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의 강가 발전소들이 홍수에 쓸려간 근본 원인은 물을 가두는 거대한 댐 없이 흐르는 강물 자체를 활용하는 구조에 있습니다.
- 토사 적체 문제와 막대한 건설 비용으로 대형 댐 조성이 어렵자, 네팔은 댐 없는 소형 발전소를 대량 설치해 정전난을 극복하고 전력 수출국으로 변모했습니다.
- 저렴하고 빠르게 전력을 확보한 대신 강가에 바짝 붙을 수밖에 없었던 이 방식은 홍수라는 자연재해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양날의 검이 되었습니다.

네팔에서 거센 홍수로 강가에 위치한 발전소들이 줄줄이 쓸려나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위험하게 왜 하필 물길이 가장 거세게 지나는 강 바로 옆에 발전소를 바짝 붙여 지었을까요? 그 답은 이 발전소들에 댐이 없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거대한 댐으로 물을 가두지 않고 흐르는 강물을 그대로 이용하다 보니 강가에 바짝 붙을 수밖에 없었고, 이 구조가 전력난 극복과 홍수 피해라는 극단적인 두 결과를 동시에 가져왔습니다.
댐 없는 수력발전이 네팔에서 시작된 이유
네팔은 험준한 히말라야산맥을 품고 있는 나라입니다. 높은 산의 경사면을 따라 강물이 힘차게 쏟아져 내려오는데,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질 때 강력한 위치에너지를 가집니다. 수력발전은 바로 이 낙차가 만드는 힘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입니다.
일반적인 수력발전소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으로 물을 가두는 댐을 쌓아 수위를 높인 뒤 전기를 생산합니다. 하지만 네팔은 대형 댐을 짓는 대신 자연 지형의 낙차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초기 건설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전력을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가 걸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댐 없는 수력발전의 원리: 물을 가두지 않고 흐름을 빌리다
댐이 없는 수력발전은 쉽게 말해 옛날 물레방아와 똑같은 원리로 작동합니다. 강물을 가두어 두는 대신, 흐르는 강물의 일부를 옆으로 살짝 빼내 산속 수관을 통해 아래로 떨어뜨려 발전기를 돌린 뒤 다시 강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입니다.
흐르는 물의 힘을 그대로 이용하는 방식은 과거의 물레방아와 동일한 원리로 작동합니다.
이 방식은 거대한 댐을 지을 필요가 없어 건설 비용이 적게 들고 공사 기간이 매우 짧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환경 파괴나 주민 이주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약점도 존재합니다. 물을 가두어 둘 저수지가 없다 보니, 비가 오지 않는 겨울철이 되면 강물이 크게 줄어들면서 발전량도 함께 급감한다는 점입니다.
왜 대형 댐을 지어 물을 가두지 못했을까
겨울철에 강물이 줄어 전기가 부족해진다면, 물을 가두는 대형 댐을 많이 지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네팔에도 '쿨레카니'라는 대표적인 대형 저장식 댐이 딱 하나 있어 겨울철에 저장된 물을 꺼내 씁니다. 하지만 히말라야 지형에서 대형 댐을 운영하는 데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존재합니다.
거대한 댐을 건설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은 개발도상국인 네팔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히말라야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강물은 엄청난 양의 흙과 토사를 함께 씻고 내려옵니다. 이 토사가 댐 바닥에 지속해서 쌓이면서 물을 담을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토사 적체 문제가 나타납니다. 여기에 대형 댐은 건설 예산이 막대하게 들고 완공까지 수년 이상 걸리며, 골짜기 마을 전체가 수몰되는 부작용도 따릅니다. 단순히 자본을 투입해 대형 댐을 늘리는 방식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려웠던 셈입니다.
정전 국가에서 전력 수출국으로 만든 '역발상 전략'
겨울철 강물 감소로 인해 네팔은 과거 하루 14시간씩 정전이 발생하는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습니다. 하루의 절반 이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던 셈입니다. 여기서 네팔은 발상을 뒤집습니다. 대형 댐 건설에 목매는 대신, 강줄기마다 댐이 없는 소형 발전소를 수없이 세우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겨울철에 부족한 전기는 이웃 나라 인도에서 사 오고, 여름철에 남아돌아 흘러버리는 전기는 역으로 수출하는 교역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이 역발상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2018년 지긋지긋했던 정전난을 완전히 끝냈고, 2021년부터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여름철 남는 전기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전력이 부족하던 나라가 전력 수출국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양날의 검: 홍수 무방비라는 구조적 한계와 현실적 선택
결국 발전소가 강가에 바짝 붙어 있었던 것은 물을 가두지 않고 흐르는 물을 빌려 써야 하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댐이라는 방어막이 없기에 강물이 거세게 불어나는 대형 홍수가 발생하면 강가의 발전소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강마다 크고 작은 발전소를 세우는 전략은 전력 자립에는 성공했지만, 예기치 못한 홍수라는 자연재해 앞에서는 또 다른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2025년 여름 홍수 당시 발전소 7곳이 한꺼번에 파손되었으며, 이번 홍수에서도 강가 발전소들이 다시 한번 쓸려나갔습니다. 댐이 없어서 싸고 빠르게 지었지만, 바로 그 댐이 없어 홍수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입니다. 장점과 단점이 한 몸처럼 얽혀 있는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네팔은 앞으로도 강가에 이러한 발전소를 계속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히말라야의 자연환경과 국가 경제적 여건 속에서 전력을 수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명쾌한 공학적 해법이기 때문입니다. 댐 없는 발전소는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네팔의 전력을 책임지며 자리 잡고 있습니다.
FAQ
네팔 발전소들은 왜 댐을 짓지 않고 강가에 바짝 붙여 지었나요?
댐을 지어 물을 가두는 대신 흐르는 강물의 낙차를 그대로 이용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건설 비용이 적고 빠르게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물길 바로 옆에 설치해야 하므로 강물 흐름과 홍수 위험에 직접 노출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네팔에 대형 댐을 많이 짓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히말라야 강물이 엄청난 양의 토사를 쓸고 내려와 댐 바닥에 쌓이면서 저수 공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막대한 건설 비용과 긴 공사 기간, 마을 수몰 등의 환경적·경제적 부담도 매우 큽니다.
댐이 없는데 어떻게 정전을 극복하고 전기를 수출할 수 있게 되었나요?
강줄기마다 댐 없는 소형 발전소를 대량 설치해 여름철 풍수기에 전력을 집중 생산했기 때문입니다. 겨울철 부족한 전기는 인도에서 수입하고, 여름철 남아도는 전기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수출하는 계절별 교역 전략을 활용해 정전난을 극복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