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롯데월드타워가 위치한 잠실은 50년 전 한강 물길을 메운 매립지로, 약한 강모래와 흙 때문에 일반적인 지반 기초로는 75만 톤의 하중을 버틸 수 없었습니다.
  • 지하수 굴착 시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지는 딜레마 속에서, 지하 38m 화강암반까지 108개의 파일 기둥을 박고 축구장 크기의 통콘크리트 매트를 부어 하수를 바위에 직접 전달했습니다.
  • 흙 위에 건물을 얹는 대신 암반에 구조물을 직결시킨 공학적 역발상을 통해 지진과 강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고층 구조 안전성을 완성했습니다.

서울 잠실에 서 있는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는 건물 전체 무게만 75만 톤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 탑이 들어선 땅은 불과 50년 전만 해도 한강 물길이 흐르던 강바닥 매립지였습니다. 흙과 모래로 채워진 약한 지반 위에서 수직 하중을 견디지 못하면 건물은 불균등 침하를 겪고 기울어지게 됩니다. 롯데월드타워는 흙 위에 건물을 얹는 전통적 방식 대신, 지하 38m 아래 화강암반에 기둥을 직접 고정하는 공학적 역발상으로 이 치명적인 지반 한계를 해결했습니다.

매립지 위 초고층 건축, 지반 기초 구조가 핵심인 이유


초고층 빌딩 하부의 지질 단면도를 나타낸 3D 그래픽으로, 지표면 아래 다양한 토양층의 깊이를 수치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겉은 단단한 도시지만 땅 밑은 강모래로 채워진 매립지라는 점이 이 거대한 구조물을 지탱해야 하는 공학적 난관이었습니다.


1971년 서울시가 잠실을 육지로 바꾸기 전, 이곳은 한강이 두 갈래로 갈라져 흐르던 송파강 자리였습니다. 남쪽 물길을 막고 흙과 강모래로 채워 만든 매립지 위에 오늘날 서울 시민 천만 명의 몸무게와 맞먹는 75만 톤의 초고층 타워가 들어선 것입니다.

진짜 문제는 이 땅이 겉으로는 도심이지만 속은 강바닥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단단하지 않은 매립토와 모래 지반은 엄청난 하중을 받으면 부위별로 눌리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한쪽 지반이 더 눌리면 초고층 탑은 순식간에 부등침하(불균등 침하) 현상을 일으켜 기울어질 위험에 노출됩니다. 게다가 수분을 머금은 모래 지반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진흙죽처럼 변하는 액상화 현상으로 버티는 힘을 잃게 됩니다.

초고층 건물의 지반 하중 분산과 '암반 직접 지지' 개념

일반적인 건축물은 땅 위에 넓고 두꺼운 콘크리트 기초 판을 까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하중을 넓게 퍼뜨려 상부의 무게를 흙이 나누어 받도록 만드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75만 톤에 달하는 초고층 타워의 무게는 단순한 흙의 지지력만으로는 결코 버텨낼 수 없습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인 '암반 직접 지지(Bedrock Direct Bearing)' 공법이 등장합니다. 이는 상부 하중을 흙이 아닌 지중 깊은 곳의 단단한 암반층으로 직접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흙에 기댈 수 없다면, 흙을 관통하여 바위에 구조물을 직접 고정함으로써 지반 침하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넓은 콘크리트 판만 깔면 해결될 것이라는 흔한 오해


땅속의 지하수가 여러 갈래의 화살표로 표현되어 공사 현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3D 그래픽 영상 화면

공사를 위해 깊은 땅을 파내려 가는 순간, 주변에 위치한 석촌호수의 지하수가 공사 현장으로 쏠리며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듭니다.


그렇다면 흙을 지나 단단한 바위가 나올 때까지 땅을 깊게 파내고 넓은 기초 판만 깔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실 지형에서 이는 또 다른 대형 사고를 부르는 딜레마였습니다.

