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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위에 세운 송도, 1m 넘게 가라앉는 땅을 굳힌 역발상 공법

spark_icon5분 지식
  • 송도국제도시는 갯벌 위에 바닷흙을 부어 조성한 매립지 특성상 물 빠짐에 따른 대규모 지반 침하 위험을 안고 있었습니다.
  • 일반적인 압밀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인접 지하철 노선과 액상화 위험이 커서 땅속 깊이 걸쭉한 모르타르를 직접 주입하는 역발상 공법을 도입했습니다.
  • 30년 넘게 이어져 온 송도 매립 사업은 지반 안정화 기술과 철새 서식지 보존이라는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며 도시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선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본래 밀물과 썰물이 끊임없이 드나들던 갯벌이었습니다. 1994년 9월 10일 첫 삽을 뜬 이후 당초 17.7㎢로 계획했던 면적은 현재 53㎢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바닷속 흙을 퍼 올려 갯벌 위에 부어 만든 도시의 발밑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숨어 있었습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송도국제도시의 고층 아파트 단지와 도로를 위에서 내려다본 3D 그래픽 영상

빽빽한 건물 숲이 들어선 현재의 모습 뒤로, 그 아래에 숨겨진 갯벌의 흔적을 생각하게 됩니다.

갯벌 위 매립지가 겪는 '압밀 침하'의 원리

바다를 메워 만든 땅이 위험한 이유는 하부에 그대로 남아 있는 조간대 진흙층 때문입니다. 바다가 남긴 진흙은 물을 흠뻑 머금은 스펀지와 같습니다. 그 위에 무거운 건물이나 도로를 얹으면 진흙 속 물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땅 전체가 아래로 주저앉는 압밀 침하가 발생합니다.

구멍이 송송 뚫린 회색 스펀지 구조물 안에 투명한 물방울들이 맺혀 있는 모습을 위에서 아래로 보여주는 3D 애니메이션 그래픽이다.

물을 가득 머금은 진흙층은 압력을 받으면 그 안의 물이 빠져나가며 서서히 아래로 꺼지게 됩니다.

실제로 송도중앙로 구간을 조사했을 때 완공 후 지반이 최대 124.9cm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이 구간의 허용 침하 기준 한계가 겨우 10cm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1m가 넘는 침하는 도로와 지하 시설물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 있는 수치였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대안과 송도가 맞닥뜨린 딜레마

그렇다면 공사 전에 흙을 미리 잔뜩 쌓아서 무게로 꾹 눌러 다져버리면 되지 않겠냐고요? 맞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연약지반 매립 공사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표준 방식입니다.

흙더미를 모형화한 그래픽으로 다각형 모양의 흙 알갱이들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고 그 위로 도로 구조물이 보이는 모습

매립지의 흙 속에 물이 빠져나가며 땅이 가라앉는 압밀 침하의 원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송도중앙로 현장에는 치명적인 제약이 있었습니다. 공사 구간 바로 옆으로 지하철 노선이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부어 넣은 흙층은 외부 충격이나 진동이 가해지면 흙이 물처럼 변해 힘을 잃는 액상화 현상이 일어날 위험도 있었습니다. 침하를 자연스럽게 기다리자니 공기를 맞출 수 없고, 흙을 더 쌓아 서두르자니 인근 지하철 구조물을 위협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습니다.

위를 누르는 대신 땅속을 굳힌 '모르타르 주입 공법'

여기서 공학자들은 발상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지표면 위에 무게를 더해 억지로 누르는 대신, 땅속 깊은 곳으로 혼합물을 직접 밀어 넣는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지면 아래로 길쭉한 원통형의 회색 구조물이 세워져 있고 주변의 흙 알갱이들이 흩날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3D 그래픽 영상

기존의 하중 방식 대신 지하에 모르타르를 주입하여 지반 자체를 단단하게 굳히는 새로운 공법입니다.

이 공법은 지반 깊숙한 곳에 매우 걸쭉한 모르타르 반죽을 고압으로 주입합니다. 땅속으로 들어간 혼합물이 굳어지면서 거대한 콘크리트 말뚝과 같은 기둥을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주위의 물렁한 흙을 사방으로 밀어내며 지반 자체를 단단하게 다집니다. 길이 2.4km, 폭 70m 규모의 센트럴 로드 지하철 인접 구간은 이 역발상 주입 기술을 통해 지하철 안전과 지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습니다.

도로 하나에도 지하 정밀 진단이 필요한 도시의 현재

같은 도로 구역 내에서도 지반 조건에 따라 예상 침하량이 3cm에서 1m 이상까지 극단적으로 달랐습니다. 송도는 도로 하나를 포장하더라도 지하 지반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구간마다 맞춤형 공법을 적용해야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송도의 매립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23년 말부터 11-3공구의 마지막 남은 바다 1.07㎢를 메우는 작업이 진행되며 첫 삽을 뜬 지 30년이 넘는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갯벌이 사라지면서 보금자리를 잃은 멸종위기종 검은얼굴저어새 등을 위한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는 환경적 책임도 함께 짊어지고 있습니다. 갯벌 위에 흙을 붓고 그 진흙의 한계를 역발상 기술로 극복해 낸 송도는 이렇게 탄생한 것입니다.


FAQ

갯벌 매립지는 왜 공사가 끝난 뒤에도 땅이 가라앉나요?

갯벌의 미세한 진흙층이 물을 다량 머금고 있어, 상부에 하중이 가해지면 물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부피가 줄어드는 압밀 침하가 장기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송도중앙로에서 흙을 높이 쌓아 누르는 일반 공법을 쓰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사 현장 바로 옆으로 지하철 노선이 지나고 있어 과도한 하중을 가할 경우 지반 액상화가 일어나거나 인근 지하철 구조물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르타르 주입 공법은 어떤 원리로 지반을 안정화하나요?

지표면을 위에서 누르는 대신 땅속 깊은 곳에 고농도 모르타르를 고압으로 주입해 단단한 기둥을 만들고, 주입 압력으로 주변의 연약한 흙을 사방으로 밀어내 다지는 방식으로 지지력을 확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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