰 인기를 얻었고, 그 정점에 아크테릭스가 올라섰습니다. 과거 '이재용 패딩'으로 대중적 눈도장을 찍었던 아크테릭스는 루이비통의 아티스틱 디렉터였던 버질 아블로가 패션쇼 런웨이에 아크테릭스 바람막이를 직접 입고 등장하면서 완벽한 패션 아이콘으로 재평가받았습니다.

1mm와 1g을 덜어내는 집착: 테크 기업에 가까운 공학적 완성도

아크테릭스가 단순한 유행 브랜드를 넘어 명품 대접을 받는 이유는 의류가 아닌 목숨을 지키는 필수 안전 장비(Gear)의 관점에서 제품을 개발해 왔기 때문입니다.

1989년 캐나다 밴쿠버의 클라이머 데이브 레인(Dave Lane)이 창업한 아크테릭스는 초창기 혁신적인 하네스(Vapor Harness)와 백팩(Bora)을 선보이며 명성을 얻었습니다. 1995년부터는 의류 제작 이력이 전무했음에도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고어텍스(Gore-Tex)의 원단 사용 승인을 최초로 따내며 본격적인 기능성 의류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 방수 지퍼와 무게 절감: 지퍼로 스며드는 빗물을 막기 위해 덧대던 플랩(덮개 원단)을 없애고자 지퍼 전문 제조사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방수 지퍼(Watertight Zipper)를 개발했습니다.
  • 극단적인 심실링 축소: 봉제선 방수를 위해 덧대는 방수 테이프(심실링) 폭을 당시 업계 표준인 21mm에서 7mm 수준까지 줄여 옷의 무게와 뻣뻣함을 획기적으로 덜어냈습니다.
  • 신사복 수준의 고밀도 봉제: 일반 등산복이 1인치당 8땀을 박음질할 때, 아크테릭스는 최고급 신사복에 쓰이는 1인치당 14땀의 촘촘한 스티치를 고집합니다.
  • 인체공학적 디테일: 헬멧을 쓴 채로 뒤집어쓸 수 있는 대형 후드와 극한 환경에서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곡선형으로 꺾여 올라가는 지퍼 라인을 정밀하게 설계했습니다.

캐나다 현지 R&D 공장 아크원(ARC'One)의 철저한 필드 테스트

아크테릭스의 디자인 센터는 캐나다 노스밴쿠버에 있으며, 인근에는 자체 시제품 생산 및 R&D 공장인 아크원(ARC'One)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일반적인 컨베이어 벨트 방식의 대량생산 공장이 아닙니다. 디자이너가 설계한 옷을 즉시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하고, 연간 178일 비가 내리는 노스밴쿠버의 기후와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코스트 산맥의 빙하 지대에서 앰버서더 클라이머들이 직접 필드 테스트를 거칩니다. 철저한 검증을 통과한 제품만이 전 세계 생산 기지로 전달되어 정밀한 수작업을 통해 완성됩니다.

비가 내리는 야외를 배경으로 후드가 달린 검은색 고기능성 재킷을 입고 서 있는 남성의 모습

기후 변화로 인해 잦은 비가 이어지면서, 확실한 기능성을 갖춘 아웃도어가 출근룩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심형 남성복 베일런스와 특수 목적 라인업의 확장

아웃도어 의류는 단일 품목 하나로 입기보다는 신체 열과 땀을 단계별로 배출하고 외부 환경을 차단하는 6단계 레이어링 시스템을 기반으로 설계됩니다. 하지만 도심 생활자가 극한의 고산 등반용 137만 원짜리 하드쉘 자켓을 일상 출근룩으로 입는 것은 기능적으로 과잉일 수 있습니다.

아크테릭스 역시 이러한 활용도를 고려해 라인업을 다변화해 왔습니다. 2010년부터 선보인 하이엔드 어반 테크웨어 라인 베일런스(Veilance)는 고기능성 방수·방풍 소재에 미니멀한 남성복 테일러링을 결합해 도심 비즈니스맨의 출근룩 수요를 정확히 흡수했습니다. 아울러 군인과 사법기관 요원을 위한 전용 전술 라인인 리프(LEAF)를 별도 운영하며 브랜드의 기능적 신뢰도를 공고히 다졌습니다.

다국적 인수합병과 중국 안타 스포츠 산하에서의 독자 생존 과제

아크테릭스의 뛰어난 제품력 뒤에는 복잡한 기업 인수합병(M&A) 역사가 존재합니다. 2001년 아디다스 산하 살로몬 그룹에 인수된 이후, 2005년 핀란드의 아머 스포츠(Amer Sports)로 둥지를 옮겼고, 2019년에는 중국 1위이자 세계 3위 스포츠 용품 기업인 안타 스포츠(Anta Sports) 그룹이 아머 스포츠를 약 6조 원에 인수하면서 현재는 안타 스포츠 산하 브랜드로 편입되어 있습니다.

단발머리의 여성 출연자가 검은색 배경의 스튜디오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화면 상단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로고와 채널 로고가 있고, 화면 하단에는 자막이 삽입되어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그룹으로 거듭난 안타 스포츠와 그 산하에 편입된 브랜드들의 복잡한 인수합병 관계를 살펴봅니다.

모기업이 중국 자본으로 바뀌었지만, 아크테릭스는 여전히 캐나다 노스밴쿠버 본사의 독립적인 디자인과 R&D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향후 대량 생산과 유통망 확장의 압박 속에서도 창업 초기부터 지켜온 1mm의 공학적 완성도와 극한의 품질 원칙을 훼손 없이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도심 속 고프코어 룩을 고민 중이라면 무조건 최고가 알파 시리즈를 선택하기보다는 본인의 주 활동 범위와 기후 환경에 맞는 경량 라인업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크테릭스 기업 이야기 읽어 드렸습니다.


FAQ

아크테릭스 바람막이는 왜 100만 원이 넘을 정도로 비싼가요?

원단 무게와 뻣뻣함을 줄이기 위해 방수 테이프 폭을 7mm로 축소하고 지퍼 덮개를 없애고자 방수 지퍼를 직접 개발하는 등, 경량화와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난도 수작업과 독자적 R&D 공정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프코어(Gorpcore)는 정확히 어떤 스타일을 뜻하나요?

등산 시 챙겨 먹는 견과류 믹스인 그래놀라(Granola), 귀리(Oat), 건포도(Raisin), 땅콩(Peanut)의 머리글자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아웃도어 기능성 의류를 정장이나 스트리트 캐주얼과 믹스매치해 입는 패션 스타일을 의미합니다.

일상 출근용으로도 130만 원대 전문가용 하드쉘을 구매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극한 암벽 등반용 어센트 라인 대신 경량화된 일상용 모델이나 도심형 남성 테크웨어 라인인 베일런스(Veilance)처럼 착용 목적에 최적화된 라인업을 고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아크테릭스는 현재 어느 나라 기업에 속해 있나요?

브랜드 본사와 디자인 및 R&D 센터는 캐나다 노스밴쿠버에 자리 잡고 있으나, 지배구조상으로는 핀란드 아머 스포츠를 인수한 중국의 안타 스포츠(Anta Sports) 그룹 산하에 편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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