잠실의 단단한 화강암반은 지하 38m 깊이(아파트 13층 깊이)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깊이는 지하수위보다 한참 아래이기 때문에 구덩이를 파는 즉시 사방에서 막대한 지하수가 밀려 들어옵니다. 지하수를 끊임없이 퍼내며 공사를 진행하면 주변 땅속의 물이 굴착 지점으로 급격히 쏠리게 됩니다. 하필 바로 옆에는 바닥이 모래라 물이 잘 새는 석촌호수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과거 주변 대형 공사장들이 지하수를 퍼내면서 석촌호수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안 파면 흙이 못 버티고, 파면 옆 호수물이 빠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던 겁니다.

75만 톤의 하중을 38m 아래 화강암에 꽂아 넣은 롯데월드타워 사례


땅을 파낸 단면을 보여주는 3D 그래픽으로, 지표면 아래 다양한 흙의 층과 가장 밑바닥에 있는 단단한 암반층이 나타나 있습니다.

75만 톤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지표면 아래 38m 깊이의 단단한 화강암층까지 기초를 내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건축진은 발상을 뒤집습니다. 흙을 완전히 파내어 터를 비우는 대신, 38m 아래 화강암반까지 지름 1m, 길이 30m에 달하는 쇠기둥 파일 108개를 깊숙이 박아 넣었습니다. 탑 전체의 하중을 흙이 아니라 단단한 바위가 100% 받아내도록 만든 것입니다.


깊게 파인 건설 현장의 원형 흙 구덩이를 따라 레미콘 차량 여러 대가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의 그래픽 이미지

거대한 기초 매트 타설을 위해 5,300대의 레미콘 차량이 쉴 새 없이 현장을 드나들며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 위에는 가로세로 72m, 두께 6.5m에 달하는 축구장 80% 넓이의 거대한 콘크리트 기초 판(매트)을 깔았습니다. 이는 두바이 브루즈 할리파의 기초 판(3.7m)보다 1.8배 두껍고 콘크리트 양은 2.5배나 많이 들어간 중대형 구조물입니다. 특히 이 판을 만들 때 레미콘 5,300대를 동원해 32시간 동안 쉼 없이 8만 톤의 콘크리트를 통째로 부었습니다. 나누어 부을 경우 생기는 이음매 틈새로 강바닥 지하수가 파고드는 위험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건축 구조와 입지 한계를 극복하는 공학적 역발상의 시사점

초고층 건축에서 기초 지반 공법은 단순한 토목 작업이 아니라 건물 전체의 생사를 결정짓는 핵심 안전 장치입니다. 기초 판 위로 세워진 중앙 코어와 8개의 메가 기둥, 그리고 40층마다 설치된 대나무 마디 모양의 벨트 트러스 구조는 진도 9의 강진과 초속 80m의 태풍을 견디며 상부 하중을 지하 38m 화강암반으로 안전하게 전달합니다.

자연의 물리적 한계를 억지로 눌러 덮으려 하지 않고, 입지의 위험 요소를 역발상으로 활용하여 지하 암반과 구조물을 일체화한 것. 강을 메운 약한 땅 위에 탑을 세운 게 아니라, 강바닥 밑 단단한 바위에 탑을 꽂아 넣은 서울의 롯데월드타워는 이렇게 탄생한 겁니다.


FAQ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선 잠실 지반은 왜 건축에 불리한가요?

잠실은 50년 전 한강 남쪽 물길(송파강)을 막아 만든 매립지로, 단단하지 않은 강모래와 흙으로 이루어져 있어 75만 톤에 달하는 하중을 받으면 부등침하(불균등 침하)가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터파기 공사 시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졌던 원인은 무엇인가요?

지하 38m 아래 화강암반까지 땅을 파는 과정에서 지하수를 퍼내자, 모래 바닥으로 형성되어 물이 잘 새는 인근 석촌호수의 지하수가 공사장 방향으로 끌려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기초 콘크리트 판을 32시간 동안 쉬지 않고 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콘크리트를 나눠서 부으면 굳은 면 사이에 이음매가 생기는데, 수압이 높은 강바닥 지하수 환경에서 이 이음매가 누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8만 톤을 연속 투입해 단일 통구조로 제작했습니다.


원본 영상 보기

# 건축공학
# 구조설계
# 기초공법
# 롯데월드타워
# 매립지
# 부등침하
# 석촌호수
# 잠실
# 초고층빌딩
# 화강암반