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서울시청 신청사 공사 도중 조선 시대 무기 제조 관청인 군기시 터와 보물급 대포 불랑기자포가 대거 발굴되었습니다.
- 공사를 전면 중단할 수도 유적을 덮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유구를 이전한 뒤 지하 골조 안에 재배치하는 역발상을 적용했습니다.
- 현재 서울시청 지하 군기시유적전시실은 유구 45기와 유물 143여 점을 품은 도심 속 역사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 세종대로 110번지 서울시청 지하에는 시민들이 오가는 휴식 공간 바로 아래 500년 역사를 품은 조선 무기 관청의 흔적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1392년 설립되어 1884년 문을 닫을 때까지 화약 무기와 깃발 등을 도맡아 제작하던 군기시(軍器寺)의 실제 유적입니다.

현대적인 유리 통창으로 지어진 서울시청 지하 깊은 곳에 500년 전 조선의 무기 관청이 숨어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도심 한복판 발굴이 던진 거대한 딜레마
1926년 일제강점기 경성부청사가 들어선 이래 거대한 현대식 건물들이 줄곧 자리했던 터였기에, 전문가들조차 이곳 지하에 옛 유적이 온전히 남아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수백 년의 세월을 뚫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견된 이 화포는 당시 무기 제작소였던 군기시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2009년 서울시청 새 청사 건립을 위해 옛 주차장 터를 파내려 가던 중, 불을 붙여 쏘아 올리던 서양식 화포인 불랑기자포를 비롯해 소형 총통, 화살촉, 쇠 포탄 등 조선의 핵심 화약 무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발굴된 불랑기자포는 훗날 보물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았지만, 이 발견은 곧바로 현대 건축 공사 현장에 무거운 난제를 던졌습니다.
유적 보존과 현대 건축의 정면충돌
보통 공사 현장에서 유적이 출토되면 공사 구역을 우회하거나 설계를 바꾸는 방식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발굴 지점은 하필 새 청사의 지하층 뼈대가 그대로 관통해야 하는 중심 공간이었습니다.

지하 유적지 위에 세워진 서울시청의 입지 조건 때문에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피할 수 없는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유적을 흙으로 다시 덮어버리면 귀중한 문화재를 영구히 잃게 되고, 유적을 그대로 둔 채 보존구역으로 묶으면 시청사 지하층 건축 공사 자체가 전면 중단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습니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양극단의 선택지 앞에서 기존의 토목·건축 관행으로는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발상을 뒤집은 이전 복원 메커니즘
여기서 현장은 유적을 땅속에 다시 묻는 대신 건물 내부로 직접 들여오는 역발상을 택했습니다. 유적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상부와 지하 구조물을 안전하게 올리기 위해 정밀한 이전 복원 공법이 가동되었습니다.

유적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건물을 올리기 위해 유적을 건물 내부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 정밀 발굴 조사를 마친 뒤 현장의 유구를 단위별로 안전하게 해체 및 분리했습니다.
- 물가에 쌓았던 하천 석축과 건물을 떠받치던 기초 석재들을 손상 없이 임시 이전했습니다.
- 유구가 비워진 자리에서 본래 계획된 시청 지하층의 구조체 뼈대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 골조가 완성된 지하 내부로 옮겨두었던 유구 45기와 유물들을 원래 층위와 형태 그대로 재배치했습니다.
유적을 철거한 것이 아니라, 현대식 건축 구조 자체를 유적을 온전히 담아내는 그릇으로 활용한 셈입니다.
시민의 일상과 공존하는 역사 공간의 탄생
그 결과 2013년 서울시청 지하에 '군기시유적전시실'이 문을 열었습니다. 유구 45기와 유물 143여 점이 발굴 당시의 배치를 살려 자리 잡았고, 관람객들은 목재 데크와 유리 보행 통로를 걸으며 발아래 펼쳐진 옛 물길과 돌벽을 입체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시민들이 오가는 공간 바로 아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흔적들이 전시를 통해 조용히 숨 쉬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사라졌던 군기시 건물을 화면 속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140여 년 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보완했습니다. 오늘날 서울시청 지하 쉼터 바닥 아래에는 500년 조선 무기 관청의 시간이 현대 시민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시청 지하의 군기시 전시실은 철거와 방치라는 이분법을 뛰어넘은 구조적 역발상이 빚어낸 결실입니다.
FAQ
서울시청 지하에서 발견된 군기시는 어떤 기관이었나요?
1392년 조선 건국과 함께 설치되어 1884년까지 약 500년간 화약 무기, 총통, 화포, 깃발 등을 도맡아 제조하고 보관하던 핵심 국방 관청이었습니다.
발굴된 불랑기자포는 어떤 유물인가요?
직접 불을 붙여 격발하던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서양식 화포로, 모포(포신) 뒤쪽에 자포(자탄통)를 장전해 연속 사격이 가능했던 무기이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공사 현장의 유적을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지하 전시실로 만들었나요?
하천 석축과 건물 기초 등 유구 45기를 정밀 해체해 임시로 옮겨둔 뒤 지하 골조 공사를 마치고, 본래 위치와 층위 그대로 지하층 내부로 다시 들여와 복원하는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