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덮은 팬에서 노릇하게 익어 가는 전어를 비스듬히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하순이 되면 생선 가게 좌판에 전어가 수북하게 쌓인다. 가을 전어는 살에 기름이 올라 구우면 고소한 냄새가 집 안에 퍼지는데, 막상 집에서 구워 보면 밖에서 사 먹던 맛이 잘 나지 않는다. 껍질은 새까맣게 타 버렸는데 젓가락으로 갈라 보면 가운데 살은 아직 덜 익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 불을 더 세게 올린다. 생선은 센 불에 바짝 구워야 껍질이 바삭해진다고 알고 있어서인데, 실제로는 겉이 타는 속도만 빨라지고 속은 그만큼 더디게 익는다. 덜 익은 살에서는 비린내가 그대로 남아 있어 한두 점 먹다가 젓가락을 내려놓게 된다.
전어를 집에서 제대로 구우려면 불을 올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추고 팬 뚜껑을 덮어야 한다. 굽기 전에 물기를 바짝 닦고 양쪽 면에 칼집을 넣은 다음, 뚜껑을 덮은 채 중약불에서 한 면을 4~5분씩 구우면 껍질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는다.
센 불에 구운 전어가 겉만 타고 속은 덜 익는 이유
전어의 도톰한 등살과 팬에 닿은 껍질 면이 보이는 가까운 조리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어는 등이 도톰하고 살에 기름이 많은 생선이라 겉에서 속까지 열이 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팬 바닥에 닿은 껍질은 센 불에서 1~2분이면 색이 나지만, 그사이 가운데 살까지 전달되는 열은 얼마 되지 않는다. 껍질이 탈 때까지 구워도 안쪽은 반쯤 생살인 채로 남는 이유다.
씻은 뒤 물기를 닦지 않고 그대로 팬에 올리면 문제가 하나 더 붙는다. 표면에 남은 물이 먼저 증발하면서 팬의 열을 가져가는데, 그동안 껍질은 구워지는 것이 아니라 쪄진다. 노릇한 색이 늦게 나고 구운 생선 특유의 고소한 냄새도 덜 살아난다.
뚜껑을 덮고 불을 중약으로 내리면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정리된다. 뚜껑 안에 갇힌 김이 위쪽 살까지 데워 주기 때문인데, 아래쪽 껍질이 타기 전에 가운데 살이 먼저 익는다. 불이 약한 만큼 껍질도 천천히 색이 들어 고르게 노릇해진다. 대신 팬에 올리기 전에 해 둘 손질이 몇 가지 있다.
전어 뚜껑 덮고 중약불로 굽는 방법
키친타월로 손질한 전어의 몸통과 배 속 물기를 눌러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전어를 고를 때는 눈이 투명하고 동그랗게 도톰한 것, 아가미 뚜껑을 들춰 안쪽이 선홍색인 것을 고른다. 집에 와서는 칼등으로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긁어 비늘을 벗기고, 등지느러미와 옆지느러미는 주방 가위로 잘라 낸다. 지느러미는 굽는 동안 새까맣게 타서 쓴맛이 나는 부분이다.
흐르는 물에 헹군 다음에는 키친타월로 몸통과 배 속까지 눌러 가며 물기를 바짝 닦는다. 그다음 양쪽 면에 1cm쯤 간격으로 어슷하게 칼집을 서너 개씩 넣고, 소금을 양면에 골고루 뿌려 10분 정도 둔다. 칼집을 내 두면 두꺼운 살 안쪽까지 열이 들어가고 소금 간도 속까지 배어든다.
양쪽 몸통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낸 전어에 소금을 뿌린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팬에는 기름을 얇게 두르고 중불에서 먼저 달군다. 기름 표면이 잔잔하게 일렁이면 소금물이 배어 나온 전어를 한 번 더 닦아 팬에 올린다. 전어를 올린 뒤에는 불을 중약으로 낮추고 곧바로 뚜껑을 덮어 4~5분을 굽는다. 이 사이에 뚜껑을 열어 이리저리 뒤집지 않는 것이 좋다.
중약불의 팬에 전어를 올린 뒤 스테인리스 뚜껑을 덮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4~5분이 지나 뚜껑을 열었을 때 팬에 닿은 면이 진한 갈색으로 익어 있고 뒤집개를 넣으면 살이 팬에서 쉽게 떨어지면 뒤집을 때가 된 것이다. 뒤집어서 다시 뚜껑을 덮고 4~5분을 더 구운 다음, 칼집 사이를 젓가락으로 벌려 안쪽 살이 흰색으로 변했는지 본다. 손바닥보다 큰 전어는 한 면에 1~2분씩 더 잡는다. 뚜껑 안쪽에 맺힌 물이 팬으로 떨어지면 껍질이 눅눅해지니, 뒤집을 때 뚜껑을 옆으로 기울여 물을 흘려 버리고 다시 덮는다.
가을 전어는 제철이 짧아 이 시기를 놓치면 살에 오른 기름이 빠진다. 올가을 전어를 사 왔다면 불부터 세게 올리지 말고 물기를 닦고 칼집을 낸 다음 뚜껑을 덮어 구워 보길 권한다. 같은 생선이라도 굽는 방법에 따라 비린내가 남느냐 고소한 맛이 남느냐가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