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전등 스위치 옆 벽지에 남은 옅은 손자국과 마른 식빵 속살을 함께 보여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거실 전등 스위치 주변이나 소파 뒤쪽 벽을 가까이서 보면 벽지가 유난히 어둡게 변한 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날마다 손이 닿는 곳이라 조금씩 쌓인 자국인데, 한번 보이기 시작하면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그래서 물걸레를 들고 문질러 본 사람이 많다. 하지만 벽지는 물에 젖으면 색이 옅은 자리까지 번져 닦은 테두리가 동그랗게 남고, 물을 많이 먹은 자리는 마르면서 쭈글쭈글 울어 버린다. 세제를 묻혀 세게 닦으면 그 자리만 색이 하얗게 떠서 오히려 더 도드라진다.
이럴 때 물기 없이 자국만 지우는 방법이 있다. 먹다 남은 식빵의 하얀 속살을 떼어 지우개처럼 뭉친 다음, 손때가 묻은 자리를 살살 문지르는 방법이다.
물걸레로 닦으면 더 번지는 벽지 손때
종이 벽지 표면을 마른 상태로 가까이에서 보여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벽에 생기는 손때는 먼지만 쌓인 것이 아니다. 손바닥과 손가락에서 묻어 나온 기름기가 벽지 표면에 얇게 깔리고, 그 위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가 달라붙어 한 겹으로 굳는다. 기름기가 먼저 묻고 먼지가 나중에 앉는 구조라서 색이 거무스름하고 손으로 쓸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 한 겹을 물걸레로 지우기 어려운 이유는 벽지가 물을 빨아들이기 때문인데, 집에서 흔히 쓰는 종이 벽지나 합지는 물을 먹으면 섬유가 부풀고 표면에 입혀진 얇은 막이 들뜬다. 걸레에 묻은 때가 번져 경계가 오히려 선명해지고, 젖은 자리가 마르면 벽지가 당겨져 주름이 생긴다.
식빵 속살은 여기에 물을 전혀 보태지 않는다. 손으로 꾹 뭉친 속살은 겉이 보슬보슬하면서 속은 탄력이 있어 지우개처럼 쓸 수 있고, 벽지 표면을 문지르면 빵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가면서 그 위에 붙은 먼지와 기름기를 함께 데리고 나온다. 연필 자국을 지울 때 흑연이 빵의 쫀득한 부분에 붙어 나오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식빵으로 거실 벽지 손때 지우는 방법
갈색 테두리를 뗀 식빵 속살을 손바닥에서 작은 덩어리로 뭉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식빵 한 장이면 충분하다. 갈색 테두리는 단단하고 거칠어서 벽지를 긁을 수 있으니 가위로 잘라 내거나 손으로 떼어 버리고, 하얀 속살만 손바닥에 올려 지우개만 한 크기로 꾹꾹 뭉친다. 갓 뜯은 촉촉한 빵보다 하루 지나 조금 마른 빵이 쓰기 좋고, 잼이나 버터를 바른 빵은 쓰지 않는다.
문지르기 전에 소파 뒤나 가구에 가려지는 벽 아래쪽처럼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먼저 몇 번 문질러 본다. 벽지 색이 묻어나거나 표면이 일어나지 않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상이 없으면 마른 수건으로 벽을 한 번 쓸어 겉에 앉은 먼지부터 없앤다. 먼지가 그대로 있으면 문지를 때 그 먼지가 벽지에 갈려 들어간다.
이제 뭉친 식빵을 손때 자리에 대고 위에서 아래로 한 방향으로만 살살 문지른다. 힘을 주지 않고 손목 무게만 얹는 정도가 적당하다. 세게 누르거나 동그랗게 비비면 벽지 표면이 밀려 보풀이 일어나고, 엠보싱 벽지는 올록볼록한 결 사이가 눌려 번들거린다. 한 번에 지우려 하지 말고 같은 자리를 다섯 번에서 열 번쯤 가볍게 지나가면 자국이 조금씩 옅어진다. 자국이 흐려졌으면 마른 수건으로 벽을 아래쪽으로 쓸어내리고 바닥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청소기로 빨아들인다. 손으로 벽을 쓸었을 때 가루가 묻어나지 않아야 끝난 것이다.
뭉친 식빵 속살을 벽지 결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가볍게 문지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만 모든 자국에 통하는 방법은 아니다. 손때나 먼지처럼 표면에 얇게 붙은 오염에는 효과가 있지만, 볼펜으로 그린 낙서나 물이 새서 생긴 누런 얼룩, 검게 번진 곰팡이는 식빵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비닐 코팅이 없는 실크 아닌 종이 벽지는 특히 약하니 더 가볍게 손을 대는 것이 안전하다. 손이 자주 닿는 스위치 주변과 문틀 옆만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살펴보면 충분하다.
문틀 옆과 스위치 주변의 종이 벽지를 손으로 가볍게 살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먹고 남은 식빵이 있다면 버리기 전에 거실 벽을 한번 살펴보고 문질러 보길 권한다. 벽지 손때는 쌓인 뒤에 도배를 다시 하는 것보다 옅을 때 한 번씩 지워 두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