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차 쌀밥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여름마다 보리차를 끓여 두는 집에서는 우리고 난 티백이 매일 하나씩 나온다. 물만 빠졌지 보리알은 그대로라 버리기 아까운데, 밥을 안칠 때 쌀 위에 얹어 함께 취사하면 밥에 구수한 향이 은근하게 밴다.
다만 기대하는 정도는 조금 낮춰 잡는 편이 좋다. 이미 한 번 우려낸 뒤라 향을 내는 성분이 대부분 빠져나간 상태다. 밥맛이 확 달라진다기보다 숭늉 비슷한 기운이 옅게 도는 정도로 보면 된다.
그래서 이 방법은 언제 넣느냐가 결과보다 더 중요한데, 우려낸 티백을 아무 때나 쓰면 향은 못 얻고 위생만 잃는 일이 생긴다.
우린 티백을 넣을 때 지켜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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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보리차를 우린 직후, 아직 따뜻할 때 바로 쓰는 것이다. 물을 다 따라 내고 부엌 한쪽에 몇 시간씩 두었던 티백이라면 아깝더라도 그대로 버리는 편이 낫다.
보리알에는 끓여도 죽지 않는 미생물 포자가 남아 있어서, 젖은 티백을 실온에 두면 그 자리가 그대로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 밥을 지으며 다시 고온을 지나가더라도 이미 늘어난 세균이 남긴 냄새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같은 이유로 보리차를 끓인 뒤에는 티백을 물에 계속 담가 두지 말고 곧바로 건져 낸다. 우린 물을 냉장고에 넣을 때 티백까지 함께 넣어 두면 물이 훨씬 빨리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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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티백은 손으로 가볍게 눌러 물기를 짜 내는데,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넣으면 밥물이 그만큼 늘어나 밥이 질어지기 때문이다.
씻어서 물을 맞춘 쌀 위에 티백을 그대로 얹고 평소처럼 취사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쌀 속에 파묻지 말고 위에 올려 두어야 나중에 집어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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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다 되면 뜸을 들인 뒤 뚜껑을 열자마자 티백부터 꺼낸다. 주걱으로 밥을 섞기 전에 빼내야 한다. 그대로 두면 그 자리만 눅눅해지고, 티백이 터져 보리알이 밥에 섞이는 일도 생긴다.
티백 재질도 한 번 확인해 두면 좋은데, 종이 재질이면 문제가 없지만 그물처럼 얇게 짜인 비닐 소재라면 압력밥솥의 높은 온도에서 모양이 상할 수 있다. 이런 티백은 뜯어서 보리알만 다시 티백 대신 다시백에 옮겨 넣는 편이 안전하다.
밥물 자체를 보리차로 바꾸는 방법
향을 제대로 입히고 싶다면 티백을 넣는 것보다 밥물 자체를 보리차로 바꾸는 쪽이 낫다. 우려낸 보리차 물을 밥물 대신 부으면 쌀알 하나하나가 그 물을 빨아들이므로 향이 훨씬 고르게 밴다.
양은 평소 밥물과 똑같이 잡으면 되고, 보리차 농도는 물빛이 옅은 갈색으로 도는 정도가 적당하다. 진하게 우린 것을 그대로 쓰면 밥 색이 누렇게 변한다. 뒷맛도 씁쓸해진다.
여기서 한 가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물의 온도다. 보리차는 완전히 식혀서 쓴다. 뜨거운 물을 부어 안치면 쌀알 겉면부터 익어 굳어 버리는 탓에 속까지 물이 들어가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겉은 퍼졌는데 속은 딱딱한 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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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이 특히 빛을 보는 때가 묵은쌀로 밥을 지을 때다. 오래된 쌀에서 나는 특유의 묵은내를 보리차의 구수한 향이 덮어 주므로, 햅쌀이 아닌 계절에 시도해 볼 만하다.
현미나 잡곡을 섞은 밥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잡곡 자체의 텁텁한 기운이 눅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숭늉에 가까운 맛이 도니, 잡곡밥을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다면 한 번 해 볼 만하다.
반대로 초밥이나 볶음밥처럼 밥알 본래의 맛과 색이 살아야 하는 요리에는 쓰지 않는다. 향이 섞여 재료 맛을 가리고, 밥 색이 하얗지 않아 모양도 달라진다.
보리차가 애매하게 조금씩 남아 냉장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이쪽으로 돌리는 것이 깔끔하다. 다만 냉장고에서 사흘 넘게 묵은 보리차는 밥물로도 쓰지 않는다. 물에서 시큼한 냄새가 조금이라도 난다면 그대로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